몇달전인가 한 지인이 인터넷상으로 ‘지옥의 소리’인가 뭔가 하는 동영상을 한번 보라고 보내왔다. 동영상은 자살한 최진실이 지옥에서 절규하는 소리를 담은 것으로 말도 안되는 저질 동영상이었는데 자살을 미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자살하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떨어져야 할 하나님의 영원한 저주를 받는 다는 끔직한 흑백논리의 폭력성에 기겁을 했다.
어쨋든 나는 최진실의 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 하지도 않는, 한시대를 풍미한 그녀에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정 (이것을 국민 배우라고 하는 걸게다)을 지니고 있었는데 정작 최진실이 죽고 나서 나는 그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옆에 항상 있을듯한 ‘동시대 우정’으로 말미암아 최진실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고 충격받고 그랬던것 같다.
우리 엄마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차며 돈도 있고 예쁜 그녀가 무엇이 답답하다고 죽음까지 불사 했을까 하며 이해할수 없다고 했고 혹자들은 돈도 미모도 인기도 행복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위안(?)을 받은 것도 사실일것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놀랐던것은 그녀에게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즉 친구들도 결국 죽음에 이르는 우울증에서 그녀를 구해낼수 없었던것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우울질의 사람은 아닌것같다. 따라서 곧잘 우울증에 시달리는 내 친구의 상태를 잘 가늠해 낼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다운되는 느낌을 자주 받고 그러한 느낌이 꽤 지속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난 기를 쓰고 나의 좌우명,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 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를 마음속으로 외친다. 온갖 복잡한 가치가 난무하는 우리 인생에 이렇듯 명쾌하게 우리의 일상을 정리해주는 말씀이 또 있을까? 생각이 복잡해 지려 할때마다 딱 이 세마디로 우리의 일상이 어때야 하는지 가르쳐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백개나 몇십개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곧 좌표를 잡게 된다. 오늘도 나는 입속으로 마구 중얼거린다 기뻐하라, 기뻐하라, 기뻐하라. 뭐를? 어떻게? 그래도 기뻐하라….기..뻐..하..라
비즈니스를 시작한지 벌써 9년째이다. 처음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정신적 갈등에다가 망하면 어떡하나에 대한 불안감까지 지금 생각해도 어려운 그때를 잘 지나왔다. 레노베이션때문에 큰돈을 준비해야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 모든것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느낌이다. 여전히 혼자고…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힘들다고 내뱉는것 조차 죄의식이 든다. 이나마 내힘으로 된것은 하나도 없으므로…) 그래도 마음이 다운되는것은 어쩔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것은 힘든일이 아니라 무의미한 일이라고 하는데 매일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무한반복의 육체적 노동이 ‘힘든일’이 아니라 무의미한 일일것만 같아 두렵다. 지금도 경제적으로 극심하게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사치스러운 고민이나 해대는 나는 어디가 잘못된게 아닐까?
그러나 고민도 슬픔도, 절망도 모두 객관적인 기준은 없는것이다. 그래서 이쁜 최진실도 자살하고 최진실이 가진 재산의 만분지 일이라도 가질수 있다면 어떠한 수치라도 견뎌낼듯 절실한 사람들은 죽었다 깨나도 이해못할 것이 부자 최진실의 죽음인 것이다.
한사람의 죽음에 이르는 절망. 그것은 병이다. 많은 경우에 안타깝고 무서운 병이지 비난하고 지옥에 떨어져야 하는 죄는 아닌것이다. 돈도 인기도 심지어 친구들의 사랑으로도 구할수 없었던 병에 걸리지 않도록 기도해야겠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날 암에 걸리는 것처럼 늪과 같이 빠져드는 우울의 나락이라는 병에 걸린다면 필사적으로 낫고자 하되….누군가 행여 낫지 못하여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목숨에 대한 본능마저 그를 지켜주지 못할때 그 비참한 사람에게 돌은 던지지 말아야 겠다.
사실 우리시대의 많은 영성가들 조차 (헨리 나우엔이나 임영수 목사님 같은 고매한 분들마저 한때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고백하셨다) 이 병의 언저리를 왔다 갔다 하실 정도이면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내 친구처럼 좀더 자주 깊이 경험하거나 나처럼 아주 가끔 다운되는 느낌 정도로 경미할 지언정 누구도 우울증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볼수 있다.
나는 지금 낙심하고 있는가? 어느새 인생의 많은 부분을 달려왔는데 의지하고 사랑하고 삶을 나눌 소울메이트가 없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고 더욱 당황스러운것은 내가 할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처리해야 할일등..할일은 너무 많고…지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스스로에게 찬송가 300장을 불러 주어 위로해야겠다.
내맘이 낙심되며 근심에 눌릴때 주께서 내게 오사 위로해 주시네
가는길 캄캄 하고 괴로움 많으나 주께서 함께 하며 내 짐을 지시네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 그 은혜가 족하네
이 괴론 세상 나 지날때 그 은혜가 족하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