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이 이것을 다 보았고
작성자명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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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7.24
토요일 저녁, 어머니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닌 4년 전 위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지금은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수술 받기 전부터 교회 등록하고 나가셨는데
그땐 기도하려고 해도 기도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바쁠 땐 주일예배 빠지기도 하고... 그냥 그러셨지요.
근데 지금은 웬만하면 주일을 지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 때든 마음속으로 기도가 나온다고 하십니다.
그게 참 신기하다고...
또 공책에 성경구절을 베껴 써보는데 너무 좋다고 하십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좋아서 그리 하신 것이지요.
어머닌 부끄러운 듯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가끔 일기를 쓴다고요.
마음이 복잡할 때는 그것을 그대로 공책에 써놓고 나면
왜 그렇게 시원한지 모르겠다고...
전엔 뭔가 복잡한 일을 마음에 담고 걱정하며 끙끙 앓았는데
기도하거나 일기를 쓰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고 하십니다.
그러고 나면 ‘내가 무슨 걱정이 있었나’ 싶고
잠이 잘 온답니다.
자식 키우는 것 말고 별 다른 재미없이 살던 어머니였는데
요새 재미를 느끼며 사시는 듯하여 저는 참 좋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달으면
기쁨이 무엇인지 그 맛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변화가 놀랍게 느껴집니다.
치료 받으며 힘들어하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시는 것도 같구요.
언제든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야겠다는 말씀에서도 그런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필통에 쓰기 편한 볼펜을 넣어드리고
머리맡에 공책을 두 권 놔두었습니다.
살면서 받은 상처들이 마음에서 비워지고
새롭게 하나님으로 채워져서 어머니 마음이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기도가 안 나오던 어머니 마음에 자연스레 기도가 나오게 된 것은
하나님이 그만큼 가까이 다가가셨기 때문이겠지요.
욥이 바란 것은 하나님의 대답을 듣는 것입니다.
그때에야 그는 누가 충고하거나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지금 느끼는 슬픔에서 벗어나
기쁨을 소리쳐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기다림은 눈물겹지만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