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칠일을 기다려...
작성자명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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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5.13
가득 찬 물이 이제 감하여집니다.
깊음의 샘이 막히고 하늘의 창도 막히고 비가 그쳤습니다.
불어난 물들이 조금씩 줄기 시작합니다.
햇볕이 내리고 물은 천천히 말라갑니다.
땅으로 스며들기도 합니다.
노아는 이제 기다립니다. 땅에 발을 딛는 순간을.
노아는 방주를 짓고 그 안에 들어가
물이 불었다가 빠져나가는 동안
오래오래 기다렸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갑갑했을 겁니다.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방주에 갇힌 노아를 오랜 시간 그대로 두십니다.
금방 물을 마르게 하여 얼른 밖으로 불러내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가만 놔두셨습니다.
힘든 상황을 알면서도 그대로 놔두신 하나님은 노아를 사랑하지 않으셨을까요?
아닙니다. 그 동안도 하나님은 노아를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바람으로 물을 말리셨습니다.
노아가 모르는 동안 분명 물은 조금씩 빠지고 말라갔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하나님은 노아를 돕고 계셨습니다.
제가 노아였다면 어땠을까요?
‘아, 오늘도 여전히 물이 가득하구나’ 탄식했을 겁니다.
‘하나님은 나를 잊으신 걸까? 언제까지 이 비좁은 방주에 갇혀있어야 하나?’
원망의 마음이 스쳤을 겁니다.
저의 약함을 알기에 노아의 끈질긴 믿음과 인내심에 감동합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믿음과 인내심을 갖기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아니까요.
불신과 포기의 마음이 저에게는 더 쉽습니다.
노아가 기다림을 포기했다면,
땅이 말랐는데도 방주의 뚜껑을 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지 않았다면
그는 물이 마른 뒤에도 물이 넘친다고 생각하며
방주에서 그대로 지냈을 겁니다.
하나님과 노아는 관계가 없어졌을 겁니다.
노아는 하나님의 소리를 다시는 듣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노아는 오직 하나님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아득했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방주 속에서 믿음의 불을 켜고 끝까지 기다렸습니다.
일백 오십일이 지나고, 더 몇 달이 지나고, 다시 사십일이 지나고,
칠일을 기다리고, 또 칠일을 더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방주뚜껑을 열고나올 때까지 한없이 길고 오랜 침묵을 참아냈습니다.
그 외로움 끝에서 드디어 “나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 순간 노아는 눈이 번쩍 뜨였을 겁니다.
춤이라도 추고 싶지 않았을까요?
하도 좋아서 그는 땅에 나와서는 기쁨으로 번제를 드립니다.
하나님은 그 향기를 기쁘게 받으시지요.
지금 저를 힘들게 하는 물, 저를 빠트려 땅에 발 디딜 수 없게 하는 물,
기가 막힌 침묵의 물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겠지요?
하나님은 저 멀리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제 곁에서 조금씩 물을 말려주고 계시겠지요?
그것을 믿고 싶습니다.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않고
모두 하나님께 맡겨야겠습니다.
언젠가 “나오라”는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때까지 침묵을 견디며 끝끝내 기다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