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이 몰아쳐 다시 악을쓰다
작성자명 [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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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1.15
2006/12/23 (토요일)
“흙이 얇은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 해가 돋은 후에 타져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
지난 주일에 꽂히기 시작했던 말씀이 조금씩 희미해 지더니
어느새 마음의 샛길로 빠져 나간 것 같습니다.
가슴이 쿵쿵 뛰던 감격은 더 이상 실감나지 않습니다.
검은 안개가 널 부러진 몸과 마음을 다시 휘감아 옵니다.
“큰 광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부딪혀 배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이 해의 끝자락이 드리워지는 날들 속에서도
눈만 가끔 뜨고 숨만 겨우 몰아 쉬며
전화도 끊어놓고 문도 걸어 잠그고
식물인간 흉내 내는 큰 삼촌이 너무 안타까운 막내 조카가
성탄절 파티 겸 제 손으로 공들여 지은 저녁식사에
삼촌 꼭 와야 한다며 졸라온게 일주일쨉니다.
큰조카 내외도 애들 둘 다 데리고 와 있답니다.
엄마도 와 계시고 할머니도 계시고 작은 삼촌도 여기 있으니
빨리 택시라도 집어 타고 오라고 재촉입니다.
나 도대체 꼼짝 할수없어 아나야, 매정하게 끊었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살아있는 만도 못한 내 자신을 패 죽이고 싶습니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싱크대에 패대기 쳤습니다.
귀찮아. 끝이야. 끝났어.
숨쉬고 있음이 치사했습니다.
의자 등판에 머리를 들이 받아 봤습니다.
느껴지는 아픔도 없습니다.
주여 이 모양 이 모습으로 데려가세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요.
해도 이렇게 지나가니 제 목숨도 그만 끊어 주시지요
한참 악을 써 봤습니다.
광폭한 분노와 절망이 잠시 멈칫하였습니다.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님이 연락도 않고 들어왔습니다.
누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찬송 부르자
찬송 백곡을 눈 감고 외워 부른다는
우리 누나 노랫소리는 아직도 곱고 아름답습니다.
시편 한편을 읽습니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소리 내어 부르짖는
다윗의 시가 튀어나와 가슴 복판을 탕 때립니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로 영원히 부끄럽게 마시고 주의 의로 나를 건지소서”
그리고 누님은 눈을 감습니다.
하나님 제 동생 살려주세요
이제 제게 무슨 간구가 더 있겠습니까
제 동생이 쓰러지면 이 죄인도 쓰러집니다
제 동생의 실패는 제 실패가 아닙니까 하나님!
낮은 소리로 울부짖어 기도하는 여인은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룩이며 평생을 살아온
환갑의 제 누님입니다.
마음의 광풍이 잠잠해 오는가 싶습니다.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 지더라”
……다음 나눔으로는 12/24 주일날의 간증을 쓸 참인데, 우선 제목부터 지어놓고 (“말씀의 폭포수 속에서 혼절하다”) 벌써 올려 져있는 18-1 목장보고서 읽으려 들어갔습니다. 집사님 한 분의 댓글이 거기 있었습니다. “정우석님 정말로 폭포수와 같은 은혜를 받으시고...” 오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