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친 유다
작성자명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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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4.11
모두가 주님을 죽이려고 할 때, 예수님을 판 유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뉘우칩니다. 가서 은 삽십을 돌려주며 그분은 죄가 없으니 풀어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유다는 가슴을 치다가 스스로 절망하고 맙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예언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정한 한 사람의 몸값이 은 삼십이고, 이것은 토기장이의 밭값이 될 거라고요. 말씀은 틀림없이 이루어졌고... 예수님은 아무 죄 없이 고통을 당하시게 됩니다.
유다가 조금 더 빨리 은 삼십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면 십자가의 처절한 고통은 없었을 것입니다. 유다가 조금 더 뜨겁게 예수님을 마음에 품었더라면 그처럼 스승을 배반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유다는 ‘때를 놓친’ 불행한 사람이지요.
누구에게나 일생에 좋은 기회가 세 번 온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만 오는 게 아니라 수없이 많은 기회가 옵니다. 모든 것이 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단지 제가 어리석어서 때를 놓치는 것뿐이지요.
저는 어리석어서 더없이 좋은 기회를 한번 놓쳤습니다. 그땐 제 아픔에만 눈멀어 아무것도 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제 고통으로 사랑을 맞바꾼 어리석은 유다일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때를 놓치고 예수님을 파는 때가 있습니다. 제 게으름으로 아까운 시간을 팔거나, 제 오만으로 값진 만남을 팔기도 합니다.
유다의 죽음은 헛되었으나 예수님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유다가 흘린 피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으나 예수님이 흘리신 피는 우리를 구원하는 보혈이 되었습니다. 유다는 죽었으나 예수님은 다시 살아오십니다. 유다는 절망이지만 예수님은 희망이십니다.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잘 살아야겠지요. 잘 사는 삶은 부와 권력과 명예의 쌓음은 아닐 것입니다. 소록도에서 나환자들과 일생을 함께 한 외국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일생 나환자들을 위해 바친 분들의 태도가 너무 겸손하고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감동했습니다.
저는 그 정도의 그릇은 못 되지만... 적어도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습니다. 유다처럼 헛되이 예수님을 파는 일이 없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요...
(기도)
주님, 알면서도 놓친 때
알지 못해서 놓친 때가
저에게도 많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했습니다
제게 오는 모든 것이
축복의 때임을 알고
때를 놓치지 않게 하십시오
제가 만난 모든 사람이
빛나는 선물임을 알고
때를 소중히 여기게 하십시오
사랑할 때
깨어있을 때
귀 기울일 때
말을 할 때
때를 알아
때에 맞게 사는 사람이
되게 하십시오
당신은 피 흘리셨지만
쓰디 쓴 고통을 벅찬 기쁨으로 바꾸셨습니다
당신은 죽으셨지만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주셨습니다
지금도 당신은 어둠을 부수고
부드럽게 빛나는 빛살을 부어주십니다
주님, 스스로 어둠에 갇히지 않고
둥글둥글 피어나는 4월의 벚꽃처럼
껍질을 뚫고 나가게 하십시오
사랑을 믿고 당신을 향해
한 번 더
손 내밀게 하십시오 (2006/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