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의 전쟁: 인상좋은 나쁜 놈
작성자명 [오혜숙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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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09
고민... 고민 ...고민...
끙끙 신음소리 내다가
푸---------한숨 쉬다가
주님! 써야 하지요?
제 누더기 겉옷을 바닥에 깔아야 하지요?
딸아이는 아빠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내가 잡은 손은 슬그머니 빼고
아빠손을 잡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우리 아빠는 잘 생겨서 좋아.
다른 아빠들은 아저씨 같은데 우리 아빠는 안그래
난 속으로 얼굴 뜯어먹고 사니? 한다.
남편은 키도 크고 부드럽고 선한 인상에
누가 보아도 호감이 가는 얼굴이다.
내가 결혼할 때 아버지는 남편 집안도 맘에 들지만
준수한 외모가 데리고 다니며 자랑하고픈 마음이 있어
나를 기어이 시집 보내려고 엄마를 다그쳤었다.
인상대로 남편은 순하고 착한 성품이다.
그러나 같이 사는 나는
남편의 순한얼굴과 우유부단한 성품에
소크라테스의 악처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게는 인상좋은 나쁜놈인것을 누가 알랴.
매일 반복되는 술 먹지 않게다고 약속하고
몰래 다시 마시고
핑계대고
거짓말하고
술먹기 위해 이런 저런 이유 둘러대고.....
때론 화내고,설득하고,애원하고,봉사하고,협박하는 내게 남편은
마치 소음을 흡수하는스펀지 처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한다.
언제는 미안 하다고 안했니? 당신 말에 책임을 져야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딸한테 부끄럽지도 않니?
여전히 내 눈치 보아가며
나 쓰레기 버리고 올게 하고 밖으로 나가서 1시간쯤 지나 들어온다.
처음에는 그냥 왜이리 늦지? 쓰레기통이 코 앞인데...
남편은 집에 들어와 부리나케 샤워 하고 거실에서 30 분쯤 시간 보내다
슬그머니 아이방 침대에 누워 잔다.
아이가 엄마 아빠좀 데려가. 왜 맨날 내방에서 자? 에이! 술냄새 하고 소리친다.
그랬다. 남편은 쓰레기를 버려준다며 밖으로 나가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술 냄새를 숨기기 위해 얼른 샤워하고
술 먹으면 잠들어 버리는 습관이 있으니 아이방으로 숨은 것이다.
내가 아이들 때문에 어쩌지 못할것이란걸 아는 것이다.
집에서 맨날 술먹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는것을 싫어 하는 날 피해
쓰레기 핑계대고 근처 가게에서 술을 사 혼자 밖에서 마시고 오는 것이다.
눈가리로 아옹 한다고
기가 막혀서 ...
분해서 ....
절망감에...
뜬 눈으로 지새운 내게
아침이 되면 희멀건 모습으로 식탁에 앉는다
부글부글 끓어 오는 분노로 한잠도 못잔 내가
아이들 방에서 자지 말라고 했잖아.
아이방에서 술 냄새 나는데...
그래도 술 먹은적 없다 발뺌하냐고
안먹었다고 우긴다.
남편은
설령 마셨다고 치자.
내가 손찌검을 하니?
살림을 깨 부수니?
술주정을 하니?
얌전히 잠만 자는데 뭐가 문제냐?
당신집안이 술을 안먹기 때문에 당신이 술에 대해서 너무 예민하다 고
나를 설득 시키려 한다.
술마시면 자기 기분이 좋아져
아이들에게 너그럽게 뭐든지 허용하다가
술을 못마신 날에는 예민해져서
사소한 것에 신경질 내고 점점 화를 낸다.
지켜보는 나는 술을 못먹으니까 술먹기 위한 술수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잔소리 하면
이때다 하고 밖으로 나가 술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무슨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인가?
빤히 보이는 남편의 행동에
머리속은 엉클어 지고
이어질 다음 행동이 그려지고
절망과 분노와 원망과
무너져 내리는 내 자존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몇년째 인가?
맥없이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 이대로 내가 사라질 수 있다면...
여지없이 내가 머리속으로 생각한 그대로 남편은 행동한다.
술취한 모습 보기 싫어
내 마음이 악마처럼 변해가는게 싫어
눈으로 안보는게 속 편하겠다 싶어 안방에서 책을 펴든다.
M.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 을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내 자신까지 형편없어지는 것은 싫어서
나중에
김양재 목사님께서 설교중 스캇 펙 박사 얘기를 자주 하셔서 혼자 웃었다.
나처럼 목사님도 힘들어서 읽으셨나? 하고
남편은 술취하면 금방 잠이 든다.
나는 분을 삭이느라고 거의 뜬 눈으로 지새다가 새벽에 살짝 잠이 든다.
새벽에 남편은 나를 덮친다.
밤새 죽일놈. 나쁜놈. 하며 뒤척인 내게
아직도 남은 술냄새를 풍기며 나를 더듬는다.
이 모멸감...
수치심....
죽이고 싶은 마음.........
안간힘을 쓰며 발로 차고 밀치고 ....
이건 성폭행이다.
하나님 차라리 절 죽여주세요
남편한테 소리친다.
넌 나한테 배설하는것이라고
내 자존감은 사라지고 ....
메스컴에서 김부남 사형수에 대한 여성시민 단체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십년간 남편의 학대를 참고 견디가가 어느날 술취한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 사건에 대한
남성 우월주의 재판관에 대한 항소심 이야기다.
사람을 죽이고 싶게 만든 남편이 과연 피해자 일까?
나는 단연 김부남은 무죄라고 울부짓고 싶었다.
그녀 마음을 알기에...
너무나 잘 알기에..... 울면서 견디고 있는 내 모습이다.
나도 언젠가는 저리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내가 미쳐가고 있는것 같았다.
오늘도 술을 먹겠지?하는 생각이 하루종일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벌어질 상황이 그려지고....
아! 안보고 싶다.
한강으로 차를 몰아 떨어져 볼까?
가을날
푸르디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서러운 가슴을 안고
하나님! 보고 계시나요?
가정생활과 남편에 대한 나의 완벽주의 환상이
남편을 거세게 몰아부쳐서
술을 더욱더 의존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나님을 만나고 내죄를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편 간이식 수술한 수술자국은 내가 새긴 주홍글씨라는 것을....
하나님은 서로를 비판하거나 비교하거나 판단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경고하신다(롬 14:4)
주님!
불쌍한 저를 용서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