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폭포 속에서 혼절하다 (3): 버려라 이놈, 죽여라 이놈!
작성자명 [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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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1.23
[생각이 기도를 앞서 올렸던 자유나눔 포스팅에 마음이 걸려 이 글 올리는 것조차 주저하고 있었으나, 그 또한 자만이며 죄임을 깨달았습니다.]
이 주일 아침의 주의 음성은 그치질 않습니다.
더 큰 사자의 호통으로
제 막힌 가슴팍을 꽝꽝 두드리십니다.
말씀은 날카롭게 갈아 세운 칼날이 되어
제 막힌 심령을 쉴 새 없이 조각 냅니다.
잘라진 조각 사이로 선명히 들여다 보이는
죄의 근원이
제 뚫린 가슴팍을 쉴 새 없이 후벼 팝니다.
네가 가진 것이 네 것이냐
네게 잠시 세내어주신 네 주인께서
당신 것을 이제 당신께서 맡겠노라 하셨는데
무에 그리 떼를 쓰고 바락바락 악을 쓰느냐
왜, 세 품목일 뿐인 네 딸들이 네것인양
혼돈하여 바둥바둥 움켜쥐려느냐
버려라 이놈, 죽여라 이놈
네 딸들을 버리고 너를 죽이면
네놈도 살 것이고 네 딸들도 살 것이다.
나는 네 목숨을 위해 내 아들을 죽였노라
내 죽은 아들을 올려보고
네 그 광기 어린 집착과
네 그 잘난 딸들을 당장 내려놓지 않으면
영원한 심판의 못 속에서 펄펄 끓으리라.
오 주여
오 주여
여기 있습니다
여기 제 도둑놈의 심보로
벌벌 떨며 움켜쥔
당신의 것을 당신께 돌려 드리나이다
저의 영혼은
쏟아지는 말씀의 폭포 속에서 혼절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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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 도다…..(막 7:6-7)”
아이들 셋의 이름을 노을, 가을, 마을로 지어놓고
발음이 가까운 영어 식 이름들을 붙였습니다: Noelle, Gayle, and Myles
가을날, 작은 마을 위로 몰려오는 저녁 노을…..
(Sunset over an Autumn Village)
“지는” 노을을 떠올려 찝찝하시다는 걱정은
얼마나 시적 입니까 아버님, 물리쳤습니다.
하기 쉬운 둘째 가을이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큰아이 보다 십육 개월쯤 늦게 태어났습니다.
간호사 하는 애 엄마가 임신 삼 개월 전에
어느 노인 환자에게서 Chicken Pox를 옮겨 받았습니다.
의사 둘이
뱃속의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니 떼라고 했으나
제 어머님이
아니,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을
어찌 뗄 수 있느냐고 잘라 말하셨지만
에구, 어머님이 무얼 아시냐고 들은 척도 않다가
큰아이 담당 소아과 여의사가
무슨 소리냐고 눈을 부릅뜨고 나서야 그제서야
아이 뗄 마음을 접었습니다.
“모세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고 또 아비나 어미를 훼방하는 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가로되 사람이 아비에게나 어미에게나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만이라 하고 제 아비나 어미에게 다시 아무 것이라도 하여 드리기를 허하지 아니하여 너희의 전한 유전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며 또 이같은 일을 많이 행하느니라 하시고 (막 7:10-13)”
제가 사랑니 네 개 뽑는 수술 받고 거실에 널브러져있던 오후에
애 엄마가 진통을 시작해서
꼼짝 못하는 저 대신 제 친구 Bill 의 아내 Cynthia 가
애 엄마를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순산이긴 하였으나 갓난애의 머리 한쪽이 몹시 부어있고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출산 중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여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수일 후에 눈을 뜨긴 했으나 한쪽이 시원칠 않았습니다.
항상 반쯤 감겨 있었습니다.
땀을 흘려도 몸의 반쪽만 흘리고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자로 재고 금을 그은 듯
딱 반쪽으로 갈려서
색깔마저 한쪽은 붉고 다른 한쪽은 하#50604;습니다.
소아과 의사들이 확실한 진단을 못 내리고
아무런 테스트를 해봐도 확실치 않고
다른 여러 전문의들을 찾아가 보았으나
신경 계통의 문제라는 것 외에는
도통 분명한 것이 없어 점점 답답해질 때에
제 친구의 친구이며 유태계 의사인 Dr.Chromholtz 가
호너 씨 병 (Honer’s Syndrome) 이라 했습니다.
