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분들께,
한국을 떠나기 전에 아쉬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바쁘게 짐을 싸서 알바니아에 돌아온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습니다.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이곳에서 새로 집을 구하고 정착하는 여러 일들이 태산처럼 막막하게 느껴졌었는데, 지나고 보니 주님께서 저희들의 모든 염려보다 더 신실하게 인도하시고 도와주셨음을 깨닫습니다. 동일하게 아쉬운 마음으로 저희를 떠나보내시고, 계속 기억하며 기도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그동안 이곳에서 재정착하며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함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다시 알바니아 땅을 밟으며
1년 만에 밟아보는 알바니아는 거의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민주당에서 사회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알바니아에서 제일 큰 슈퍼마켓이 프랑스 대형 슈퍼마켓으로 넘어가 이전의 간판들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면 변화랄까요. 한국에서 종종 눈을 감으면 떠오르던 거리 하나하나가 여전한 모습으로 저희를 기다리며 반겨주는 듯 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땐 알바니아에서 보낸 시간들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꿈이 되고 이곳이 다시 현실이 되는 것을 느끼며, 저희가 있어야 할 곳에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해 한편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1년이라는 안식년이 숲에서 나와 전체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면, 이제 새롭게 다시 알바니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저희가 만나야 할 사람들과 감당해야 할 역할들 속에 온전히 몰두하고 싶다는 의욕이 솟구쳤습니다. 그러나 곧 그 현실은 만만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미션: 찾으라, 구하라, 두드리라!
보통 선교사 가정이 선교지에 도착하게 되면 먼저 적절한 집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일입니다. 저희는 이전에 살던 팔커 마을에서 다시 집을 알아보려 했지만 쉽게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한 선교사님이 자신의 집을 비워주셔서 집을 찾는 동안 그 댁에 머물 수 있었지만, 2주가 되도록 집을 구하지 못하자 마음이 많이 지치고 힘들게 되었습니다. 혹시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몇몇 분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지역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다시한번 마태복음 7장의 큐티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며, 예전에 팔커 마을에서 친분이 있던 루키애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수소문하며 집을 찾던 중 이전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결국 적절한 집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사하기까지 4주 동안 민폐의 행진(?)이라 할 만큼 여러 선교사님들께 많은 신세를 져야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저희가 팔커 마을에 살길 원하신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찾으라, 구하라, 두드리라’는 말씀이 이때까지 이렇게 실제적으로 와 닿은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집 찾기 미션’은 그렇게 어렵게 통과되었습니다.
사역의 텃밭을 새롭게 일구기-도니(동윤) 이야기
집을 구하는 일, 비자 서류들을 제출하는 일, 아이들이 학교에 다시 적응하는 일로 한동안 정신없이 보내는 중에 GMP 선배 선교사님들이 주축이 되어 2월 17일부터 3박 4일 동안 ‘알바니아 현지 목회자들을 위한 컨퍼런스’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힘든 여건 속에서 사역하는 현지 목회자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회복과 충전을 얻도록 한국에서 한 목사님이 오셔서 말씀도 나눠주시고, 서로의 사역을 소개하고 기도제목을 나누며 동역을 위한 네트웍을 마련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컨퍼런스의 후속 사역으로 GMP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교회들을 돌아보며 지원하기 위한 사역팀이 이루어져, 알바니아 교회들을 더 온전히 세우는 일에 힘을 모을 수 있게 하신 것도 감사합니다.
또, 저희 단체가 행정적으로 본부에서 필드 중심으로 변화되는 시점에서, 현재 독신 선교사를 포함한 8 가정이 예전의 3개 팀에서 ‘GMP 알바니아 팀’이란 이름으로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사역팀을 구성하여 함께 사역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 3월 27일부터 2박 3일간 필드 총회를 열어 함께 내규를 정비하고, 새롭게 사역을 구성하고 시작하려는 팀원들을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의미있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저희가 개인적인 부르심과 비전을 따라 일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공동체가 추구하는 사명과 가치를 따라 일해야 함을 다시한번 각인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적 배경을 힘입은 가운데 저희 가정은 두 번째 텀을 시작하며 초점을 두고 싶은 사역의 방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저희는 그 구체적인 대상이 ‘알바니안 무슬림’이라는 마음의 부담이 있어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성경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며 전도하는 일이고, 또 한 가지는 ‘체력측정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인으로서 그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며 다가가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4월부터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선교사 자녀 학교에서 자원봉사 교사로 계약을 맺어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하자면, 학생들에게 몇 가지 종목의 체력 검사를 실시하고, 나온 결과를 가지고 학생들의 체력상태를 파악하고, 운동과 영양에 대한 조언을 담은 결과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체력상태를 알게 하고, 이에 따른 체육 수업 커리큘럼을 학교에 제안하고, 학부모에게 자녀들의 바람직한 체력향상을 위해 관심을 갖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앞으로 다른 학교들도 연결 되어서 더 많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한국에서 이 일을 위해 도움을 주시는 교수님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알바니아 사람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으로 계발되고 활용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덕분에 저희 마을에서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체육 교사’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이 일이 복음이 닿지 않는 곳까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라는 기도제목은 ‘현지인의 입을 통해 복음이 들려질 때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복음에 반응한다’는 원리를 따라 저희와 함께 전도할 수 있는 현지인 동역자를 얻는 것입니다. 성숙한 믿음의 인격을 갖고, 건전한 직업을 갖고, 복음에 헌신된 현지인 동역자를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유치원 적응하기-범이 이야기
