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제사로 드려지는 삶이길
작성자명 [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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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08.11
산 제사로 드려지는 삶이길
8/10/2010
레위기를 묵상하면서 내 안의 뭔가가 꿈틀거림을 느낍니다.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하나님…
그것이 무엇인지 물꼬가 트이지 않았던 제사법들…
김영순님의 묵상을 읽으면서, 뭔가 정리된 느낌,
제가 깨닫기 원했던 그 어떤 것이, 표현하고 싶은 어떤 것이 그 안에 있음에 감사합니다.
“번제와 소제가 없이는 화목제를 드릴 수 없음을 묵상합니다.
나를 보호해 주는 줄 알았던, 그래서 포장했던 세상의 가죽을 벗고,
각을 뜨고 불살라져야 하는 번제.
가루가 되었다 해도 누룩과 꿀이 아닌, 소금을 쳐야 하는 소제.
무엇보다 나의 내면에 낀 기름을 불살라야 하는 화목제.
내가 수송아지던, 양이던, 염소던,
그 어떤 제사도 피 흘림 없이는 되지 않음을 묵상합니다.”
베이비시터가 직업이었던 저,
그럼에도 때가 되매 생각지도 못한 길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보조 간호사.
제 영어 실력으로 결코 쉽지 않았던 공부를 했고,
드디어 인정서를 받게 되었고 일하게 된 곳이 양로원입니다.
모든 것에서 완전 초보인 저인지라, 많은 실수와 힘듦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일하던 곳에서 2달 정도 일하고 나서,
돌보는 분들은 한국 분들이지만, 함께 일하는 간호사와 보조간호사들이 모두 외국인인 까닭에
의사 소통에서 저는 완전 사오정(?) 처럼 지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제가 돌보던 할머님이 다리와 엉덩이 뼈 등이 부러지는 일이 있었고…
“해고 당할래? 네 발로 나갈래?” 하는 물음에,
조용히 나와서 지금 있는 곳에서 일한 지도 며칠 있으면 10달이 됩니다.
시할머님을 돌보던 때를 생각해서,
힘들었지만, 주님과 아주 가까웠던 그 때를 생각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도 일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시간을 내야 하고… 그것도 쉽지 않아서, 하지 못하였는데,
급료를 받으면서 섬기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직업이 봉사와 섬김이고, 돈도 받고, 의료 보험도 되고…
제가 돌보는 분들은 보통 12~14명이 됩니다.
그 중에 10분 이상은 기저귀를 혼자서 갈지도 못하시는 분들입니다.
거의 약간 치매… 아니면 거의 치매,
아니면 정신은 맑지만,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분들입니다.
샤워도 시켜 드리고, 혼자서 드시지 못하는 분들을 먹여 드리는 일도 제 일입니다.
혈압도 재고 하지만, 보통은 기저귀와의 전쟁이 주로 담당하는 일입니다.
사도바울이 배설물로 여긴 것, 그래도 조금은…하면서 누리고 싶어하는 제게
봐라, 배설물은 이런 것이다…하면서 보여주시고, 닦게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어느 할머님이 붙여주신 그대로 저는 ‘똥 닦는 여자’입니다.
별 인생이 없음을 알려 주시는, 전도서의 삶의 현장에서 일합니다.
거기에 계신 분들 중에
젊으셨을 때, 외과의사로 많은 수술을 감당 하셨던 분이,
이제는 당신 혼자 이 닦는 일도 하지 못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교수, 의사, 약사, 간호사…
그 많은 역할들을 감당하시려 힘쓰고 애쓰셨던 분들이
이제는 당신의 방도 찾지 못하시는 안타까운 모습들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구요?
아니요, 절대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 발뒷꿈치의 때만큼도 여지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
참으로 많은 경험을 하게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웬 멀쩡하게 생겨서 이런 일을 하냐고… 태생이 교만한 사람을 통해서도
주님의 마음을 깨닫습니다.
종의 마음으로 일해도, 종처럼 대할 때 느껴지는 마음들…
하지만 전처럼, 낙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훈련시켜 주시니, 깨지게 하시니 감사 드립니다.
아, 나를 그래서 이 곳에 보내셨구나…
싶은 가슴 벅찬 시간들도 자주 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제는 목욕실에서 샤워 시켜 드리면서,
어느 할머니와 얘기 나누면서, 천당에 가실 수 있을까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보통은 각각의 방에 예수님 사진이나, 성경책, 달력…
뭔가 예수님과 연관된 것들이 많은데, 그 분은 전혀 흔적도 없는 분이시기에
오랫동안, 기도로 기다리던 만남이었습니다.
