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아닌, 교회당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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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12.17
12/17(주일) 여호수아 20:1-9 말씀이 아닌, 교회당
부지불식간에 짓는 죄가 비록 살인죄라 하여도 인간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일은 막으려고 도피성을 마련했다고 오늘 본문에 나오는데, 오늘 우리의 도피성이 되어주신 예수님을 묵상한다.
나의 수 없이 많은 죄 중에는 아내에게 고백하거나, 들켜서 용서받은 죄도 있지만 내가 죄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살다가 큐티를 하면서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중에 요즘에서야 보게 된 죄가 있으니 바로 강퍅한 입술로 저지른 죄다. 남편이라는, 아니 그 잘난 남자라는 권세로 별 것도 아닌 일을 그냥 넘기지 못하여 아내를 닥달하다가, 잘못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자존심 때문에 그 자리에서 사과하지 못하고 결국은 아내로부터 잘못했다는 사과를 받아낸 후에야 나도 조금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아내는 “사람 죽여 놓고 미안해 하면 다냐?” 라며 볼 멘 소리를 하여 내가 아내를 수없이 죽이는 죄를 짓고 있음을 말해 주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이렇게 죄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넘어간 죄도 문제지만 나의 신앙생활에서 더 잘못된 점은, 세상에 드러난 죄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내가 찾은 도피성이 예수님, 즉 말씀이 아닌, 교회당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 전 목장에서 나와 비슷한 영적 수준의 지체를 만났다. 그 형제는 교회에 출석하는 이유를, 장차 올 환란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기복적인 것이라고 솔직히 고백함에, 그런 고백도 못하면서 쌓아 온 나의 죄를 들킨 것 같아 고개가 숙여졌다.
나는 20여년을 교회당 순례를 하며 살다가 이제 정착했다. 21년 결혼 생활 중에 이사를 10 여 번 했는데 그때마다 가장 가까운 교회로 옮긴 것도, 내가 지은 죄에 대한 율법적인 찔림으로 기복적인 위안을 얻으려고 도피성을 찾되 그 도피성이 교회당일진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교회를 전전했지만 나의 강퍅함과 교만 때문에 나의 죄를 볼 수 없었고 십자가는 그저 밤하늘에 빛나는 교회당의 장식물 정도로 생각되었으니 말씀을 보거나 묵상하는 일은 신앙적 사치로 여겨질 정도였다.
도피성에 들어가려면 우리의 도피성이 되어 주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져야 하고 그 십자가 위에 내 죄의 명패를 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나의 연약한 믿음은 생색나지 않는 일은 하기도 싫고, 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그 목록을 들추어내기도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