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황우석, 감옥 속의 정우석
작성자명 [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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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05
“예수께서… 나가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인 소경 거지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았다가 (막 10:46)”
이천 오 년 유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부처님 복 귀를 수도 없이 꿰어 차고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펄펄 날아다니던 황우석 선생의 연구소로
인턴 하러 가을이가 떠나기 전날 아침에
가을이의 거짓을 또 알아냈습니다.
‘내 방식’으로 교화하고
‘그 아이 방식’으로 맹세해온 게 벌써 몇 차롄데
자초지종이 들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단 아니라고 버티는 아이인지라
이번에도 그리 했습니다.
펄펄 끓어오르는 분노로
펄쩍펄쩍 뛰다가
인턴이고 무어고 다 때려치우고
내 앞에서 당장 꺼져 없어지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생전 대들 줄 모르던 아이가 이번엔
고개를 번쩍 쳐들었습니다.
그럼 이 집에서 당장 사라져버리겠다고
눈을 번쩍 떴습니다.
갑자기 표독해진 아이의 반항에
끓던 분노가 용암처럼 터져 올랐습니다.
분노의 용암을 철철 뒤집어쓰고
참지 못해
아이의 따귀를 한대 올려 부치고 말았습니다.
열쇠를 던져 주었습니다.
당장 나가라고 더 큰 고함을 질렀습니다.
잠깐…………
제 엄마와 눈짓을 교환하던 아이가
주저 없이 열쇠를 집어 들고 휭 나가 버렸습니다.
겁이 더럭 났습니다.
아직 운전 연습 허가증 (Learner’s Permit) 만 갖고
운전 연습 하고 있던 아인데
어딜 가겠다고
저리 겁도 없이 뛰쳐나가는지
커다란 겁은 도리어 내 전신을 때렸습니다.
나가서 저 년 빨리 데리고 들어와
애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차문을 안에서 잠그고 안 열어 준답니다.
다른 열쇠 꾸러미를 집어 들고 뛰어 나가려니
애 엄마가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그년이 도대체 갈 데가 어디 있느냐고
비키라고
휘 둔 열쇠 꾸러미에 애 엄마 얼굴이 맞았습니다.
한쪽 뺨에 피가 흘렀습니다.
“I’m sorry, Lynda! Are ya OK?”
“I’m all right.”
“You sure?”
괜찮다는 애 엄마에게
몹시 미안한 생각이 찌르르 스쳐갔지만
막는 몸을 기어이 제치고 쫓아나가
막 빠져 나오는 차 뒤로 막아 섰습니다.
나오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성난 살쾡이 같은 얼굴로 나를 내다보며
가을이는 날더러 비키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제발 차 멈추고 나오라고 애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엄마의 뺨에 묻혀진 피를 쳐다본 아이는
더욱 성이 올라
당장 비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습니다.
cell phone 을 치켜들고
안 비키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난 너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버텨 봤습니다.
한참을
가을이는 cell phone 에 대고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이 아뜩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땅바닥에 철퍽 주저 앉았습니다.
차는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고
애 엄마가 넋이 나간 내게 다가와
쪼그리고 옆에 앉았습니다.
자긴 괜찮으니 걱정 말라는
애 엄마의 핏망울을 한 손으로 닦아주니
그제서야 애 엄마는
몇 블록 떨어진 VA 동료 집으로
가을이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경찰차 두 대가 들이 닥쳤습니다.
정장한 경찰 두어 명이 천천히 걸어 나왔습니다.
여자 경찰은 (여자 경찰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확실한 기억은 아닙니다)
애 엄마를 따로 불러 집안으로 데려 들어갔습니다.
날 더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해보라 합니다.
이미 가을이 차를 세워
가을이 에게서 다 들었으니 거짓없이 말하라
정중히 협박합니다.
몇 대 때렸#45281;니다.
때릴 때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느냐고 묻습니다.
때린 것이 잘했다고 생각 드느냐고 묻습니다.
얼마나 자주 애들을 패냐고도 묻습니다.
