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와 베드로
작성자명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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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4.08
유다는 예수님을 팔기 위해 입맞추며 인사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정해 보이지만 속은 전혀 달랐지요. 사랑의 인사가 아니라 배반의 인사였습니다. 예수님은 유다의 속마음을 다 알면서도 인사를 받으셨습니다.
유다는 자신이 취할 유익 때문에...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시는 예수님을 버렸습니다. 그때 유다는 예수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았습니다. 입맞추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정답게 인사하면서 버렸습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 우리 어머니는 아주 가까이 믿은, 딸 같은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믿고 보증을 섰는데 어느 날 밤 부도를 내고 도망갔지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라 기가 막혔습니다. 살던 집도 빚쟁이에게 내놓고 아버지 봉급에는 차압이 들어오고 모든 재산이 정말 한 순간에 다 날라갔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그 전날까지도 웃으며 만난 사람이 한 마디 말도 없이 배반하고 사라진 것에 몸서리가 났습니다.
예수님은 배반할 것을 알면서도 유다의 입맞춤을 기꺼이 받으시고 ‘친구’라고 부르셨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오래 전, 저는 한 친구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먼 태도로 저를 대하던 친구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제가 화가 나서... 그 친구와 당장 연락을 끊었다면 그게 마음에 남아서 어떻게도 처리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먼저 형제와 화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연락하기 싫었지만 저는 그 말씀 때문에 다시 연락했습니다. 그때 제가 그 친구에게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들은 말은 ‘너무 착하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 친구는 저에게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말하던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어머니를 배반한 분의 소식을 가끔 듣습니다. 그 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날린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지만... 어머닌 그 전처럼 그분을 미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친구에게 들은 말을 저는 오래도록 잊지 못했습니다. 많이 믿었고 사랑했기에 더 가슴 아팠습니다. 적어도 내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말했더라면... 나를 조금만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까지도 남습니다.
사랑이 담긴 말은 가혹하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랑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랑이 담기지 않은 말은 칼처럼 관계를 쪼개어버립니다. 특히,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하는 말은 더 그렇지요.
베드로의 통곡은 예수님이 없는 자리에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정했기에 더 절절했을 겁니다. 예수님 앞에서는 다정하게 친구라고, 제자라고 하면서... 없는 자리에서 자신이 조금 불리해지니까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 하지만 베드로는 용서받고 다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님은 유다를 만나주지 않으셨으나 베드로는 만나주셨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유다는 예수님을 안다고 했고,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을 껴안고 입을 맞추며 인사했으나 베드로는 멀리 도망쳐서 등 돌리고 모른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아는 척한 유다가 아니라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를 주님은 만나주시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이제 두 번 다시 배반할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베드로의 충성을 아셨을까요?
유다는 믿음을 버리고 예수님을 팔았으나, 베드로는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그 순간 뭔가에 혹하여 예수님을 부인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짐작하신 대로 베드로는 뉘우치고 끝까지 충성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누가 배반을 안 당하고, 또 배반을 안 해보았을까요? “저는 유다이고 베드로 입니다” 이 고백을 누구나 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처럼 믿음까지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순간 실수했으나 베드로의 뜨거운 믿음을 지켜가도록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주님은 그런 모습을 기뻐하시고 다시 만나주십니다.
(기도)
주님, 저의 약함이
무엇인지 돌아봅니다
언제 주님을 팔고 싶은지
돌아봅니다
약함에서
저를 돌이키게 하실 분은
당신이십니다
비록 주님을 부인한 적은 많으나
믿음까지 저버리는 일은 없게 하십시오
당신을 안다고 하면서
유익에 눈멀어
당신을 온전히 팔게 하지는 마십시오
사랑도 없이
제 기분대로 판단하여
차갑게 친구에게 입맞춤한 적은 없었을까요?
앞에서는 다정하게 대하다가
돌아서서 ‘모른다’고
비겁하게 친구를 외면한 적은 없었을까요?
제가 아프게 한 사람들에게 용서 빌며
저를 아프게 한 사람들을 용서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향한
베드로의 순수한 열정을
당신은 미리 아셨습니까?
겉으로만 다정히 입 맞추며
아는 척한 유다가 아니라
냉정히 모른다고 부인했으나 통곡한
베드로를 다시 만나시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우신 주님,
부디 제가 눈을 떠
순간마다 저를 돌아보게 하십시오
당신께 의지하여
끝까지 충성하는
사랑의 참 제자 되게 하십시오 (200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