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에서 당한 봉변/창12:10-20 한동안 몸이 바쁜 것보다 마음이 바빴었나 봅니다.
일주일 사이에 교통사고 두 건을 대인, 대물, 자차까지 해결하고
여유 있게 늦잠을 자려했지만 7시가 되면서 허리가 아파 일어났는데
싱크대에 설거지가 그대로 있고 아내의 기침소리가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밥해서 큰 딸내미 먹이고 학교까지 픽업해 주는데
에스더 친구 명지가 어제 방송국 알바 갔다가
혼쭐나서 학생증까지 버리고 온 이야기를 하기에 따끔하게 야단쳐 줬습니다.
아브람이 마누라 팔아먹는 이야기로 언제부터 글을 쓰려고 했지만
딱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예주 데리고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기탄수학D-4 , 어린왕자 영어Tape , 철학 읽어주는 남자 , 미술 읽어 주는 여자 를
골라 회원 카드도 만들고 바로 옆 식당에 들러 사온 설렁탕으로 온 가족이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점심을 사먹었는데도 설거지가 또 쌓여서 하루 종일 설거지만 한다고 푸념을 했더니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핀잔을 줍니다.
어휴, 약이나 먹어 아줌마야,
어느 집이든 사는 것이 비슷비슷하겠지만 제 각시는 제가 잘해주면 바로 아파서
들어 눕습니다.
내가 속 썩이고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아플 겨를이 없는데 요새 제가 잘해줬더니
확실히 긴장이 풀렸던지 목감기가 나서 나를 종놈 부리듯 합니다.
그래서 진즉에 생텍쥐페리는 그의 책 “인간의 대지”에서
부지런한 꿀벌은 슬퍼할 틈이 없다 고 하질 않았습니까,
창세기가 아직 오분의 일을 가고 있는데 의인 둘이 계속 망신을 당합니다.
몇 일전에 의인 노아가 옷 벗고 자다가 들켰고,
오늘은 아브람이 애굽의 바로에게 아내를 팔아먹었으니 말입니다.
이것을 놓고 사람들마다 각자의 평가를 하겠지만
그리스도인의 윤리는 거짓말이냐 진실이냐, 이웃 사랑이냐 이기주의냐, 하는 식의
단순한 윤리 기준을 세워 두는 것은 미성년자의 모습입니다.
저도 잠잘 때 옷을 다 벗고 자는데 노아가 옷 벗고 잔 게 뭐 그리 큰 잘 못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을 처리해 갈 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내의 형편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의 안전만을 추구한
이기적인 생각이 지탄을 받아야할 문제의 핵심입니다.
원컨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대로 인하여 안전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 인하여 보존하겠노라 는 생각이 얄미울 정도로 자기중심적이지 않습니까,
신혼 초에 제가 손해사정인 준비할 때 아내가 치과에 다니면서 가끔씩 의사 몰래
아는 사람들 치료해 주고 받아온 불로소득이 있었는데
돈(기근)때문에 애굽의 바로에게 아내를 판 아브람이 바로 내가 아닙니까,
내가 아내를 팔아 기근은 극복한 것을 주께서 지적하셨으니
내 이기심을 회개하고 나 때문에 고생한 아내를 잘 돌보게 하옵소서.
다시 한번 하나님이 주신 환경 가운데 당신의 진실성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행할 것을 다짐합니다.
2006.5.20/헤세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