온갖 의학 서적을 뒤져보았습니다.
정신지체 가능성부터 신체장애에 이르기까지
생길 수 있는 온갖 가능성에
조금씩 더 떨기 시작할 때에도
어머님은 꿈쩍도 않고 “매일, 온종일” 기도하시며
걱정 말라 태연하셨으나
에구, 어머님은 아무것도 모르시니 그저 기도나 하세요 했습니다.
보스턴에 있는 어린이 병원 (Children’s Hospital) 을 찾았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여의사 Elizabeth Dooly 박사는
유아 안과 신경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데
친절한 옆집 아줌마처럼
“무려 두 시간이나” 가을이를 데리고 놀이하며 테스트해보시더니
산모의 Chicken Pox 에서 야기된 호너 씨 병임을 확언하였고
그로 인한 성장발달 부작용은 거의 없음을 단언하시며
시원찮게 떠지는 한쪽 눈은 좀 자란 후에 성형수술 시키면 되고
반 쪽짜리 몸 색깔과 소량의 신경장애는
커 가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라 하셨습니다
아하, 그저 그분의 인품과 권위 있는 인격에
한껏 감동하고 고마워했습니다.
태어나며 유난스레 똘똘하고
성장속도가 유난스레 빠른 큰아이와 어쩔 수 없이 비교되고
이 애가 혹 정신지체는 아닌가 걱정되어 데리고 간
테스팅 센터의 치료사가 저와 애 엄말 어이없이 쳐다보며
지극히도 정상인 (absolutely positively normal) 아일 같고
뭔 극성을 그리 떠느냐고 힐문하듯 했습니다.
레민스터의 한인교회 에서는 그 동안
영어사용 교인들을 위한 동시통역 집사의 의무를 다하고
통역집사님, 장로님 아드님, 으스대는 권위가 입맛에 들치근해
빠지지 않는 열심을 보이며 사도신경에 주기도문 암송 잘하고
성가대의 베이스 파트도 제법 잘 맡아 하고
가끔 대표기도도 멋들어지게 해내면서
가을이를 위한 신유충만 기도는 우리 어머님 몫이매
전 그냥 의학적이고 유아 교육적인 걱정만하며
지식 많고 “교양 있는” 아비로서의 책무만 다하면 그뿐이었습니다.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 도다….. (막 7:6-7)”
뱀의 강 (the Snake River) 과
청색 산 (the Blue Mountain) 에 둘러 싸인
워싱턴주 동남부 끝자락의 계곡에 뉘여 있는
칼리지 플래이스로 (College Place) 이사한 후에,
제 언니의 차이나 파빌리언 (China Pavilion) 아동극 오디션에
졸졸 쫓아간 여섯 살짜리 가을이를
래스머슨 (Rasmussen) 연극과 교수가 보고 대뜸
대본을 읽어봐라 시킨 후 즉석에서 작은 역을 하나 맡겼습니다.
연년생 아이들이 대학생이 된 뒤에도 계속된
연극과 무용의 무대활동 내내, 가을이는
제 언니에 치여 늘 두 번째 역할 (second fiddle) 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인기 투표하면 제 언닐 앞서긴 하더라도
전 톡톡 튀는 주인공 큰아이가 훨씬 더 자랑스럽고 대견하나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신문에 두 아이의 무대활동 보도가 자주 올라가며
정 씨스터스의 (Chung Sisters) 이름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연극평론가인 연합 감리교회 목사님이
아이들이 출연한 C.S. Lewis 의 아동극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을 혹평하여
제가 지상에 터뜨린 분노를 기화로
한동안 Letter to the Editor 를 통해 지속된 혈전은
아이들의 이름을 더욱 드러냈습니다.
한줌도 안 되는 꼴 난 글재주로
존경 받는 동네 성직자를 대놓고 비판하며
예수의 십자가 못 박히심을 전하려는 원자의 의도에
마구 흙탕물을 튀기며
인구 오만의 손바닥만한 대학촌에서
그 꼴 난 “명성”을 우쭐우쭐 스스로 부추기는 제게
사실 제 아이들은 쓸모 있는 도구에 불과 했습니다.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흘기는 눈과 훼방과 교만과 광패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막 7:21-22)”
두 딸아이를 “귀신같이” 잘나가는
“품질 좋은” 물품으로 만들어
제 자신의 교만과 야망의 디딤돌로 만들려던 저와 제 악령의
“광기 덮인 집착과”
“귀신 같은” 음모는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