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청소
작성자명 [박종열]
댓글 0
날짜 2007.02.03
2007-02-03 마가복음 (Mark) 10:23~10:31 ‘간 청소’
미국에 사는 형제에게서 간청소를 권유 받고 2월 첫 날을 D-day로 잡았다.
내가 원래 건강 챙기는 일에는 열심이고, 하는 방법을 보니
과거 일주일씩 두어 번 해본 단식에 비하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제산제와 생수, 올리브유와 오렌지 쥬스 혼합액으로 24시간동안
적어준 매뉴얼대로 먹고, 마시고 했더니 무언가 수북이 나왔다.
내 몸에서 나온 것이라 꺼내어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사진도 찍었다.
과정의 하나인 설사로 몸은 탈진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새 해의 첫 달에 세웠던 다짐을 무난히 지키고
2월 첫 날을 몸 청소로 시작했다는 만족감이었다.
24시간 굶어 몸이 조금 피곤했던 어제 저녁, 매번 그렇듯이
사소한 일로 시작해서 아내와 몇 마디 주고받은 전초전에 이어
일 끝내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강퍅의 펀치를 날리고 말았다.
그만 처다 보라는 뜻으로 내뱉은 과격한 한 마디에 아내는 입을 닫았다.
사소한 일... 이제 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인데...
며칠 전, 재고로 보관 중인 과거에 취급했던 제품을 누님이 몇 대 팔아줬다.
원가로 파는 거였지만 빈집에 황소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이건 십일조, 생각했다가 빚쟁이 보내줄 돈에 보탤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또 한대가 팔려 잘 넣어두었다가 아내에게 빼앗겼다.
몇 년 째 시지프스의 바위 같은 그놈의 사정 때문에 달라는 데 안 줄 수 없었다.
그 때부터 심통이 났다.
무능한 내가 싫고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내가 미웠다.
재물은 허비했고, 부모 형제, 지체의 중보로 살아났는데
말씀의 빚은 무섭지 않고 세상의 빚쟁이는 무섭다.
우선순위를 바꾸면 백배나 받는다 하시는데, 겸하여 받을 핍박을 견딜 자신이 없다.
둘의 마음이 하나 되어 죽으면 죽으리라 해야 하는데
아내를 내려놓지 못하고 남편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7년 전쟁도 아닌 5년을 계획한 복구전인데 아내는 마음이 조급하고
속사람이 변하지 않은 나는 아내를 감싸 안을 인내도, 설득할 지혜도 없다.
말씀이 들어와도 그릇이 작고 약해 번번이 깨져 흘러 없어진다.
내 몸에서 나온 걸 보니 냄새도 없고 색은 비취색이다.
악한 내 속에서 이런 게 나온 걸 보면 몸은 아직 희망이 있나보다.
‘나와 복음을 위해’ 버리지 못하고 세상에서 다 허비했는데도 몸은 남겨주셨으니
아내와 내가 서로를 버려
한 영으로 거듭나길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