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도 하지 말라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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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11.23
11/23(목), 여호수아 6:8-27 너희 입에서 아무 말도 내지 말라
오전에는 회사에 바쁜 일이 없어서 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보통 새벽에 보는데, 동서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입원하니 아내를 돕는 처제가 일을 못하는 바람에 포장마차의 업무 시스템이 엉망이 되어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것저것 사서 차에 싣고 수산 시장에 들렀습니다. 평소 제가 장보는 시간에는 수산 시장이 파장 시간이어서 거의 들르지 못하였기에 물 좋은 생선을 사려고 들렀지요. 좋은 생선, 해산물이 참 많았지만 전어를 2Kg샀습니다. 술 많이 먹을 때는 해마다 이 철에 주로 먹던 안주였지만 술을 자제하고는 올 들어 한 번도 먹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10시 쯤 되었는데 아내는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사온 물품을 정리하고 전어 5마리를 얼른 구워서 먹어 보니 맛있더군요. 다음에 먹을 때 편히 먹으려고 손질을 하려는데 물이 안 나오는 겁니다. 전화해 보니 근처 공사장에서 사고를 쳐서 복구하려면 몇 시간 걸리겠답니다. 이미 손은 전어 뜯어먹느라 엉망인데 세수는 물론, 아침에 해결 못한 생리 현상까지....진퇴양난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맛있는 전어를 손질해서 넣어 두고 아래층에 가서 물을 얻어 세면을 하고 출근을 하자.. 설거지는 저녁에 할 생각으로 전어를 꺼냈습니다. 50마리는 되어 보이더군요. 머리, 꼬리, 지느러미를 떼고 배를 갈라 내장과 잔가시를 제거하는 일인데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버려야할 부산물이 쌓여 가는데 아내가 일어나서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 하더군요. “물도 안 나오는데 당신 깡다구 좋네”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아내가 다시 궁시렁 궁시렁해도 그저 묵묵히 전어 손질만 했습니다. 요즘 집안일을 할 때나, 양재천에서 운동할 때, 그리고 집에서 침대 밑에 발을 넣고 윗몸 일으키기 할 때(머리 뒤에 아령을 들고 200개 쯤 합니다) 항상 훈련소에서 훈련받던 생각을 합니다. 무작정 복종했던 6개월도 잘 견뎠는데 하나님 자녀 된 축복 속에 치르는 이 훈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는 내 죄를 보기 위해, 내 마음의 악한 뿌리, 여리고의 성벽 기초까지 허물기 위해 시작한 영적 전쟁인데 아내의 잔소리 쯤은 귀여운 새의 지저귐 정도로 들립니다. 김상용 시인의 말처럼 새소리는 공으로 듣지요 뭐. 묵묵히 입닫고 시키는 대로 하면 여리고 성도 무너뜨리는데 나의 공이 무엇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리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새로운 죄의 뿌리가 자라고 있음을 봅니다. 일대일 교사 숙제 때문에 큐티를 하는 김에 큐티 나눔에 글을 올리다보니 믿음의 선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같은 교만에, 조회 수를 신경 쓰는,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