이사를 한 다음 주부터 형범이가 마을에 있는 공립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학년 초에만 들어갈 수 있지만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수업료도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다니던 어린이집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다 선생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아직은 엄마가 옆에 함께 있어야 하지만, 차츰 친구들과 어울리며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범이에게 무슨 말을 할 때마다 “팔레민데릿(감사합니다)” 하고 말했더니 “범이는 늘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너희들도 범이를 보고 좀 배워라” 하며 모범 어린이 표시로 두 손등에 커다랗게 빨간색 깃발을 그려주었습니다. 형범이가 제일 신나하는 일은 하교를 알리는 종소리가 나면 얼른 교문 밖으로 나와 100원, 200원하는 과자를 하나 사서 동네 아이들과 먹으며 집으로 오는 것입니다. 형범이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 아이를 데리러 오는 엄마들, 동네 사람들과 오며 가며 인사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직은 엄마와 떨어져 아이들 속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어렵지만, 언젠가 엄마 아빠보다 알바니아 말을 더 유창하게 하며 ‘멋진 한국인 친구 범이(Bomi)’로 불릴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좋은 이웃사촌 되기-이나(인혜) 이야기
처음엔 집주인 죠니 아저씨네와 한 집에서 1,2층에 사는 것이 많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뛰거나 시끄럽게 한다고 싫어하지는 않을까, 한집에서 살면 숟가락 개수까지 훤하게 알게 된다는데,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으면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사 와서 한 두주 간은 많이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내 아파트에서 살 때나 주인과 따로 살던 때와 달리 마을 사람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곧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신뢰감을 주어 점차 적응이 되면서는 가족과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 주인 체리메 아줌마는 두 딸이 있는데 결혼한 딸이 사위, 손자와 함께 그리스에 가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과 같이 부모를 떠나 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저를 자신의 딸과 같이 생각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 약혼한 둘째 딸 케따는 이사짐 정리하는 일부터 해서, 범이 유치원에도 함께 따라가 주고, 금새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집에서 음식을 할 때마다 맛보라고 나누어 주는 바람에 한동안 분주하게 접시들이 1,2층을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저는 케따가 가르쳐준 알바니아 음식인 파술레(한국의 된장찌개 같은)와 뷰렉(시금치, 양배추, 치즈 등을 넣고 구운 파이)으로 한국 손님이 올 때마다 ‘알바니아 시골밥상’이라며 차리게 되었고, 케따는 야채-계란 볶음밥, 부침개를 배워서 이제는 자기네 주요 식사메뉴로 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동네 토박이인 체리메 아줌마 덕분에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사하면서 새로 설치한 싱크대를 구경하러 하루는 동네 아줌마들이 모델 하우스인양 저희 집에 우루루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언제 사람들이 올지 몰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하다 보니 “이나는 일을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습니다. 까페를 하는 죠니 아저씨네 덕분에 가끔 공짜로 마끼아또를 얻어 마실 때도 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믹스 커피를 타서 대접하면 엄청 좋아합니다. 커피를 함께 마시면 마음을 열고 서로 많은 애기들이 오고갑니다. 아직은 서툰 대화일 때가 많지만, 언젠가 그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삶을 나누며, 예수님과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저희도 기도하겠습니다
다시 돌아온 자리에 열심히 적응하느라 가족들 각자 나름대로 애쓰다보니 한국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할 정신이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들의 소식을 전하는 일도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뉴스를 들으면서 ‘그동안 너무 저희 자신만 생각하고 산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혼란과 아픔을 겪고 있는 나라와 특히 한국 교회를 위해, 또 기도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기도해야 겠다는 마음이 새롭게 들었습니다. 기도부탁만 하는 선교사가 아니라 먼저 중보하고 돌아보길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들에게도 여러분의 기도제목을 보내주시면 기억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이제 5월의 문턱으로 접어들었습니다. 5월엔 더 큰 기쁨과 주님 안에서의 교제가 가득한 시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그럼, 다시 소식 전할 때까지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4. 5. 2
팔커에서, 나무가족(이동윤/정인혜/형석/형민/형범) 드림
* 기도 제목
1.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늘 동행하며 닮아가도록
2. 집 주인 죠니 아저씨 가정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게 하시고, 주변 이웃들과 팥커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3. 주중에 지역과 시간을 정해 카페전도를 계획하고 있는데, 들려줄 성경이야기와 질문들을 잘 준비하고, 마음이 예비 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4. 함께 동역할 현지인 동역자를 보내 주시고, 좋은 전도팀을 이룰 수 있도록
5. 체력측정 프로그램을 시행할 학교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이를 위한 프리젠테이션과 검사 결과지 출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6. 자녀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잘 적응하고 전인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타인의 감정을 잘 읽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7. 양가 부모님의 마음을 주님께서 날마다 붙들어 주시고, 주님을 소망하시는 가운데 영육 간에 늘 강건하시도록
* 현지 연락처: edongyoon@gmail.com(이동윤), shpresaina@gmail.com(정인혜) 001-355-401-9662, 9663 AEP #11 K. P. 119 Tirana 1001, Albania * 지난번에 알려드린 070 전화는 사정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