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원자탄/수9장국화과에 속하는 해바라기는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랍니다.
8∼9월에 꽃이 피기 때문에 올 해 아이들이랑 한강고수부지로 자건거타러 갔다가
제 키만 한 해바라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 먹어본 해바라기 씨는 호박씨처럼 고소한 맛이 약간 있긴 한데
썩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답니다.
혼자서 영화 보는 버르장머리를 아직껏 고치지 못하고 또 극장을 찾았습니다.
비열한 거리-짝패-거룩한 계보-뚝방의 전설-해바라기 까지 모두 컨셉이 비슷한데
희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한 남자 이야기가 맘에 들어서
해바라기를 제 글감으로 선택했다는 것 아닙니까,
영화가 시작되자 학창시절 태식이 괴롭혔던 민석은 형사가 되어 있었고
그의 시다바리였던 양기와 창부는 여전히 정글에서 비열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태식은 그들과의 앙금은 모른다는 듯 손에 낡은 수첩 하나를 쥐고
그 안에 적힌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갑니다.
목욕탕도 가고, 호두과자도 먹고, 문신도 지우고…….
옛날 미친개가 완전히 어리버리가 되어 그 수첩을 줬던 덕자(김해숙)를 찾아
돌아온 것입니다.
모르는 남자를 환대하는 영문을 몰라 어이없어 하며 태식에게 틱틱거리는
덕자의 딸 희주(허이재).
이제 태식은 그들과 함께 희망으로, 새로운 해바라기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혹시나 했나 희주와 어리버리 태식의 멜로 라인에 대한 내 기대감은 깨져버렸지만
태식이 엄마라고 부르는 덕자(김해숙)의 헤세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님 생각이 번쩍스쳐갔습니다.
아, 어떻게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아들로 삼을 수 있단 말입니까,
해바라기의 소원은 해를 한번만 만져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높이 있었기에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바람이 불면 꺾일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해바라기에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 보다는 해에게 좀 더 가까이 있고자 하는 바람이
더 간절했기에 계속해서 자기의 키를 키워나갔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살아오던 해바라기도 너무 긴 기다림에 지쳐서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오오 애재라, 이것은 해바라기 같은 우리네 인생의 한계가 아닙니까,
술마시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
주님, 수 없이 작정하고 해바라기를 결심했지만 내가 못나서,
인내가 버거워서 오늘도 맥없이 무너지는 인생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오 주님,살면서 바람같은 기브온의 계략을 만났는데도
여호와께 묻지 않은 것을 용서해 주옵소서.
결코 사랑하는 가족 때문일지라도 바람에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주님 나를 도와주옵소서.
2006.11.30/헤세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