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보이지 않는 남편과의 전쟁...
작성자명 [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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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1.25
남편이 집을 나간지 18일째...
남편이 제가 있는 곳을 떠나 다른 곳에 집을 구해 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남편은 제가 걱정 되는지 함께 살 때는 하지도 않던 전화를 매일 해 줍니다.
특별한 용건도 아닌데 함께 뭘 사러 가자, 뭐 좀 알아봐 달라, 강아지는 잘 있냐..등등...
이유야 어찌 되었든 좋습니다.
저는 남편이 구원 받고 다시 가정이 회복되는 날까지 기다리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에
연락을 계속 해 주는 그 사람이 고맙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제가 교회에 오래 있어야 해서 강아지를 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주일 아침부터 집에 와서는 강아지를 봐 줍니다.
집에 다시는 안 오겠다더니 강아지 때문에라도 와 주는 그가 고맙습니다.
주일 예배가 끝나고 목장 분들과 식사를 하고는 3시까지 집에 오라는 남편의 분부에
얼른 장을 보고 집에 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를 굽고 찌개를 끓여서 식사를 차립니다.
밥을 먹고 집에 간다고 나서는 남편에게 이것저것 살림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들려 주면서
슬그머니 지난 주 김양재 목사님의 설교 CD를 건냅니다.
오늘 예배도 못 드렸으니 대신 가면서 이거라도 들으면서 예배 드려...
(남편은 CD를 받아 들더니)
응 차 안에 뭐 있던 거 들어봤더니 말씀은 좋더라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런 거 필요 없다고 내팽기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씀은 좋더라니요.
지난 성탄주일에 한번만 가 달라고 졸라서 왔던 우리들교회에서
김양재 목사님의 이혼은 안 된다 라는 절규 아닌 절규를 듣고는
불같이 화를 내고 다시는 여기 안 온다고 뛰쳐 나갔던 사람이..
언젠가 혹시 듣지 않을까 싶어 제가 차 안에 두고 왔던 로마서 강해 테잎을 들었다는 말을 하니 정말 귀가 번쩍 뜨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속으로는 할렐루야 를 외치면서 겉으로는 차분하게 그래...가면서 들어봐...
화요일에는 남편이 무슨 일인지 자기 사는 곳으로 초대를 해서 저녁을 사 준다고 합니다.
회사 일 때문에 머리가 깨지게 아프다는 남편이 이게 또 왠 일인가 싶어
강아지 두리를 데리고 남편 사는 곳으로 갑니다.
나름 근사하게 차려 놓고 사는 남편을 보니 살짝 부아가 나기도 했지만
그저 불러준 것만도 감사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강아지를 너무나 좋아해서 너 땜에 산다... 며 강아지랑 한참을 놀아주던 남편이
왠 일인지 자고 가라... 고 합니다.
자기는 이불도 없는 바닥에서 오리털 파카를 덥고 잔다며 드러 눕는데
혼자 침대 위에 누워 있으려니 너무나 마음이 불편해서 집에 간다고 했더니
끝내 자고 가라 해서 그냥 순종하는 마음으로 드러누웠습니다.
밤 새 잠도 안 오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뜬 눈으로 밤을 샙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 4:6-7)
오늘 암송했던 이번 주 일대일 성경구절을 끝도 없이 되뇌이며
하나님....제가 하는 말과 행동 모두에 지혜를 주셔서
남편이 회사 일로 힘들고 괴롭다고 하는데 옆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게 해 주시고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알게 해주세요...
아침이 되어 남편이 회사 일로 해결이 안 되는 2가지 문제를 놓고 또 괴로와 합니다.
이정자 집사님의 말기암이 낳은 사건을 얘기해 주면서 남편에게 얘기합니다.
말기 암이 낳는 것이 쉽겠어. 업체 사장님의 마음이 바뀌는 게 쉽겠어...
하나님께 기도하면 꼭 들어주시고 문제가 해결될꺼야.
정말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얘기했는지 나도 모르게 분명히 해결 될 거라고 장담을 합니다.
남편은
무모한 소리 좀 하지 마라. 그리고 말기 암이 낳는 게 쉽지. 이 사람은 절대 마음 안 바뀐다...
저보고 집에 좀 있으라고 하고 나가는 남편 뒤에서 하나님께 매달립니다.
하나님...우리 남편의 구원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그 업체 사장님의 마음이 바뀌도록 도와주세요....
상 아래 개들에게도 아이들 먹던 부스러기를 먹이시는 예수님...
저에게도 부스러기를 주세요....
그리고 업체 사장님의 마음이 바뀌어서
남편이 이것이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거란 걸 알게 해주세요...
한참을 간절히 기도하고 점심 쯤 되자 남편이 돌아옵니다.
업체 사장이 마음 바꿔서 해결이 #46124;다
할렐루야!!
하나님은 또 기적을 베푸십니다.