“아니” 라고 말씀하시는 90 이 훨씬 넘으신 할머니께
“어머, 예수님 없이 혼자서 사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부터 시작해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까지 따라 하시는데, 얼마나 순수하고 진지하게 하시는지,
예수님 때문에, 나 때문에 십자가 지신 그 예수님 때문에 아무 한 일이 없어도
그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천당에 간다는 말씀에 너무도 죄송해하면서, 고마워하셨습니다.
벌거벗고 드린 영접 기도, 구원의 확신…
어디 가서 전도를 잘 못하는 제게, 양로원은 <최고의 황금 어장>임으로 알고 전하고 있습니다.
직분은 권사님이어도 천국에 갈 지 모르겠다는 분에게도 말씀을 펴고 확증시켜 드리는 일,
말씀을 읽어 드리면서 소망의 하나님을 소원하게 해 드리는 일들……
사람들 앞에서 기도 잘 안하는 제가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꽉 붙잡고, 기도 드릴 때는
제 손도 커졌다 작아졌다…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그 귀한 일들을 맡겨 주시는 분…
나의 하나님, 빙그시 웃으시는 주님……!
늘 그런 것은 아니고, 어제는 다른 분에게 거절도 당했습니다.
“평생을 믿어온 부처님을 어떻게 배반하냐고,
남편도 부처님 믿고 극락에 가셨으니, 나도 그럴 것이라고…”
일단은 네…하면서 뒤로 물러섰지만,
그 할머니는 정말 예수님 믿어야 하는데…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가고, 기도하게 하는 분이십니다.
감사함으로 기쁨으로 감당하지만,
실은, 체력이 따라 주지 않고 있습니다.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가보았더니, 근육이 찢어졌다고 하고…
갱년기도 오고 하는 터에 쓰지 않던 근육들을 쓰니, 어깨, 허리, 이곳 저곳이 그렇습니다…
치매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는 것,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금방 식사 하시고도 밥도 안 준다고 소리 지르시고…
기저귀에 조금이라도 똥이 묻으면 다 꺼내서 벽이며, 얼굴이며,
정말 온통 냄새를 풍기면서도 모르는 분들…
하루 종일 엄마를 찾는 분…
당신의 기분에 따라 온갖 욕을 다 하시는 분들…
(평생 듣지 못한 욕들, 실컷 들었습니다.)
“주님 5년만 이 일을 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 다음은 다른 이름으로 섬기게 해 주세요…” 하면서 공부합니다.
이 나이에 일을 하면서, 공부한다는 것…
더군다나 영어로 한다는 것… 저에게는 정말 오르지 못할 산 같은 과정입니다만,
남들 2~3년 걸리면 4~5년 이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자꾸 늦춰질 것 같은 요즘입니다.
튼튼해 보이는 흑인 여자가 왜 LPN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
울먹이며 한 얘기가 바로 제 마음입니다.
“몸이 너무 힘들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견기기 힘든 것은,
사람 대접을 받고 싶다. CNA 도 사람이다…”
제 인생이 녹슬어 없어지는 인생이 아닌,
주님을 위해 닳아 없어지는 인생이길 원합니다.
그래서 젊지 않은 나이에, 공부합니다.
그리고 일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 있습니다.
말씀으로 사람 살리는 일,
마음을 만져 주는 일,
삶을 나누는 일,
물질을 나누는 일…
정말은 이런 일 좋아합니다.
이런 일에 가슴이 뜁니다.
앞으로 10년쯤 후에는 또 어떻게 인도 하셨다고 고백하게 하실까요?!
기대하게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오늘,
제가 드리는 삶이 온전한 번제이길 기도 드립니다.
가루가 되었다 해도 누룩과 꿀이 아닌, 소금을 쳐야 하는 소제이길 기도 드립니다.
무엇보다 나의 내면에 낀 기름을 불살라야 하는 화목제이길 기도 드립니다.
너무도 많이 낀 기름들…불살라야 하는 기름들…을 번제단 위에 올려 드립니다.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산 제사로 드려지는 삶이 되기를,
내 힘으로는 너무도 아니 됨을 아시기에,
그러므로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권하는 그런 산 제사로 드려 지기를,
아는 것이 아닌, 행함으로, 드려지는 산 제사이길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나를 받아주시옵소서.
주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