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어느덧 9월 한 달도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아내가 아픈 이후 변화된 생활 루틴에 따라 병원 출근, 아이들 등하교 및 제 담당이 된 몇 가지 집안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 말로는 제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인 이후에 스트레스가 줄어서인지 집안에서도 이전보다는 좋은 컨디션으로 지내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오롯이 아내가 감당했었던 몇 가지 일들을 제가 도와 주다 보니, 육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된 아내도 조금이나마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겨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즘 현지인 의사들과 함께하는 큐티 소그룹에서 열왕기하 말씀을 함께 나누고 있는데,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살아가는 왕들이 흔치 않은 것과, 소수의 선왕으로 평가 받은 왕들조차도 온전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좇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모습을 보면서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마음 상태와 일상의 모습을 돌아볼 때, 하나님 앞에 바르지 못하거나 혹은 견고히 서있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잠잠히 주님 앞에 머물고 은혜로 충만해져야 함을 아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주님 앞에 엎드려 간절히 주의 은혜를 구하며 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한 가지 감사한 것은 제가 속해 있는 현지인 의사 큐티 소그룹의 리더로 섬기고 있는 S의사가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S의사는 과거에도 신앙이 좋았고 늘 성실하게 큐티 모임에 참석했었지만, 큐티 소그룹 리더로 세워진 이후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모임을 인도하고 나누며 다른 초신자 의사들에게 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목도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S의사가 말씀 묵상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신앙이 성장하며 계속해서 큐티 소그룹 리더로서 잘 섬겨갈 수 있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독일에서 의대생 한 명이 헤브론병원에 한 달간 실습을 나왔습니다. 아침 큐티 시간부터 오후 회진까지 전 일정을 함께 하고 있는데, 기독교인이고 OMF 선교단체 소개로 헤브론병원에 온 터라, 점심 식후에 커피를 마시며 교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20대 중반의 젊은 친구였기에, 독일의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독일의 교회는 어떤 상황인지 등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란 이야기 중 하나는, 이 친구가 다니는 의대 한 학년 학생 수가 무려 400여명이나 되는데 그 중에 크리스천이 자기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자기는 기독교인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그런 고리타분한 종교를 가지고 있다니 놀랍다는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려고 해도 많은 청년들이 젠더 이슈와 자유로운 성문화 추구 때문에 복음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유럽의 안타까운 교회 상황에 대해서 조금 전해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그곳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척박한 영적 환경 속에서도 소수의 기독 청년들과 함께 모임도 하며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 친구가 더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친구가 독일에 돌아가서 훌륭한 기독 의료인으로 자라가고 세속적인 가치관에 물든 젊은이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자로 세워지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 ‘캄보디아 성경 번역의 역사와 배경’이라는 제목으로, 실제로 캄보디아 성경 번역에 참여하고 계신 현지 A목사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성경 번역본들이 있어 성도들이 말씀의 큰 유익을 누리고 있지만, 캄보디아에는 1954년판 구역 성경과 2005년판 표준역 성경 두 종류가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2005년판 표준역 성경은 의역이 많고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성경 단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둘 중 1954년판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오래 전에 번역된 성경이다보니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모르는 단어들이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캄보디아어 단어 수가 영어나 한글에 비하면 10분의 1 미만으로 적기 때문에 풍성한 의미 전달이 어려울 때가 많고, 심지어 킬링필드의 슬픈 현대사를 경험하면서 대다수 지식인들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언어의 발전과 교육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최근 캄보디아 성서공회에서는 두 가지 성경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원어 성경과의 일치를 강화하고 현대적 가독성을 향상 시킨 성경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캄보디아어와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성경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성경이 무척 기대가 되는데, 불교의 세계관이 기저에 깔려 있는 캄보디아의 문화를 고려할 때 기존의 성경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단어들이 성경의 본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단어의 뜻이 불교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수많은 성경 번역본을 가지고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는 한국 성도들은 정말 큰 축복을 받았구나 생각되었습니다. 이런 복을 받은 우리인데 이 말씀을 더 가까이하고 열심으로 읽고 순종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 가지 캄보디아 성경 번역이 잘 이루어져서 이 땅의 성도들이 하나님을 더 온전히 알아가며 바른 신앙 가운데 자라갈 수 있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김우정 이사장님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한동안 좋은 효과를 보였던 치료약의 부작용이 생겨서 이에 대한 치료를 또 시작하셨는데 쉽지 않은 치료를 잘 이겨낼 수 있는 강건함을 주시도록, 그리고 좋은 치료 효과를 위해서 기도 부탁 드립니다. 아울러 헤브론병원의 현지인 리더십으로의 이양을 위해서도 계속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희 두 자녀 수아와 영찬이의 학업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또 확 늘어난 학습량 때문에 한번씩 힘들어 합니다. 항상 할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것이 청소년기의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지혜를 주셔서 우선순위를 분별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구원과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이치훈, 정주영, 이수아, 이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제가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물며 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그리고 지치지 않도록
2. 현지인 의사 큐티 소그룹에 말씀의 은혜가 풍성하고, S의사를 비롯한 소그룹 리더들의 신앙이 계속해서 자라가도록
3. 한 달간의 헤브론병원 실습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독일 의대생이 훌륭한 기독 의료인으로 성장하여 독일의 복음화를 위해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4. 캄보디아 성서공회의 새로운 성경 번역 작업이 주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 가운데 잘 이루어지도록, 그리고 캄보디아 성도들이 바른 말씀 가운데 하나님을 온전히 알아가고 신앙이 성장해 갈 수 있도록
5. 헤브론병원 설립자이신 김우정 선교사님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6. 고등학생이 된 수아와 중학생이 된 영찬이에게 지혜와 절제의 마음을 주셔서 우선순위를 따라 주어진 학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7.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구원과 건강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