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작성자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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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03.10
민 6:1~12
지난 구정에,
남편이 외로웠나 봅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갔는데,
중간 사이즈의 맥주를 은근 슬쩍 집어 넣더니,
안주로 육포까지 넣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목자가 무슨 맥주를 먹냐고..
그러면서 목장식구들한테 술먹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하냐고..” 말렸는데,
남편은 못 들은 척했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구정이라 오고 가고 떠들썩한데,
남편은 한분 계시던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누님마저 가시니,
찾아 갈 가족이 없는게 외로웠나 봅니다.
게다가 아들은 아기가 아파 구정 저녁에 온다 하고,
딸은 시댁에 가야 하니 더 그랬을 겁니다.
저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더 이상 말리지는 못했는데..
남편은 집에 오더니,
맥주를 놓고, 육포를 놓고 직접 술상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T.V에서 방송하던,
세시봉친구들을 보며 즐겁게 두잔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남편을 보니 얼굴이 불덩어리 같이 빨개졌습니다.
너무 빨개서 놀랄 정도였는데,
아마 술을 이기지 못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빨간 얼굴이 자기가 보기에도 추했는지,
씁쓸해 하며 남은 맥주를 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실인은 포도주와 독주를 멀리하라는 오늘 말씀을 묵상하다,
문득 그 날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도,
일생을 하나님께 드리고 가야 하는 나실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실인은,
오늘 말씀 1절부터 12절 까지 구별하라는 말씀이 10번 나올 정도로,
구별할 것이 많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도,
외모도,
가야 할 곳과, 가까이 할 사람도 구별하라십니다.
그런데도 너무 외로워서, 즐거워서, 기뻐서, 슬퍼서,
세상과의 구별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세상은 죽을 일이 쌓인..부정한..시체들이 널려있는 곳이고,
우리의 감정은 그 세상을 향해 달음질하기에,
구별 되기 힘든 것을 아시고 그러실겁니다.
어떤 시인의 싯귀에,
인생은 외로운게 당연하다는 글을 읽고 공감했던 적이 있는데..
이 세상은 외로운 곳입니다.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가야합니다.
외로움을 이기려고 다른 짓을 하면 더 외로워집니다.
앞으로 점점 외로울 일이 많은 나이에..
외로움을 견디는 것은,
나실인의 구별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먹고, 쾌락을 쫓는 것이 아니라,
슬퍼서 위로 받으려고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로부터 구별 되는 것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