아내를 왜 때렸#45281;니다.
왜 손으로 안 때리고
무기를 들어 피가 나게 때렸느냐고
나를 잠시 노려봅니다.
애가 먼저 나를 위협하고 덤벼서
신변 변호를 위해 때린 따귀냐
아니면 그냥 화가 나서
올려 붙인 따귀냐 따져 묻습니다.
화가 나서 생각도 없이 한 대 때렸습니다
I “AM” sorry 난 큰 죄인이 되어 머릴 숙였습니다.
따로 문책을 마친 경찰들이
한데 모여 한참을 의논하였습니다.
Mr. Chung, 아내의 상처는
실수로 생긴 것이 확실하니 문제가 없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이 뒤집혀집니다)
그러나 열 여덟 먹은 딸이 거짓말 했다고 때렸으니
이것은 교육적인 훈계도 아니고
자기 방어 (self protection) 목적도 아니었으므로
가정 폭력 죄 (domestic abuse) 에 해당됩니다.
일단 체포합니다.
수갑을 차고 경찰차 뒤 칸에 실려
왈라 왈라 구치소로 (Walla Walla District Jail) 끌려가며
나는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습니다.
애 엄마는 그저 담담히
끌려가는 나를 바라다 보고만 있었습니다.
손바닥만한 구치소 독방에서
세멘트 벽을 마주하고 앉아
나는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시간이 멈췄습니다.
공간이 사라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꾸짖어 잠잠하라 하되 그가 더욱 심히 소리 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는지라 (막 10:48)”
생물학과 미술을 복수로 전공하며 (Double Major)
하바드 메디칼 스쿨을 겨냥하여
한 스텝씩 세밀하게 준비시켜온 가을이가
열 여덟에 삼 학년이 (junior) 되었다.
고등학교 4년 과정을 (9-12학년)
워싱턴 주 정부의 (Washington State)
영재 교육 프로그램을 (Running Start Program) 통해
커뮤니티 칼리지와 (a community college)
고교 과정을 2년 만에 마치고
고등학교 졸업장과 (a high school diploma)
2년제 대학 AA 학위를 (Associate of Arts degree) 동시에 받았다.
소위 사학의 (Liberal Arts Colleges) 숨은 명문이라는
휘트먼 대학의 (Whitman College)
4년 최우수 성적 장학금과 (Academic Scholarship)
박사학위 과정까지 보장 된다는
빌 게이츠 장학생으로 (Bill Gates Scholar) 뽑혀
4년제 대학으로 옮겼다.
이수한 학점수로 치면 3학년 이었지만
전공 과목의 부족과
서두를 필요가 없으므로 2학년에 편입시켰다.
그만하면
저도 똑똑하다는 소릴 들으며
자랄 수 있었겠는데
워낙 시끌벅쩍 툭툭 튀며 커 온
십육 개월 더 먹은 제 언니 노을이 때문에
가을이는 의기소침한 구석이 많았다.
연극 무대에 올라도
제 언니에 치어 지냈고
서부 지역 연령별 접영 대표 선수로 뽑혀
우승을 물 가르듯 해대도
제 언니 기록에 늘 치어 지냈다.
무엇을 아무리 잘해도
가을이는 늘 노을이 그늘에 가려
잘 보이질 않았다.
그림 그리기에 죽고 못사는 것과
과학을 좋아하는 것이 제 언니와 다르긴 했다.
비교적 작고 단단하고 야물 딱진 언니에 비해
키도 크고 날씬하고
슬쩍 슬쩍 웃으며 우스개 소리 잘해서 가을이는
쉽게 사람들이 좋아하고
쉽게 사람들과 친해졌다.
3학년으로 올라오며
휘트먼이 뽑은
인턴쉽 장학금 수상자로 선정되어
가을이의 하바드 입성에 도움이 될만한
인턴쉽을 여기 저기 찾고 있던 중에
인간 세포 복제로
일약 국제적인 영웅으로 등극한
“불”세출의 황우석씨와 끈이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