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머니 서하금, 88세 이십니다.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할머니는 계속 누구와 대화하듯 혼잣말을 하십니다.
처음에는 잠꼬대를 하시는가 했는데
말 소리가 너무 또랑또랑하고 내용도 구체적이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옆에서 지켜보다.. 그것이 밤새 이어졌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할머니와 한 방에서 지내고 있는데
가끔 소곤소곤 혼잣말을 하셔도
젊어서 혼자 되신 후 특별히 말벗이 없어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런 혼잣말이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누가 있는 것처럼
밤새 잠도 주무시지 않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나물을 뜯는데 나물이 어디 갔느냐며 헛손짓을 하시고
배추김치를 여기 두었는데 어디 갔느냐며 찾으셨습니다.
연세가 있으셔도 작년에 허리를 다치셨던 것 외에는 평생 병원에 가시는 일도 없었고
여전히 허리가 꼿꼿하시고, 음성이 또랑또랑하시고 총명하셨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엄마가 당신을 죽이려고 고깃국을 끓였다며 이상한 말씀을 하셔서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도, 엄마도, 저도 어쩔 줄 모른채 밤을 지샜습니다.
할머니 옆에 엎드려 밤새 기도했습니다.
주무시게라도 해달라고 기도 드렸지만 꼬박 밤을 새우셨고
제가 출근하는 아침까지 벽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동네 작은 교회의 집사님이시고
교회에 나가신지 16년 정도 되셨습니다.
교회에 나가시면서 목사님 말씀에 따라 담배도 끊으시고,
외아들인 저희 아버지가 모시는 제사도 예배 형식으로 바꾸셨습니다.
무학으로 숫자 외에 글은 전혀 못 읽으시지만
어제 수요모임에서 목사님이 말씀하신 어느 집사님처럼
아무 것도 몰라도 순종은 잘하셨습니다.
세례도 받으시고, 여러 번(?) 영접기도도 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정신을 완전히 놓으시기 전에 구원의 확신을 위해 기도드렸습니다.
오늘 병원에 모시고 가기로 했고 언니가 가서 다시 복음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육체로도 문벌로도 자랑할 것 없으신 할머니
지식적으로나 모든 육적인 것으로 가장 연약하고 낮은 자이신 할머니께
하나님의 택하심이 있음을 믿습니다.
피해의식과 상처가 많으신 어머니, 요즘 부쩍 지쳐하시는 아버지 (두 분 모두 60이 넘으셨습니다.)
각자의 삶에 바쁜 형제들..
저희 가족 모두에게 할머니의 일은 피할 수 없는, 그러나 피하고 싶은 숙제가 될 것입니다.
이 일이 육체는 쇠하나 영으로 살아나는 일이 되기를 원합니다.
가족들 모두 구원을 얻는 우리가 되어 하나님의 능력이 임하는 사건이 되기를 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터 위에 잘 세워지는 사건이 되기를 원합니다.
회개와 십자가의 길 밖에 없는 제 역할을 잘 감당하기 원합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