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작성자명 [심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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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8.17
욥31:24-40
나그네로 거리에서 자게 하지 아니하고
내가 행인에게 내 문을 열어 주었었노라
(31:32)
처음에는 욥의 소식을 듣고 먼 곳에서 욥을 위로하러 온 세 친구가 지금은 마치 욥의 적이 되어 욥에게 비난과 조롱과 거짓과 저주를 퍼붓습니다. 이에 욥도 질세라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자신이 당한 고난이 죄로 말미암음이 아님을 설파하는데 마치 하늘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듯 자신의 의를 강조하니 마침내 듣는 자들로 하여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욥의 당당함에 저로서는 그저 숙연해질 따름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내 주변에 하늘 한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부끄러움 없이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살아 늘 약고 죽어있습니다. 저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새벽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한국에서 잠시 이곳을 방문한 아들과 아들친구가 하롱베이 1박2일 패키지 관광을 가야하기에 일찍 서둘러야 하는데 그만 집에 우산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도 거의 언제나 사무실에 가서 묵상을 하는데 집에 우산이 없어서 어떻게 사무실에 가나하고 있던 차에 아내가 불쑥 여보, 당신 사무실에 가면 우산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가져와서 아이들이 비맞지 않고 가게 해주세요라고 말을 하지 않습니까.,
저의 반응이 시쿤등했습니다. 아니 나도 비를 맞고 사무실에 갈 판인데 비를 맞으면서 두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합니까? 그러자 아내는 곧 자식을 위해 그것도 못합니까? 그러자 나는 대뜸 자식을 위해서라면 당신이 가보는 것도..? 아내가 당장 그러지요 내가 갈께요 하는 것이 아닙니까? 내가 가지요 라고 말하며 일어서는 아내에게 어어, 여보, 내가 갈께요
나는 비를 맞고 사무실 앞까지 갔습니다.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아이고 그만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았지 않습니까? 사무실 문옆 바깥 창문을 보니 비가 더 세게 퍼붓고 있었습니다. 어제 밤에 아내가 내 사무실 열쇠를 가지고 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집까지 갔습니다. 아내에게 열쇠를 받아가지고 사무실에 가서 우산을 꺼내어 집에서 준비하고 있는 아들에게 갔다 주고 저는 사무실 수위실앞에서 주운 비눌을 덮어쓰고 사무실까지 다시 왔습니다.
오늘 아침 말씀은 어제와 동일하게 저를 더욱 더 약고 죽이는 말씀들이 아닙니까. 욥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 거리에 자게 하지 아니하고 자기 집문을 열어주었다고 합니다(31:32). 다 큰 자식도 자식인데, 게다가 사랑에는 수고가 따른다는 그 사실을 모르고 내몸뚱아리 하나만 생각했던 제가 오늘 아침 왜 이다지도 부끄러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더 부끄러워지는 것은 하늘 한점 부끄러움없이 살아가는 듯 보이는 사람과 함께 사는 내가 비교되어 한심스러워 부끄러웠고 또 나같이 수준낮은 사람과 함께 살지 않으면 안되는 그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어 안스러워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미안하여 전화 한통했습니? 여보, 미안해요.
<언제> <나도> 하늘 한점 부끄러움없는 그런 수준의 삶을 사는 날이 올까요. 오 주님, 태생적(胎生的)으로 이기(利己)를 몸에 갖고 태어난 이 종을 제발 하루속히 주님이 기뻐하시는 종으로 길들여지게 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