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가 없는 삶으로
빌립보서 4장 4-7절
최일도 목사 (다일공동체 대표)
저는 피난민 2세입니다. 부모님이 갖은 고생을 하고 이북에서 내려오셨는데 당시 사진을 보면 어머니는 카메라 초점을 보지 않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물으니 주님 오시기를 기다리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전쟁 직후 처참한 삶 속에 바라볼 대상이 주님밖에 없어서 날마다 주님 오시기를 고대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주 안에서 기뻐하던 어머니의 삶에 한숨과 눈물이 찾아왔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찬송이 사라지고 기도를 해도 눈물만 나왔습니다. 어느 날 새벽예배에서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빌4:4)’는 말씀을 듣던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부로 세 아이를 키워야하는 처지에 어떻게 기뻐할 수 있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목사님은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것을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께 아뢰라(빌4:6)’고 대답해주셨습니다.
어머니는 그 말씀을 하나님의 응답으로 받았습니다. 말씀을 받고 돌아온 그날 제가 가출을 했는데 “일도야, 잘 가라.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실 테니 나는 아무 것도 염려하지 않고 기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전에는 ‘네가 공부 열심히 하는 것만이 집안을 살리는 길이다’라고 하시던 어머니가 말씀으로 변화를 받고 완전히 달라지신 것입니다. 제가 병으로 입원했을 때에도 전도사로 섬기던 어머니는 병원에 찾아오는 것보다 ‘자식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다’면서 눈물로 기도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기도가 있었기에 제가 일어난 줄 믿습니다. 염려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아뢸 때 눈물의 어머니의 기도로 자식이 망하지 않는 것을 믿습니다.
염려하지 말라는 것이 내 책임을 남에게 미루고 염려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 염려를 내려놓는 사람은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모든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고 염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결과도 감사함으로 받게 됩니다. 청량리 급식소를 찾던 분 중에 ‘글페(글피)’ 할머니가 있습니다. 젊어서 사랑했던 남자가 ‘글피에 돌아온다’고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오늘 먹을 것이 있어도 내일, 모레, 글피를 염려하면서 살았습니다. 10년 동안 밥을 드시고 가시면서 “내일도 밥 줘유?, 모레도 밥 줘유?, 글페(글피)도 밥 줘유?”하고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기에 과거의 상처로 눈물과 한숨만 되씹다가 염려로 인생을 마쳤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선포하십니다.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 내일 일은 염려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염려하지 말고 내일은 내일이 염려하게 두라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않고 모든 것을 기도와 간구로 아뢰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십니다(빌4:7). 내 마음을 내가 수양하고 닦아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평강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나의 모든 짐을 십자가 아래 풀어 놓을 때 두려움이 변하여 기도가 되고 전날의 한숨이 변하여 찬송이 됩니다. 하나님의 평강이 내 마음과 생각을 지키심으로 염려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빌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