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어느덧 2025년도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마흔 중반을 훌쩍 넘기고 나니, 이제 나이가 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내 자신이 영적, 정서적, 관계적 측면에서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삼십 대에는 나의 연약하고 부족한 모습에 쉽게 절망하기도 하고 내면의 감정의 기복도 나름 컸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전처럼 요동치는 내면의 모습도 많이 줄어들고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변화되는 것을 꿈꾸기보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더 나아지는, 더디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소망하며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가 어찌보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역시 주의 백성에게 임하는 은혜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상 중에 생명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하심을 구하며 살아가는 삶 가운데 잔잔히 흐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주님의 은혜가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아침 소그룹 큐티와 오전 외래진료 그리고 수요 점심 신앙서적 읽기 및 기도모임과 금요 점심 공부모임은 저를 지켜주는 버팀목이자, 제가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모든 시간들이 현지인 의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이를 위한 긴 준비시간도 그리 곤혹스럽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은혜도 있습니다. 주님의 은혜가 저에게 현지인 의사들을 더 잘 섬길 수 있는 사랑과 지혜와 능력으로 임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캄보디아의 온라인 사기 관련한 감금, 폭행, 살인 등의 범죄로 수많은 단기팀들이 방문을 취소한 가운데, 정형외과 L선생님 팀이 오셔서 한주간 섬겨 주셨습니다. 이 팀은 4년째 오셔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통증과 보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난한 환자들에게 무릎 인공관절 치환 수술로 섬겨주고 계시는데 1년동안 수술을 기다려온 환자들을 외면하지 못해 가족과 주위 분들의 염려와 만류를 뿌리치고 오셨습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L선생님 팀에 주님의 풍성한 은혜가 넘치기를, 그리고 수술받은 환자들이 합병증 없이 잘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더욱이 수술 받은 다리가 훗날 복음을 전하는 다리로 쓰임 받는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과 감사가 없을거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헤브론 이사회에서 병원을 방문해서 병원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돌아보고, 섬기고 계신 선교사님들과 차기 리더십으로 세워질 현지 의사들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년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조직도로 정비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새롭게 새워질 리더십을 위해, 그리고 선교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지켜나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내는 외부 활동은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일을 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의 육체적, 정신적 소진 때문인지, 확실히 이전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들은 가능한 열심히 도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남의 편’이 아니라 ‘남편’으로 거듭나고 싶어서 ‘지혜로운 아버지’ 과정도 시작을 했는데 10주 과정 중 어느덧 6주가 지났습니다. 매일 교재의 해당 챕터와 말씀을 읽으면서 남편으로서의 모습,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주어지는 미션을 한가지씩 수행하고 있는데, 덕분에 아내와 자녀들에게 정말 오랜만에 카드도 써보고 아내의 장점 10가지도 생각해보는 등, 지금까지 못다한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조금씩 해보고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정말 나는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자격 미달인 사람이라는 것을 매번 깨닫게 됩니다. 더 일찍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안타까움과 후회의 마음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좀더 온전한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수아는 시험 기간을 보내고 있는데 학내 여러 활동들과 함께 시험 공부를 병행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자정 전후까지 깨어 있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는데, 시간 관리를 잘 하면서 자기주도학습을 지속해가는 지혜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또 기쁨과 감사함을 가지고 학생의 때를 잘 보낼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영찬이는 지난 주에 친구 생일파티에서 놀다가 엄지 발가락을 다쳐 성장판 골절이 생겼습니다. 축구 시즌이 막 시작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를 또 못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팔목 골절로 농구 시즌에 뛸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또 하필이면 발가락 골절로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제 앞에서는 속상한 티를 내지 않았지만 아내한테 물어보니 많이 속상해했다고 합니다. 영찬이는 중학생 축구팀에서 6학년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A팀에 속하게 되었는데 부상으로 함께 뛰지 못하게 되었으니 많이 속상했을 것 같습니다. 고난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영찬이가 이 시간들을 통해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성장하는 축복의 시간이 되도록 위해서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정은 12월 말경에 아이들 학교의 짧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한국에 3주간 다녀올 예정입니다. 아내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한지 5개월 정도 되는 시점이라 추적관찰 및 약 처방도 필요해서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오려고 합니다. 이동이 많은 연말에 또 환율이 너무 많이 올라서 비행기표 값도 많이 비싸졌지만, 아내의 건강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오려고 합니다. 요즘 캄보디아의 아침 기온이 서늘하다 못해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로 제 체질도 많이 바뀌었는데, 추운 겨울 날씨의 한국을 생각하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출국일까지 남은 3주 정도의 시간을 온 가족이 병원과 학교 그리고 가정에서 잘 마무리하고 한국에서의 짧은 시간이지만 잘 준비해서 다녀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한국 방문에 필요한 재정들이 잘 채워지고, 아내를 비롯해 온 가족에게 쉼과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제가 현지 의사들을 더 잘 섬길 수 있도록, 주님으로부터 임하는 사랑과 지혜와 능력의 은혜가 풍성하도록
2. L선생님의 정형외과 팀을 축복해주시고, 수술받은 환자들이 잘 회복되며, 뿌려진 복음이 열매를 맺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주위에 복음을 전하는 자들로 세워지도록
3. 헤브론병원 이사회의 방문과 개인 면담들이 잘 진행되고, 새로운 현지 리더십과 선교 병원의 정체성을 위한 결정들이 내려질 수 있도록
4. 제가 더 온전한 남편과 아버지로 성장해가고, 몸과 마음이 지친 아내도 서서히 회복해 갈 수 있도록
5. 수아의 학업과 시간관리에 지혜를 주시고, 영찬이의 발가락 골절이 잘 회복되고 이 고난의 시간이 오히려 축복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6. 12월말 아내의 진료를 위한 한국 방문 일정이 순적히 준비되고 진행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