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작성자명 [김민하]
댓글 0
날짜 2006.03.30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마태 24:36)
오늘 공모전 출품 마감일인데 아무 소식이 없다. 마감일까지 겨우 10일 남겨두고 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글을 보내더니 그쪽에서 깜깜무소식이다. 나는 미리 이야기했다. 40편의 그림을 그리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고. 그래도 한번쯤 소식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큰 기대였나? 기획의도가 들어가야 보낼 수 있을 텐데...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답을 기다리는 심정은 지루하다. 아무런 말이 없으니 답답하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럴까? 언제 오신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 잊어버릴 수 있지만 때를 알려주지 않으니 갑갑하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 때에 주님은 꼭 오신단다. 주님은 왜 언제 오시는지 그 때를 알려주지 않으셨을까?
오실 ‘때’를 알면 일단 마음이 느긋해질 것이다. 오실 때를 알면 전날까지 말끔히 주님을 잊고 자신만을 위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잠을 자거나 놀이에 빠지거나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거나...
지금 오실 때를 모르기에 초조하고 마음 기울여 문밖을 내다본다. 날마다 기다린다. 오실 때를 모르기에 오늘이 희망의 날이 된다. 오늘 하루가 기쁨의 가능성이 된다. 오실 때를 모르기에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 깨어있다.
나는 어떻게 깨어있어야 할까? 깨어있음은 곧 열려있음이다. 이해 안 되는 상황을 한없이 긍정하는 마음이다. 마감일에 맞추지 못했으니 이번 공모전은 안 되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겠다. 어쩌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 기회를 주신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이러므로 너희도 예비하고 있으라 생각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 (44)
오래 전, 내가 성경을 몰랐을 때 처음으로 받은 구절이 마태복음 24: 44절이었다. 나는 이 말씀을 지금껏 마음 깊이 새기며 살아왔다. 나에게 주님은 그 조용한 시간을 그냥 흘리지 말고 깨어서 준비하라고 이르셨다. 외로움을 원망하지 말고, 아픔에 갇히지 말고 그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준비하라고 하셨다.
며칠 전부터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조그만 상자에 책, 색연필 12자루, 나무연필, 수건, 보랏빛 양초, 비누를 넣어서. 넣고 보니 종합선물세트(?)가 되었다.
오래 전 나는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내 쪽에서 사랑을 줄 때이다. 사랑으로 내가 아픈 시간을 견뎠듯이 누군가도 내가 건넨 사랑으로 이 시간을 잘 견디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고통을 극복하고 그 사람이 언젠가... 아픔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게 된다면 좋겠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다. 밤늦게까지 움직여야 한다. 종일 사람들을 웃는 표정으로 기쁘게 대해야지 결심한다. 이것은 하루를 준비하는 내 마음이다.
힘들었을 때 나를 찾아오신 주님을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왜 찾아오셨을까? 거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안에서 주님은 무엇을 보셨을까? 고집스럽게 ‘아니’라고 부정하는 나를 주님은 여기까지 데려오셨다. 사랑이신 주님의 말씀을 다시 새기며 나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이 하루를 깨어서 준비한다...
(기도)
주님, 언제 오실지 모를
당신을 기다리기 지루할 때가 있습니다
안 오실 거라고
마음 굳게 닫아걸고
제 절망만 들여다보며 한숨 쉴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자고나면
쌓인 불평의 찌끼가 털리고
어디선지 밝게
희망이 솟아남은
정녕 당신이 주신 은혜입니다
오실 날을 미리 안다면
이 간절한 기다림은 없겠지요
오실 날을 미리 안다면
깨어서 귀 기울이지도 않겠지요
이 하루가 모조리 가능성이 되어
저를 설레게 합니다
잠깐 뒤에 오실
주님을 그리며
이 순간을 깨어있게 하십시오
당신이 오시는 동안
저도 가만있지 말고 움직여
준비하게 하십시오
오시는 주님을 기대하며
당신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당신과 저 사이에 놓인
아득한 푸른 강은
조금씩 좁혀질 것입니다
주님, 제게 주신 첫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다시 약속드립니다
깨어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준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당신께 받은 대로
이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심부름꾼이 되겠습니다 (2006/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