말기 암 환자를 낫게 하는 것보다 어려울 거라는 사장님의 마음을 바꿔주셨습니다.
제가 그것 봐. 기도하면 다 들어 주신다고 했지
하나님 빽을 뒤로 한 저는 의기양양 신이 났습니다.
남편이 또 다른 문제 해결을 위해 일터로 떠나고 저는 또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필요하다면 이번에도 이 말도 안되는 일을 해결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결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전 그게 아무렇지도 않고 그저 하나님께서 다른 뜻이 있으실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조심스럽게 우리 집에 가서 저녁을 먹겠냐고 하니 처음엔 싫다던 남편이 따라 옵니다.
집에 와서 얼른 저녁을 차려 주고 수요 예배를 가야 하기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나...이혼한다는 친구가 있어서 교회에 오라고 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집에서 강아지 좀 봐 주고 있으면 안돼?
이혼? 그걸 왜 막냐. 이혼 할 사람들은 빨리 헤어지는 게 맞아. 빨리 이혼하라고 해라
에효....
이것이 사단의 유혹이었는지 저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듭니다.
아니 당신은 이혼장려촉진위원장이야? 이혼이 뭐가 좋다구?
당신이 회사 일로 사람들한테 치이는게 다 나 힘들게 해서 그러는 거야.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도 피눈물 나는 거 몰라?
내가 지금 이렇게 웃고 있어도 내 속은 썩는다..
아...내가 왜 그랬는지...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내 속이 썩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는데,
그런데도 나는 집에 온 남편 앞에서 투정을 부리고 싶었나 봅니다.
그랬더니 그 때까지 집에서 강아지를 봐 줄 것 같던 남편이
옷을 챙겨 입고는 벌떡 일어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립니다.
강아지를 혼자 두고 교회로 가는 차 안에서 생각을 합니다.
아니, 그럼 나는 이 정도 감정 표현도 못 한단 말이야! 겨우 이 정도 투정도!!
하나님, 제가 사단의 시험에 넘어간 건가요? 아니잖아요.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녜요... 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처량해집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곧 나에게 아니라고 하십니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내가 또 혈기를 못참고 투정 부렸나보다. 안 그럴라 해도 아직 힘드네...미안해...잘 쉬어...
답장이 안 오려니 생각했는데 곧 띵똥 소리가 납니다.
너만 힘들고 난 편한 거 같니? 나쁜 걸 알면서 이러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니. 잘 지내라~
또다시 마지막 을 선고하는 것 같은 남편의 문자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집니다.
아프리카 비젼트립을 앞두고 내가 끝까지 죽었어야 하는데
어쩌자고 나는 혈기를 부려서 일을 이렇게 만들었나...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목사님께서
우리는 왜 이렇게 인정 받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리가 밟히고 인정 받지 못하는 거 예수님이 다 아시고
다 갚아주신다고 하셨는데...
사도 요한은 헤로디아의 딸로 인하여 목잘림을 당하는 일까지 당했는데
우리는 이게 뭐라고 아우성들인지..
하나님 죄송합니다.
제가 또 인정 받기 원하고 위로 받기 원했습니다.
주님께서 다 알아주신다고 했는데, 저는 또 남편에게 위로 받고 싶었습니다.....
제가 또 유혹에 넘어가서 일을 망쳐 버린 게 아닌가 싶어 속이 상하고 죄송합니다...
악 소리도 내지 말고 기다렸어야 하는데 제가 소리를 내 버렸습니다...
저는 왜 이것밖에 안되는 건가요....
전쟁에서 또다시 패배한 병사의 심정으로
회개 기도를 합니다....
수요 예배가 끝나 집에 돌아오고 12시가 넘어 남편에게 전화가 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자기가 그동안 나랑 헤어지고 내가 불쌍해서 계속 연락을 했는데
그게 서로에게 안 좋은 것 같으니 앞으로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겠다고,
앞으론 혼자 살 길을 찾아서 잘 살라고 합니다.
자기는 나랑 함께 사는 것이 죽기보다 싫고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절대로 같이 살 수 없고
나랑 같이 있다가는 우울증에 머리가 터져
자살해 버릴 것 같으니
앞으로 연락하는 일 없도록 하자고 합니다.
절망스러웠지만 제가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길 바란다는 남편에게
저도 당신의 구원을 위해 매일 기도하겠다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마음이 또 요동치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요동치 말라 하시니 잠잠히 기다립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믿으라 고 하시니 그냥 믿고 기다립니다.
아무런 희망도 안 보이지만,
끝이 어딘지도 보이지 않는 전쟁이지만,
제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정신병자 라고 하지만,
요동치 않고 기다립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굶주린 무리 4천명을
떡 일곱 조각과 물고기 두마리로 배불리 먹이신 하나님께서
저에게도 배불리 먹고 차고 넘치도록 은혜로 채워 주실 것을 믿고
감사함으로 기다립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