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편지 11 #8211; 또 다른 시작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와 사랑 그리고 여러분들의 기도의 힘으로 10개월 필리핀 훈련생활을 마치고 12월 27일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막내 의현이는 우리가 살던 필리핀 안티폴로 마을과 친구들과의 작별, 사랑하는 마닐라한국아카데미를 떠나며 하염없이 필리핀 박스차 안에서 울면서 떠나왔습니다. 선교사 자녀들의 잦은 이동과 이별의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소리 없이 구석에 웅크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의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것을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의현이를 말로 위로하기보다 두 누나와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오면서 가정예배 때 자주 불렀던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은 능치 못하실 일 전혀 없네”를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을 생각하며 한 사람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의현이의 슬픔은 아키노 공항의 비행기가 시야에 들어오자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 부부 둘만 단촐하게 독일로 유학을 갈 때나 돌아 올 때나, 다섯 명이 되어 필리핀으로 떠날 때나 고국으로 다시 돌아 올 때도 예외 없이 보따리 보따리들을 수하물로 부치며 헉헉거리다가 비행기에 앉아서야, 모든 이국의 생활이 종료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이제 막을 끝내고 다음 막을 준비하는 인터미션과 같은 시간을 아내와 가졌습니다. 밀린 다이어리를 정리하기도 하고 말씀묵상과 감사 기도도 드리고 시작과 끝이라는 인생의 마디 마디 마다에 에벤에셀 하나님의 실재를 경험한 감격을 가지고 열탕에서 냉탕 인천공항에 내렸습니다.
지면에는 열대야자가 아니라 눈이 쌓여 있었고 도로는 매우 밝고 전혀 울퉁불퉁하지 않아 세 아이들은 고국의 발전상황을 피부로 바로 깨닫는 듯 했습니다. 교회 집사님들이 차량과 따뜻한 옷가지를 공항에 준비해 오셔서 반바지를 입고 공항에 내린 의현이는 서둘러 긴 바지로 갈아입고 방배동 OMF 게스트하우스로 갈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전세집을 정리하고 필리핀으로 출발하기 전 며칠 동안 아이들이 좁고 불편하다 했던 동일한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개미가 없고 트라이시클 소리나 닭 소리가 없어 조용해서 좋다고 하며 즐겁게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워서도 바닥이 차고 너무 추워서 자정이 되어 보일러를 확인해 보니 동파 되었음을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열대와 상대적 추위가 있기도 했지만 모처럼 느끼는 강한 추위였습니다. 일단 모두 파카, 양말 할 것 없이 껴입고 잠을 청했습니다. 일어나 보니 의민이는 너무 추워 침대에 앉아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소공녀가 된 듯 하다고 하기도 하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추위를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며 웃기도 해서 저희 부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이틀 후 보일러를 녹이고 모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고향으로 내려가 두분 어머니들과 가족들을 뵙고 돌아 왔습니다.
돌아와 다시 2주일간 살던 짐들을 정리하고 목동 GMTC(한국해외선교사훈련원)에 1월 10일 들어 왔습니다. 작년 선교로 출발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벌써 보따리를 싸고 풀고 하는 횟수가 일곱 번이나 되었고 마닐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안동으로 다시 서울로 고된 여행가운데 피로한 몸으로 목동으로 짐을 나르고 있는데 옆에서 의현이가 계속 노래를 부르며 짐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불가능은 없다네……” 한국아카데미에서 했던 뮤지컬의 한 대목이었지만 내 귀에는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함 없네”의 찬양의 끝 소절로 전달 되어 그분의 힘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10평 남짓한 방 두 칸짜리 연립주택에 다섯 명의 짐들을 정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책상과 의자, 책꽂이, 서랍장, 부엌살림 등 그 동안 GMTC 선배들이 쓰던 물건들을 창고에서 골라 두고 성도들에게 급히 연락해 겨울 이불들을 구해놓고, 냉장고를 열려면 두 명이 일어나야 하는 식탁에서 다섯 명이 감사의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날 우리 가족에게 주신 말씀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기신 제자들에게 씨 뿌리는 비유에 대해 설명하는 매일성경 본문 마가복음 4장 이었습니다.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곧 말씀을 듣고 받아 삼십 배나 육십 배나 백 배의 결실을 하는 자니라.”
5개월 동안 이곳 목동 땅에 뿌려지는 훈련과정의 모든 훈련을 통해 동아시아 그 땅에서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를 주시도록 잘 준비된(옥토, Good Soil) 선교사가 되기를 아이들과 함께 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집 뒤에 있는 용왕산에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움트고 자라면서 무성한 잎과 나무와 숲을 이뤄가듯이 이곳 GMTC 42기 38명의 모든 훈련 받는 선교사님들이 함께 이 훈련을 통해 진실하고 참된 변화와 성숙을 이뤄가는 한국선교의 건강한 나무들이 되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부탁 드리며, 주님의 평안을 전합니다.
2011년 01월 24일
GMTC 안식관에서 신현동, 박귀주, 의민, 의림, 의현 드림
감사제목:
1) 온 가족이 건강하고 기쁘게 목동 GMTC에 잘 정착하게 하신 것.
2) 의림, 의현이가 목동학교를 즐거워하고 의민이가 홀로 자신의 시간을 잘 관리하고 즐거워하며 집중하게 하신 것.
3) 중보기도팀이 형성되어 출발하게 하신 것
4) GMTC훈련을 감사하고 만족하며 기대를 가지고 배울 수 있게 하신 것
간구제목:
1)GMTC 훈련을 통해 선교사로 잘 준비되게 하시고 그분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2)GMTC 42기 동기들과 믿음의 동역 관계가 잘 형성되고 사도행전 2장의 말씀에 기초한 공동체적 관계가 형성되도록.
3)빽빽한 일정과 변화된 생활 가운데 우리 부부가 개인 말씀묵상, 기도생활,아이들의 경건생활이 잘 정착 되도록.
4)의림, 의현이가 양화초등학교에서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즐겁게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의민이가 영육간에 건강하게 자라는 겨울방학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