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달도 모두 평안하셨나요? 저희 가정은 이제 이번 주말이면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갑니다. 한국에서의 7월은 캄보디아와 비슷한 무더위 가운데 참 빨리도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지난달 기도편지를 통해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번 한국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인터서브 선교단체 가입을 위한 일정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몇가지 이유로 저희 가정은 허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허입을 위한 인터뷰 이후에 수일이 지나서 인터서브 한국대표님께서 탈락 통보를 전화로 주셨는데, 부부관계의 문제 및 심리검사 결과 아내의 우울증 지표가 높게 나온 것 등을 고려할 때, 저희 가정은 지금 사역을 할 때가 아니라 타임아웃하고 쉬면서 치료를 받아야 할 때인거 같다며 허입이 안된 사유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들을 선교단체 안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탈락 통보를 받으니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좀 막막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희 부부가 직접 살길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전 의대 선배인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습니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주된 이유가 저 때문이라 저도 따로 진료를 받았는데, 이 진료를 통해서 저의 문제들을 좀더 객관적으로 알수 있게 되었고 향후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지 몇가지 지침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병이 나니, 이제서야 아내의 내면의 외침들이 조금씩 들리는 저의 우둔함과 어리석임이 그저 절망스럽고 안타깝지만, 이제서라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좀더 해나가야 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됩니다. 아내는 일단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제가 아내의 말에 좀더 귀 기울이고 도와달라는 요청에 즉각적으로 잘 반응을 한다면 서서히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희 부부의 어려움을 안타까이 여겨 연락도 많이 주시고 또 만남을 갖기도 하는 등, 정말 많은 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가 아내의 요청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말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 친구 및 선후배들도 여럿 있었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나의 느낌과 느낌의 근원인 나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부탁과 감사의 말을 하는 비폭력 대화에 대해서 알려준 분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좀 막막하고 답답한 가운데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조금씩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어 감사합니다. 일단 저부터 조금씩 변화되면 아내의 마음도 좀더 편해지고 회복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저희 부부의 위와같은 상황과 어려움 때문에 저희 가정이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염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중 정신과 의사 선배를 비롯한 대다수는 안식과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라고들 권면해 주셨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어려우면 다른 나라로 가서 쉬거나 혹은 캄보디아에 머물더라고 사역을 내려놓고 가정의 회복을 위해 집중하라고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참 많이 고민이 되는데, 일단은 아내의 의견을 따라 캄보디아로 돌아가되, 제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 픽업과 라이드를 제가 많이 도우면서 당분간 지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 한국이라든지 다른 나라로 가기는 현실 상 여의치가 않고, 아이들 학교도 바로 며칠 뒤면 개학이라 일단 캄보디아로 복귀를 하게 된 상황인데, 저와 아내가 더 지치지 않고 잘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컸지만 또 그만큼 큰 사랑과 도움을 유난히도 많이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가정에 가장 적합한 선교관에 자리가 비어 들어올 수 있었고, 차량도 과거에 미션카를 빌려서 사용해봤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해서 부담스러웠는데 귀한 인연으로 알게 된 치과 선생님께서 차량을 무상으로 빌려주셔서 감사히 잘 타고 다닐 수 있었고, 선교관에 주차장이 없어서 곤란했는데 인근 교회에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교회 주차장 사용을 허락해주셔서 또한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지체들과의 식사 교제를 통해서 삶과 고민들을 함께 나누며 위로받고 격려받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가정의 형편을 아시고 선한 길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저희 가정을 긍휼과 사랑으로 섬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미처 만나지 못한 많은 분들이 멀리서나마 함께 염려해주시고 또 기도해주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격없는 자에게 베풀어주시는 귀한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토요일 저녁 비행기로 캄보디아로 돌아가게 됩니다. 정신과 의사 선배가 저희 부부를 보고 캄보디아에서 너무 방치되어 있었던거 같다며 안타까이 여기셨는데, 제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것 말고는 환경적으로는 크게 변화가 없어서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 연유로 어찌어찌 일상복귀를 하게 되는 현 상황에서 아내도 저도 더 소진되고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아내의 몸과 마음이 더 지치고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와 헤브론병원에서의 훌륭한 사역을 기대하며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주시는 교회와 후원자분들께도 송구스런 마음 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중요한 사람인 아내를 더 배려하고 위하며 살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후순위로 생각하려 합니다.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더 크게 후회하기 전에 속히 돌이켜 가정 중수부터 바로 할 수 있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이치훈/정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저희 부부 관계의 회복과 아내의 우울증 회복을 위해 (특별히 제가 더욱 아내를 배려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2. 수아와 영찬이의 안전과 건강, 학교 개강 후 적응을 위해 (고1, 중1 진학)
3. 헤브론 병원이 선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며, 현지 이양을 향한 시스템 및 조직 구성의 변화가 순적히 잘 이루어지도록
4.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분쟁이 안정화되고, 캄보디아 사회도 안정되도록
5.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구원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