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에서 유익으로
작성자명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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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4.22
‘저가 전에는 네게 무익하였으나 이제는 나와 네게 유익하므로’ (빌레몬서 1:11)
오늘은 바울의 편지를 묵상해봅니다. 바울은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동역자인 빌레몬과 여러 형제 자매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거기에 오네시모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바울은 오네시모가 전에는 무익했으나 이제는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쓸모없는 오네시모가 쓸모 있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 것이 저의 마음을 끕니다. 비록 제가 지금 별로 쓸모없는 존재라고 해도 오네시모처럼 나중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느껴져서입니다.
산골아가씨가 저에게 또 부탁을 해왔습니다. 지난번 자신이 쓴 한 권 분량의 수필들을 보여주며 저보고 고쳐달라고 하길래, 한 번 더 읽고 직접 문장을 고쳐보라고, 스스로 고치는 게 더 좋겠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런 말이 그에게는 섭섭했나 봅니다. 자기를 위해 한 말이었는데요.
아무튼 저에게 글들을 고쳐달라고 다시 부탁을 하네요. 혼자 글을 다듬으면 글공부도 되고 좋을 것 같은데 그걸 저에게 미루는 태도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 거절하기도 그렇고 한번 보아주어야겠습니다.
산골아가씨의 친언니는 신춘으로 등단한 분입니다. 그런데 그는 왜 언니에게 부탁을 안하고 저에게 고쳐달라는지 모르겠습니다. 샐쭉 토라지기도 하고, 거절해도 또 부탁하고... 아무래도 그에게는 제가 만만한 상대인가 봅니다...
가끔 저는 남의 숙제를 대신해주는 숙제대행사(?)처럼 느껴집니다. 여고생들 독후감 쓰는 것을 도와주고, 소설 쓰시는 분의 글을 윤색해드리기도 하고, 2년 동안 대학 편입한 분의 레포트를 거의 다 써주어서... 다니지 않은 학과지만 그쪽 분야를 좀 알게도 되었구요.
일이 없을 땐 아무 일이든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요샌 약간 부담스럽게도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저도 배가 부른 모양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요. 힘들고 갈등이 있다해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주님을 만나기도 하겠구요.
오네시모는 전에는 무익했으나 이제는 유익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오네시모는 유익한 존재가 되기 위해 기도하고 많이 애썼겠지요. 물이 포도주로 바뀌듯 유익한 존재로 바뀐 요네시모처럼 저도 바뀔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저를 필요로 하시고 제가 주님께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받기를 바라지 않고 먼저 건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