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
눅10장28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대답이 옳도다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니
맨 처음
커피를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시절이었습니다
대학생이던 삼촌을 따라
동인천역 명 다방 이란 곳에서
처음 만난 커피
그 시절엔 학교 규율이 엄격해서
다방은 출입금지 된 곳이라
눈치도 보이고 맘도 떨리고.....
얼떨결에 따라가 마신
내 인생의 첫 번째 커피 맛은
정말 쓰디 쓴 맛 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자주 계시던
마로니에 대학로에서 마시던 달콤한 커피
늘 블랙을 시키시던
아버지를 따라 하고 싶었지만
설탕이 너무 좋았던 제겐 언제나 무리였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소중한 커피타임은
지금도 제겐 너무나 잊지 못할 시간들입니다
결국 마지막 운구행렬도
마로니에를 끝으로 묻히신 아버지의 주검
그래서 커피는 제겐 아직도 추억의 맛입니다
신사동 사거리
처음으로 생긴 Wendy’s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햄버거와 함께
늘 시키던 커피는
언제나 부드러웠습니다
사랑도 이렇게 달콤하리라
결혼은 더 맛있으리라
생각하며 마시던 커피는 온통 달달한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결코 인생도, 결혼도, 달달하지 않음을
언제나 달콤할 수만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교회에서 마시던 일회용 커피믹스
사치라 여겨지던 저만의 커피마시기는
그렇게
100개들이 믹스 한 봉지를 사면
마냥 부자가 된 것 같은 포만감을 제게 주었습니다
삶이 구비치며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함같이
커피 맛도 언제나 같지 않음도 배웠지만
혼자만 즐기던 커피마시기를
많은 이들과 나누는 시간들로 바뀌면서
그렇게 커피는 “함께” 라는 단어도 제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커피를 마셔도 좋다는
약속을 지켜낸 큰 아들과
처음으로 함께 마신 스무디 커피의 맛은
참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작은 아가에서
작은 소년으로
그리고 청년으로 폭풍 성장한 아이를 바라보며
전 전혀 다른 맛을 지닌
커피를 맛보며 아이가 자라길 기대했던
새로운 기다림이란 커피를 마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커피는 늘 변함없이
한결같은 맛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와 마시느냐
어느 시간에 마시느냐
어떤 마음으로 마시느냐에 따라 맛과느낌을 달리 합니다
여전히 골몰하게 생각하기를 즐겨하고
마냥 아이처럼 남겨져 있기를 즐겨하는
제게 둘도 없는 친구로 남겨진 커피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마신 행복이란 커피
때로는 삶이 너무 힘겨워 울면서 마신 슬픔의 커피
그래서 커피는 다양한 맛을 지닙니다
쓴맛
단맛
그리고 신맛
여백이 담겨진 맛
향기가 있는 맛
그렇게 자기만의 맛을 골고루 선사합니다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셨던 제게
때로 커피는 인생이 담긴 맛이기도 했고
추억이 담긴 맛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영생을 얻을까
예수님께 나아갔던 율법사처럼
저는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마십니다
각각의 맛과 향기처럼
모든 사람들에게도
영생의 길은 다른 것 같습니다
때론 모든 재산을
때론 모든 시간을
때론 다른 그 무엇을 내놓아야 합니다
구경만 하는 커피는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마시고 느끼고 삼켜야 합니다
마치
형식뿐인 교회생활과 믿음은 전혀 다르듯이
두 개의 세계는 너무나 동일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율법사에게 먼저 행하라고
그리하면 살리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
이유 없는 사랑
아니, 끝없이 주기만 해야 하는 사랑
게다가 미운사람들을 품어야하는
이 과목은
제가 제일 약하고 가장 못하는 부분입니다
계산하고
영악하게 머리를 굴리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저는 저만의 계산법이 뚜렷합니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그리고
계산하지 못해 바보같이 주는 사랑을
정말 전 못 합니다
아니, 안 합니다,
아니 하기 싫어합니다
커피를 마실 적엔
여유가 있는 마음도
사람과의 계산을 할 적엔 제법 인색해 집니다
그러니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제게 너무 찔리는 말씀입니다
적어도 이웃이란 정의를
내 사랑을 내가 주는 만큼 결정하는 게 아닌
내 사랑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라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사랑을 주었다 우겨도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라니 ............... 더 황당합니다
세상에 이런 법은 없습니다
상대방 마음에 들 때까지
주어야 하는 사랑을 어떻게 합니까 ?
커피처럼
다양한 맛과 모양으로
다른 이들을 사랑한다는 것
그건 제게 주어진 또 다른 모험입니다
그리고
치러야 할 전쟁 같은 사랑 일 것입니다
어떤 이에겐 끝없는 사랑으로
어떤 이에겐 달콤한 사랑으로
어떤 이에겐 상큼한 향기로 다가가는 사랑
쓴 커피 맛을 보기 전에^^;;
정신을 가다듬고
말씀을 실천해야 겠습니다
요즘 제가 제일 즐기는
찐한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과 카라멜을 살짝 얹은
라떼는 ....... 생각만 해도 행복해 집니다
나누는 사랑
베푸는 사랑
손해 보는 사랑
이런 것들을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이웃사랑을
다시 시작해 보기를
그래서
커피보다 더 찐한
주는 사랑이란 카페인에 빠지게 되기를
주지 않으면 주고 싶고
먹지 않아도 배부른 그런 사랑을 하지 않으면
바로 떨리는 중독현상을 민감하게 느끼고 살기를
깨어나면 허탈하지 않는
깨어있으면 더 잘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이웃과 나누기를
그런 커피에 빠진 사람처럼
주님이 원하시는 사랑에 빠진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나를 위한 무대임에도
주인공 아닌 지나가는 자로 살았던 제가
정말 주인공으로 나를 써주실 그 날을 기다리며
그런 사랑을 실천하기를
이웃에게 비로소 사랑을 하는 자라 칭함을 얻는
그런 커피 같은 사랑을 하게 되길
새로운 이름 커피 프린세스^^ 로 거듭 태어나길,
모든 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맛난 커피처럼
그렇게 영원히 기억되는 그런 사랑을 하게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