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뿌리
작성자명 [송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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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1.13
눈덮인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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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내가 많이 너그러워져서가 아니라
살아오면서 내겐 강물 같고 남에겐 서릿발 같은
날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깨끗하게 지워주고 싶습니다.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면 저 눈처럼
덮어주는 일이 풍요로운 모습이 되고
용서가 빛나는 풍경이 되는 것처럼 ........
/예수그리스도 복음의 시작 종소리가
종로 네거리의 보신각 종소리마냥 요란한가하니 단 잠은 어데가고
산 위 새벽 초승달이 월촌(月村)의 이름대로
고향 집 뒷 뜰에 서 있던 눈 속에 깊이 청정하던 대나무 숲 마냥
잠든 욕망이 아직 깨어나기 전
산만한 햇살이 아무데고 헤집기 전
광야의 외치는 세미한 소리 듣고
뭉크의 절규대로 마음이 동하고
한 주일내 어쩜 한결같이 틀렸어요
집사님은 레코드 판처럼 그 상처 그 사연 그 자리세요~~~
새해벽두부터 알아듣지도 못하는 컴퓨터듣는다고
종일을 육신도 눈도 자지러지는데
그런 나보다 곱절은 더 자지러지는 목소리들 듣고
거의 처음해보는 야단, 안의 고통, 가시들
남편의 성치못한 몸이 감기와 함께 무릅이 쑤셔 주일성수 못할 수도 있다는 전화와
환타지소설에 몇시간을 코박고 읽던 아들 녀석의 cd좀 깔아달란 부탁에
지금은 기억에도 없는 험한 거절의 말투에
씻지도 못하고 맥 빠져 침대가에 널부러져도
기쁜 것도 슬픈 것도 그저 다 지날 것이며
오직 구하는 것은 세상 끝날 기쁨으로 세상을 내가 이길 것이며
쌓인 책들 속에서 위로 되는 시(詩)주시니
주님의 부르시는 고요한 새벽 종소리로 마음을 전합니다 /
나리소/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가장 고요해지는 사랑이 깊은 사랑이다
나릿재 밑에 나리소 못이 가장 깊고 고요하듯
요란하고 진부한 수식이 많은 사랑은
얕은 여울을 건너고 있는 사랑이다
사랑도 흐르다 깊은 곳을 만나야 한다
여울을 건너올 때 강물을 현란하게 장식하던 햇살도
나리소 앞에서는 그 반짝거림을 거두고 조용해지듯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 마음이 가장 깊고
착해지지 않으면 진짜 사랑 아니다
물빛처럼 맑고 투명하고 선해지지 않으면
<눈 덮인 새벽, 나리소 ; 도종환시집, (슬픔의 뿌리)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