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음/수15장결혼17년차인 저는 뒤늦게 살림을 장만하는 재미가 쏠솔합니다.
짠 순이 각시 때문에 가전제품 하나 맘대로 사기 힘든데
웬일로 각시가 먼저 제안을 해서 얼마 전에 세탁기를 샀고
엊그제는 김치 냉장고를 들여왔습니다.
이참에 반드시 PDP까지 밀어부치겠다고 내심으로 벼루고 있습니다.
에스더 방도 책꽂이랑 의자만 빼고 새로 바꿔 주었는데
기집애가 자기 방에 있는 짐들까지 제 서재에 몽땅 옮겨놓았습니다.
책을 하도 안 읽길래 만화책(만나라 이웃나라,이원복)을 사줬더니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짐취급을 합니다.
짧게 스치는 야속한 마음을 접고 의자마저 제 컴프터용 의자로 맞바꿔 주고 나니
제법 공부하는 고딩 방 같습니다.
지겨운 땅나누기 가운데 첫 사사 옷니엘 내러티브는 가뭄의 단비입니다.
갈 렙은 난공불락의 성읍 기럇세벨을 정복하기 위해
딸을 걸고 용병을 구했는데 탁월한 남자 옷니엘이 갈렙의 사위가 되었습니다.
갈렙의 딸인 악사가 시집을 가기 전에 아버지께 구합니다.
밭도 주고 샘물도 주세요
그러자 갈렙이 군소리도 하지않고 아랫샘과 윗샘을 다 악사에게 주었습니다.
아,
김장김치 두통을 싸주시며 어여 가 하시는
장인어른의 눈빛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처럼 제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약속대로 해브론 성을 갈렙에게 주신 주님,
제가 기업을 지키고 내 가정을 보존하기 위해 갈렙의 신앙을 배우게 하옵소서.
12지파 모두에게 기업을 주셨지만 특별히 유다지파에게 윗샘 아랫샘까지
아낌없이 주시는 성부의 슬픈 눈빛을 깨달고 이제 철든 자식이 되겠습니다.
제 안에 잔존해 있는 적들을 몰아 내어 내 삶의 영역이 확장되어지도록 도우소서.
2006.12.09/헤세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