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날 이해해줘
작성자명 [오혜숙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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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02
2004년 이른봄 그 날
박태기 나무에 쌀알 같은 모양의 진분홍 꽃망울이 옹기종기 맺히기 시작할 때
학교 기사아저씨의 무지한 전기낫질에
박태기 나무는 꽃망울을 피우지도 못하고 베어져 버렸다.
밑둥만 남은 나무에 겨우 몇개를 메달고 있는 박태기 나무.
허탈에 무릎이 꺽이어 잘려져 버린 박태기 나무 앞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았다.
잘려져 버린 박태기 나무가 앞으로 내 모습인양 바라보면서...
그 해
몇일전 또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남편한테
최후 협박으로 이혼을 요구하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학교로 찾아와
무릎꿇고 울멱이며 다시 술 먹으면 법적으로 처리해도
수용하겠다고 각서를 써서 건네주며 믿어달라고 했다.
벌써 몇번째의 각서인가?
이제는 수치심도 없는가?
그 뻔한 거짓말
몇일 못갈 약속
끓어 오르는 분노에
모멸과 증오심에
그래도 다시
이번만은 참말이기를
내 의심이 잘못이기를
그러나 여지없이
이틀도 되지 않아
뻔한 이유를 대고
술냄새가 내 코를 자극 시키는데도
내가 신경과민이라 과잉반응 한다고
나를 도리어 몰아 세운다.
미처 몰래 버리지 못한 술병을
딸아이가 자기방 문뒤에서 찾아서
슬픈눈으로 네게 전해 준다
아빠 혼내지 말라며....병원 데리고 가라며
뉴스에서 전한다.
어떤 엄마가 자식들 데리고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나는 마음대로 죽을수도 없고
오로지 견디어 내야 하는 죽음같은 시간들
언제까지나...............
마지막으로
지친마음과 몸을 위로 받을수 있는 곳은
80넘은 노모에게 털어 놓아야 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죽을것 같애 .
엄마 내가 혹시----------- 최서방과 --------이혼하게 되면
그간------- 너무 힘들었구나. 하고 이해해 줘 .
정말 미안해
가만히 듣고 계시더니
애들 봐서 참아라 하신다.
참았던 눈물이 끝도 없이 흘렀다.
늙은 엄마는 거친손으로 나를 어루만지시고
네 막내 외삼촌이 술로 50도 안되서 죽었다.하시며
최서방이 그지경이냐? 하신다
8남매 중에 부모 가슴에 대못박는 자식이 되버린 나
늙으신 부모님께 끝까지 숨기고 싶었는데
너무 힘들어
죽을것 같아
늙은 엄마품에 토해내고 말았다.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말라고 부탁하고....
그때부터 우리집 근처에서 혼자 사시는 엄마는
매일 사위한테 전화해서 밥을 해 놓고 먹으러 오라고 하시고,
안색을 살피고,
마누라가 못되서 자네 힘들게 할거라며 위로해 주시고
보약해서 먹이시고
친엄마가 돌아가셔서 돌봐줄 엄마가 없어 불쌍하다며
당신 막내아들 다루듯 하신다.
나는 단죄만 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사랑으로 사위의 가슴을 녹이고 계셨다.
부모에게 자식이 할 수 있는 최대 효도는
잘 사는 모습일 것이다.
엄마가 자식을 위해서 오래 오래 살아주심에 감사하고
자식은 잘 사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드려서
부모님이 편한 마음으로 주님께 가실때 까지 보여 드려야 한다.
아버지께서 하늘로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아버지께 물었다.
아버지 제일 걱정되는게 있으세요? 했더니
나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너 하셨다.
아버지! 이제 걱정 안하시죠? 보고 계시잖아요
다 지난 얘기인데 내 입장에서만 고백하는게 옳은건지 모르겠다.
그때는 몰랐지만
남편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