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나를 삼키다.
작성자명 [오혜숙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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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07
크리스 김 목사님의 분노에 대한 정의를 읽다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에
내가 겪었던 분노에 대해 털어 놓으려 한다.
다시는 내안에 분노가 자리잡지 않도록....
아득해 지는 이 현기증을 다시는 겪지 않기를 ....
남편이 다른 사람들 보다 술을 좀 많이 마신다고 느낀건
신혼초 3-4개월 때 부터이다.
종가집 대가족에서 자란 나는
엄마가 만드시는 제사음식,명절음식등을 거들어 드리다가
저절로 익힌 음식이지만 곧잘 해내는 신혼 새댁이었다.
요리책도 뒤져 보고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하면 그대로 따라 해보면
얼추 비슷하게도 해서 식탁에 올리니
오랜시간 혼자 살았던 남편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나 보다.
결혼 1년도 안되어 몸무게가 7~8kg 이나 늘었고
이런 남편을 보고 시댁 어른들은 흐믓해 하셨다.
날이 꾸물꾸물 하다가 비라도 올라치면
나는 남편 퇴근시간에 맞추어 맛있는 굴파전을 준비했다가
따끈따끈하게 구워서 내 놓았다.
오늘은 닭도리탕을 해줄까?
중국식 부추잡채를 해줄까?
보쌈을 해먹을까?
스끼야끼는 어때?
그런데 난 반찬을 했는데
남편은 그 때 마다 꼭 술 청하 2병을 찾았다.
처음에는 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혼자 그렇게 자주 술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보통 일주일에 청하 2병씩 2-3회 였지만
저녁 반찬을 보고 꼭 술을 찾는 남편이 좀 이상하다 싶었고
술을 찾는 고기류 반찬이나 전 종류 반찬을 할 때는 고민이 되었다.
술 찾으면 어쩌지?
술은 직장에서 동료들과 친구들과 기분좋게 한달에 2-3번 먹는게 아닌가?
하고 물어보면
집에서 이렇게 먹는게 편안하고
당신이 해준 음식먹으며
얘기도 하면서 마시면 몸도 상하지 않고 훨씬 좋다고 한다.
나는 술이라고는 활명수 먹어도 얼굴이 붉어져서 입에도 못대는데...
내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것도 아닌데 정말 혼자 마시는 술이었다.
친엄마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오셔서
혼자 따로 살게되 외로운 총각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가? 하고
처음에는 이해를 했지만
어느날
큰아이 임신으로 만삭이된 걷기도 힘든 내게
고기를 사주겠다고 음식점을 가자고 한다.
나는 힘들어서 집에서 먹고 싶은데
굳이 가자고 한다.
임산부가 걷기에는 무리인 거리를
차를 가지고 가지 않고 걸어서 가자고 한다.
나는 망설였으나 운동하는셈 치고 올때는 택시타면 되겠구나 하고 따라 나섰다.
속으로 설마 자기 술마시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하면서
남편은 고기를 시키더니 내 눈치를 보고
종업원을 불러 청하 2병을 주문한다.
아! 이게 목적이었구나.
임신한 아내 고기를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술을 먹기위해서....
만삭인 아내 걷기에는 무리인 거리를
술먹고 음주운전 할 수 없기에 걷자고 했구나.
난 거의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너무 화가나 꾹 참고 다 마실때 까지 기다려 밖으로 나왔다.
화가나 혼자 앞장서 걷고 있는 나를 묵묵히 따라 온다.
너무 자주 마신다고 이건 아닌것 같다고
집에서 술먹는것을 주1-2회를 지켜 달라고 했는데
더 마시고 싶어서
만삭인 아내를
배속의 아기가 다리 신경을 눌러 절뚝거리며 아파하는 아내를...
술마시고 싶어 나를 속였구나.
긴 거리를 왕복한 나는
그날 아기도 힘이들어 딱딱해진 배를 안고 밤새 많은 생각을 했다.
여기서 물러서면 안되겠다.
버릇을 잡아야 한다.
이렇게 나와 길고긴 술과의 전쟁은 시작 되었다.
하나님 은혜로 그냥 잊고 묻어 두고 싶은데
다시 꺼내서 들여다 보아야 하고
토해 내어야 치유가 된다고 하시네요.
지나온 암흑속으로 기억을 다시 되돌리니
그 때 일이 생생히 살아나
가슴속 서러움이 가득차 올라
가슴은 쿵쾅거리고,
머리속은 하얗게 비어가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해 그만
큰아이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내 등을 토닥거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