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쭉 뻗은 비탈길을 내려와 웅덩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브레이크핸들이 하늘을 향해 있고 자전거 바퀴에는 브레이크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에는 전혀 두려움이란 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내 앞에 이르러 아이는 자연스레 발로 앞 타이어를 짓누르면서 정지를 합니다. 그리고 거친 마대자루를 몇 겹으로 씌운 의자가 좀 불편한 듯 자전거 뒷 짐칸에 내려 앉은 채 내 주변을 돌면서 곡예를 부립니다. 몇 바퀴를 돌자 또 다른 갈색먼지에 온 몸이 젖은 맨발인 아이 하나가 무어라고 하며 장난을 걸며 다가옵니다. 그러자 저 앞에 앉아 옆에 빨래 감을 잔뜩 주변에 늘어놓고 주변에 있던 동무들과 입으로는 수다를 떨고 손으로는 빨래를 주무르던 한 여자아이가 살며시 얼굴을 돌려 그들을 쳐다보자 두 아이는 장난을 멈추고 웅덩이도 아니고 댐도 아니고 우물도 아닌 물가로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학교를 안가는 주일 그날의 물 당번인 듯 , 어른들 한두 명, 아이들로 구성된 물 부대들은 수십 개의 이 십 리터 물통들을 차에 가득 실어 놓습니다. 아무리 2톤의 트럭이라지만 그 정도의 물들에 차의 스프링은 벌써 반은 주저앉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워하는 차를 달래며 기아 일단으로 서서히 출발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왕복 삼사 킬로 떨어진 물웅덩이에서 차를 몰아갑니다. 가는 도중 젊은 아주머니한분이 우리와 길이 다른 방향인 듯 젖먹이를 등에 업고 한 동이 가득히 물을 머리에 이고 묵묵히 다가옵니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을 시에는 뒤에 업힌 채 한 달 된 듯한 아기는 물세례를 받을 텐데 하는 걱정이 그 어머니의 위태위태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점점 제 마음속에 쌓여만 갑니다.
"오, 주여 종을 긍휼히 여기소서" 선교사란 존재는 무엇입니까? 선교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종은 누구입니까? 무엇을 해야 합니까? 당신의 종인 것만은 확실한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들의 지고한 삶에 대한 이 부담감, 가난이 그저 저들의 삶의 어깨의 무거운 짐인지, 아니면 그냥 저 삶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것인지...... 저를 무겁게 짓누르는 부담감..... 어떠한 힘으로 깨어 버릴 수 없는 바위같은 이 부담감...부담감...... 선교사는 복음만 전하는 됐지.....그리고 나름대로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고..... 어떻게 나 혼자 이들의 모든 짐을 벗어버리게 할 수는 없겠지..... 겨우 물 좀 날라 주는 걸로 이 부담감을 벗을 수는 없지만 힘하나 들이지 않고 집앞에까지 물을 나르는데 성공했다는 편안함에 기쁨을감추지못하고함박웃음을 연신 터뜨리는 엄마의 얼굴... 때국물이 흐르는 천진한 아이들의 얼굴에 도는 순간의 즐거움, 작은 행복..... 위선과 모순, 교만과 이기심으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열정, 때로는 모두를 다 품을 것 같은 사랑으로 그러나 사랑하는 시간보다 미움과 원망으로, 시기로 또한 기쁨과 웃음보다는, 온갖풍토병과 스트레스로 인한 성인병으로 몸부림을 넘어 거의 투쟁에 가까운 하루....... 혜와은 감사 , 깊은 교제보다는 "주세요 제발, 건물 짓게.... 빨리 좀 채워 주세요"로 가득한 우리의 기도내용들....... 만족함을 모르는 부족함, 욕망인지, 소명인지 분간하기 힘든 원대한 비젼으로 잃어버린 웃음들....... 순간의 편리함에 기쁨에 넘쳐 행복으로 감동하는 감성이 부럽기도 합니다. 사실 선교지에서 4-5년의 사역을 하면 선교사의 감사와 기쁨은 하나의 형식적인 단어에 불과 합니다. 저 자신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선교사들 간의 갈등으로 ,재정의 부족함으로, 현지인들과의 배신과 실망으로 , 늦어지는 사역으로.......저의 강퍅해져 버린 심성에 저 스스로도 놀라며 ‘이러면 안 되지’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며 주님께 회개와 용서를 구하고 돌아서면서 대문을 나서지만 때로는 몇 시간, 며 칠 못가서 저의 얼굴에서 기쁨과 평강이 사라지고 근심과 초조 염려 등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번 4기생훈련은 정말 힘들게 마쳤습니다.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의 체력과 자주 찾아오는 저혈압 증세와 위통증 등입니다.그리고 농업개발과 지도자양성(제자양육)이라는 쌍두마차를 몰아야하는 시간의 부족과 부담감입니다. 그래서 한두 명의 동역자의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기본교육인 정신교육을 제대로 하지못한 4기생들이 참으로 염려가 됩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염려와는 달리 사명감으로 불타는 학생들을 보니 훈련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성령께서 하시는 것을 실감합니다. 지금은 모두 짧은 휴가로 집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먼저 돌아오는 학생들부터 봉사현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돌아온 자화디가 잘 익은 파인애플 하나와 봉사현장에 가서 신을 장화 한 켤레를 가지고 왔는데 스승인 저를 참 부끄럽게 합니다. 예정된 수업과 과제를 절반도 채 못했는데... 참 미안한 마음입니다. 1기생들은 본수업인 농업은 물과 전문사역자의 부족으로 3차 훈련을 제대로 하지못하고 겨우 통역하는 형제의 도움으로 영어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요즘 어떻게 헤아릴 수 없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좀 무리했다하면 몇 시간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하고 식사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위액이 올라와 그만 수업을 중단합니다. 명색이 농업지도자훈련이고 물 한 바가지 제대로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여건, 1기생들 얼굴 보기가 민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