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배척한지라...
작성자명 [안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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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2.13
오늘은 주일입니다.
그곳과 14시간 차이니까.....컴의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13분이네요.....그곳은 월요일이겠지요?!
그런데 이곳은 하루 일찍인 일요일 아침입니다.
왜 이런 이야길 하느냐구요? ^^
오늘이 주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온 식구가 일찍(?) 일어나 아침 밥까지 다 먹고, 지금 큐티엠 앞에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별 이상한 풍경은 아닐 겁니다.
물론 서울에선 아홉시나 열한시면 예배를 보러가기 때문에 아침나절을 서둘러야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가는 평일만큼은 주일 아침이 바쁘진 않을 테지요.
그런데 이곳에선 캐나다 교회들을 빌려 예배보는 한인교회들이 많다보니...작은 저희 교회도 캐나디언 교회를 빌어 쓰고 있는데 그러려니까 오후 2시 반이 되어서야 주일 예배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저나....주일 아침엔 좀 늦잠을 실껏 자고 싶기도 하고.....
또 어쩔 땐, 아침겸 점심(아점)을 먹고... 교회에 출석한 다음 다과시간에 가볍게 먹어주고... 저녁을 강조해서 잘 먹어주면 하루 생활이 원활하게....그야말로 쉼이 있는 주일답게 잘 흘러가 줄 것 같은데....이것이 영~ 어렵습니다.
왜냐구요?
왜겠습니까.....남편때문이지요.
우리 집 남편은 <하루 세끼 밥으로>가 아주 철칙입니다.
인스턴트 먹으면 난리가 나고.....혹시 라면을 먹어 준 날이면, 종일 배가 아프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다음날까지 안좋은 음식을 먹어서 체중이 내려갔다고 푸념을 해 댑니다.
그러니 이 하루 세끼 밥과의 전쟁이 아주 치열할 수 밖에 없는데....주일 날이라고 그냥 넘어갈 리가 없습니다.
주일 날......좀 늦잠을 자려하면....밥 달라.....고 아우성치는 남편의 원성에 도저히 누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깨워서 아침을 먹고나면...또 점심...아이들은 성경공부가 있기 때문에 1시반까지 교회로 가야되는데...그 전에 점심까지 먹여보내려면 주일 아침이 벅찹니다.
게다가 남편 달래서 예배보고, 간식먹고.....집으로 돌아오면....주일만 되면 <교회 때문에> 생활의 리듬이 맞지가 않아서 도저히 저녁밥 시간이 되어도 배가 고프질 않으니 이게 뭐냐? 며 투덜거리기 시작하면 저녁먹는 내내 밥상머리에서 타박하며 분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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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편이 서울로 갔으니...
이번 주일만큼은 참 편하겠구나! 절로 숨이 쉬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밥부분에서....하루 세끼 밥해대는 시집살이는 좀 면하겠지....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그 사람이 없어봐야 그 사람이 있던 자리가 제대로 보이는거라고 하더니.....
남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주일인데도 온 식구가 늦잠도 자지않고 제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언뜻 남편 생각이 났습니다.
차암~ 없어도 이렇게 있는 듯 남편 있을 때와 똑같이 사는구나!
예수를 배척한지라....
예수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회당에서 가르치시자 고향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어릴 때 부터 예수님과 그 가족이 살아오던 모습을 지켜보았던 사람들이었던지라 그런 예수님에 대해 더욱 많이 놀라....배척하기 까지 싫어했습니다.
꼭 제 모습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편의 하루 세끼....그것도 인스턴트는 절대 안먹는 식습관....!
그래서 자유로운 성향을 지닌 저로썬 그런 남편을 맞추어 주는게 참 힘에 겨웠고, 싫었고, 한번씩은 저런 남편이랑 좀 안살아 봤으면 하고 배척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기가 하루 세끼 챙겨야하는 입장이면 저렇게 까다롭게 굴며 있는대로 잔소리하면서 저렇게 지독하게 굴 수 있을까? 다 자기가 안당해봐서 저러지......싶은 마음때문에 더욱 화가 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없는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모든 일이 <나>에게... <우리 가족 모두>에게...좋은 일이 되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집에 있을때에도 말씀보며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지요.
그래, 잘 순종해야지...예수님 섬기듯 남편에게 잘 해야지...다 개념없고 게으른 나때매 남편이 수고하는 게지
그렇지만 하고한날 그러니....한번씩 피곤하고 힘이 들때는 저렇게 인정사정없이 자기 몸걱정만 하는 남편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정머리가 뚝뚝 떨어지곤 해서....남편이 정말 옳은 말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 남편의 말이 정나미 떨어져서 무조건 배척하곤 하였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편과 떨어져 지내보니....그 남편을 통해 예수님께서 저희 가족에게 하신 일이 확연히 보여졌습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
좋은 식습관을 갖는 것!
밥먹을 때는 꼭 온 가족이 함께 식탁에 모여앉아 함께 할 것!
별 것 아니지만....남편은 이런 것들을 목숨처럼 지켰고, 이것을 지키려고 날이면 날마다 잔소리..또 잔소리...가르치고 가르치는 일에 지치지도 않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날마다의 잔소리에 지친 나에게....그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남편의 잔소리를 향하여... 저도 별 수 없는 주제에... 를 속으로 남발하며 노골적으로 배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수님의 고향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다 아는데....네 가족과 너의 성장과정에 대해 다 아는데.....별 수 없는 주제에....뭐! 우리를 가르쳐....쳇, 우끼네..너나 잘하셔....
그 마음이 제 마음속에도 한가득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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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수님을 배척하는 고향사람들을 묵상하며...
오늘 아침 남편이 있는 날처럼 일어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아침 밥을 평소처럼 먹으면서.... 참,남편이 우릴 위해 좋은 일을 하였었구나! 그런 남편에 대해 고마운 마음도 있었는데....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내가 그런 남편에게 너무 했었어...지나치게 배척하였었어...하는 후회의 마음이 일었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서울과 이곳 밴쿠버
이 먼 거리에 있는 우리.....그렇지만, 남편을 보내고 처음으로 남편이 아~주 가깝게 느껴졌던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