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책
작성자명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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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04.29
걸어 다니는 책
예레미야 36장20절~32절
어제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
있던 살림살이들은 그대로 두고 와도
하나도 마음에 걸리지 않았는데
제일 아깝고
마음에 걸려 속상했던 건
일본에서부터 사서 모았던 노리다께 그릇도 아니었고
손으로 떠서 선물 받았던
침대 레이스보 같은 귀한 것도 아닌
바로 ............ 수많은 책이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책을 살 수가 없을 때에도
결코 멈추지 않았던 남편과 저의 책 사기
전집은 비싸서 꿈도 못 꾸고
속독으로 서점에 서서 몇 권은 읽고
꼭 간직하고 싶었던 책들만 한 권씩 사서 모았기에
그 애착과 사랑은
남편과 제겐
참 큰 것 이었습니다
가장 아깝고 중요한 책들
한 박스만 챙기고는
아낀 책들은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 주고 왔지만
그렇게 주고도 남았던 것이 10박스 정도
사실
좋은 책들은 이미 다 주었기에 큰 미련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친구 목사님 댁에서
가볍게 차나 한 잔 하자고 해서 갔는데
놀랍게도
그 댁 목사님의 서재를
갑자기 비우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번역본으로 봤던 기독교 책들의 원본을
몽땅 ? 얻을 수 있었기에 너무 흥분되었습니다
워낙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의 분들인지라
책을 사는 취향도, 고르는 것도 남편과 비슷하셔서
오래 전
남편이 사고 싶었던
전부터 소장했던 책들도 많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미국에 와선
책 사기를 거의 못했던 저희에겐
가뭄의 단비 같았습니다
아마도
한 권, 한 권 그렇게 추억이 담긴 그런 책들이기에
저희가 가지기엔 너무 죄송한 책들이었습니다
책에 대해선
한 깐깐하는 남편도 이게 웬 횡재일까 ? 하면서
한 권, 한 권 신중하게 골랐는데 ..........거의 책꽂이의 책들을 다 가져왔습니다^^
책꽂이 세 개까지 덤으로 와서
비어있던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곤
저희는 먹지 않아도 배부르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본문도 어제 본문도
온통 두루마리와 책으로 가득한 말씀입니다
어려운 목회를 계속 하시다가
마침내 마침표를 끊으시곤
당신의 가장 소중한 책들을 주신 그 가정이나
이제부터 시작이라
책이 필요했던 제 남편에게 온 책들의 사연은
참 놀랍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남편은 책을 고르면서
연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 ? 이 책은 복사본을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어 ? 이 책은 제가 주고 온 책들인데
이런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남편은 오랜만에 책을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도움을 받으며 책을 정리하면서
결론은 이런 것 이었습니다
성경책............이 가장 소중하다고
결코 이 많은 책들을 읽어도
하나님의 일과는
하나님의 사역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그건 책읽기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닌
지식으론 결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이 말씀 안에 담겨 있다는 공통된 고백이었습니다
이젠 당분간
목회는 생각 안하기로 하셨다며
바로 며칠 전 책 정리를 결심하신 그 댁 목사님은
서재에 둘러싸인 책 들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위로와 안도감을 얻으며
누구에게나 있는 안식을 누리신 듯 합니다
그걸 한마디로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고
저희에게 고백 하셨습니다
남편은
이제 그 감옥으로
자기가 대신 들어온 것 같다며 행복한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마치
오래 전 떠나보냈던 책들이
다시 저희에게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귀한 책들은 주인을 떠나
걸어서 기꺼이 저희에게 다시 와주었습니다
한 권, 한 권 정리하면서
남편은 참 마음아파 했습니다
주신 분의 마음이 읽혀졌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예전에 두고 왔던
그리고 아낌없이 주었던
자기의 책들과 그 안타까운 마음들이 기억났을 것입니다
기록된 말씀들이 태워지고
사람들이 자기 좋은 책들만 읽는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나라는 영영히 설 것입니다
가장 필요한 때에는
걸어서라도 책들이 우리에게 올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전할 것입니다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없어지지 않는 진리들이
불변함을 상징하듯이
그렇게
책들은 기록되고 역사를 말하며
우리들에게 올 것입니다
태워도
잊어도
결코 없애지 못하는 진리처럼
그렇게
돌고 돌아
걸어서라도 올 것입니다
그렇게 와 준 책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저희에게 필요해서 다시 와 주었겠지요
이렇게
다시 채워지는 책들을 보면서
저는 참 신비하기만 합니다
이젠 책을 다시 떠나보내도
감사함으로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돌고 도는 세상
돌고 도는 책들
돌고 도는 인생까지
하지만
변함없는 하나님의 말씀들은
깊이깊이 새겨야 겠습니다
언젠가
책처럼 저희에게 올 것이고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기에
언젠가
직접 뵈옵고
그대로 눈앞에서 이루어질 것이기에
걸어서 오는 책처럼
걸어서 오는 사건들을
잘 해석할 수 있도록
그렇게 동행하면서
때로는 숨어 지내면서
오늘처럼 기록하면서 그렇게 지내야 겠습니다
가끔은 책을 통해서도
사랑을 보여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그런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