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악으로 갚고나서
작성자명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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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3.10
제가 과장이 되기 전 부터 제 눈밖에 난 직원이 있습니다.
그 직원이 제 눈밖에 난 건 잘못 배운 술버릇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약간은 거친 성격의 직원인데 술만 몇 잔 들어가면 이성을 잃는 성격입니다.
처음 제 눈에 거슬리게 보였던 행동이
망년회자리에서 후배직원을 구타하던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다음 날 사과를 했지요.
이후 신입직원들을 반복적으로 괴롭히고
갓 들어온 여직원을 회식자리에서 성희롱해 결국 그만두게 만들었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여러 번 경고를 받았던 직원입니다.
그렇게 잘못을 하고 나서는 다음 날 찾아와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던 직원입니다.
전임과장님이나 기사장에게 그 직원을 징계하라고 몇번이나 얘기했지만
늘 그렇듯이 한국사회는 술로인한 사고에는 관대한지라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나중에 내가 과장이 되면 저 놈 반드시 짜르리라...
벼르고 있던 직원입니다.
결국 제 버릇 남 못주고 지난 주에 또 사고를 쳤습니다.
후배직원을 또 괴롭힌 사건이었지요.
그런데 저에게는 전혀 보고가 안된채 또 자기들끼리 그냥 넘어가려는 상태였는데,
월요일 저녁 한 피해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과장님, **가 또 사고쳤습니다.
기다리던 차에 딱 걸렸습니다.
내일 출근하는대로 짜르고 말리라....
하급 직원들을 보호한다는 정의감과
일찌감치 눈 밖에 난 놈 이번 기회에 치워버리고 말겠다는 각오가 어우러져...
칼을 품고 출근하는데 대충 상황을 짐작한 아내가 이야기 합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혈기때문에 결정하지 마세요...
악을 악으로 갚지 마세요
.... 좋은 말이긴 한데.....별로 가슴에 와닿지를 않네....
출근해서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 이미 마음을 정했는데....
아내의 조언이 생각났습니다.
그러자 약간의 고민이 시작#46124;습니다.
이놈을 짤러 말어...
가만 생각해보면 아내 말대로 악으로 악을 갚는 모양새이고,
제가 혈기를 완전히 누른 상태에서 차분하게 내린 결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자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목자님, 이러저러한 놈이 있어서 짜르려고 하는데... 짜르는게 옳은 거죠?
그런데 목자님 말씀은
그 직원이 잘못을 몇 번을 했던지,
다시는 안그러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냥 용서해주어라.
그런데 아내의 조언과 마찬가지로 목자님의 충고 말씀도
전혀 마음속에 들어오지를 않았습니다.
제 마음속에 이미 판결이 내려졌고,
제 손에 쥐어진 칼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멋진 명분들은 만들어 놓았습니다.
약자를 보호한다,
과의 화합에 방해가 되는 인간을 쫓아낸다,
이미 여러번 용서를 해주었는데도 또 잘못을 했다,
그런 정도의 인력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등등....
결국 그 직원을 불러놓고 사직을 종용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저의 강경한 태도에
직원은 경제적인 어려움등을 이유로 용서를 구했지만
이미 닫힌 제 마음은 요동치 않았습니다.
결국 직원은 1년만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 동안 새 직장을 구해서 사직하겠다고 했습니다.
약간의 아량심을 베푸는 흉내를 내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그 직원이 또 1년후에 딴 소리를 할까봐
확실하게 못을 박는 의미에서 전 직원 앞에서 기사장이 그내용을 발표하고,
다음 주 부터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허드렛일만 하도록 근무 위치를 변경시켜 놓았습니다.
과의 모든 공식적인 행사(회식 및 야유회 등)에서 제외시키도록 했습니다.
기왕 쫓아낼 놈 확실하게 쫓아낼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 직원을 쫓아내기 위해서 만든 저의 인간적인 명분들이..
그대로 예수님이 저에게도 적용하실 수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저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저를 치실 이유도 충분하고,
저로 인해 가정이나 직장, 교회에서 화합이 안되는 걸 막으실 수도 있고,
이미 여러번 잘못을 용서를 해주었는데도 저는 또다시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등등...
그런데도 예수님은 계속 저를 용서해주셨습니다.
그럼 저도 예수님을 흉내내서 저보다 약한 이들의 잘못을 용서해주어야 하는데
입으로는 그렇다고 하면서도...
손가락으로는 이런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용서를 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를 않습니다.
인간적인 사고방식의 기초위에 세운 저의 판단이
너무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믿고 있는 때문인지,...
믿음과 실천이 부족하여 주님을 입으로만 믿고 있는 저의 가짜신앙덕분인지....
아니면 이런 결정이 실제로 옳은 결정이라 그런지...
일단은 결정이야 어떻든지 그 직원을 용서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큐티 말씀에 나온대로, 마태복음 19장 12절의
이 말을 받을만한 자는 받을지어다 라고 하셨는데,
예수님의 말씀을 받을만한 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