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케 하는 자]
마5:9
황OO 선교사
저의 한글 이름에는 어질 인(仁)자가 들어가고, 발음이 비슷해 지은 영어 이름은 이삭입니다. 성경의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이나 아들 야곱에 비해 드라마틱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성경에서 몇 장 언급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삭은 우물을 파고 빼앗기는 일을 수차례나 반복했지만, 나중에 우물을 빼앗았던 사람들이 와서 하나님이 이삭과 함께하시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창26:28).
사막 생활에서 물은 곧 생명입니다. 판다고 다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이삭의 이웃들은 이삭이 우물 파기를 기다렸다가 그것을 빼앗고 그를 내어쫓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삭은 원망하지 않고 그 우물을 주고 다른 곳으로 가서 또 우물을 팠습니다. 이삭의 그러한 너그러움이 분쟁이 많은 그 지역에 화평을 가져왔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의 손자 요셉 역시 형들의 미움을 받고 애굽에 팔려갔지만, 총리인 자신 앞에 선 형제들에게 형들의 악행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통해 많은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하신 섭리였다고 위로하는 화평의 사람이었습니다(창45:5,50:2). 화평케 하는 자의 결정적인 모델은 예수님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까지 화평케 하는 사명을 감당하셨습니다(요12:24-25).
예수님의 그 십자가 사랑으로 우리가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고,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받았습니다. 복음을 듣고 하나님과 화평케 된 우리는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하나님과 화평케 할 사명을 가졌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소아시아에 흩어져 고난을 받고 있는 성도들에게 소극적으로 고난을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행을 행하라고 권면합니다(벧전2:12). 무지몽매한 사람들에게는 손과 발이 가는 선행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벧전2:15). 우물을 파면 빼앗기고 또 빼앗기는 가운데서도 선행할 때에, 사람들은 그 선행의 동기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물어올 것입니다.
저는 1989년부터 2006년간 파라과이에서 교회 개척 사역을 했습니다. 남미에서 가장 못 살고 부패하고 복음화 정도가 낮은 나라이지만, 하나님은 화평케 하는 자의 사명을 감당하시는 귀한 성도들을 많이 붙여 주셔서 교회 사역의 열매를 거두게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의 학벌이어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고 미혼모가 된 상처가 있어도, 하나님과 화목케 된 이 분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섬기며 그분들을 주님께로 인도했습니다.
남미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저는 미국의 사막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명의 잠재력과 신비를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생명이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싹이 터야 하고, 그러려면 토양을 조성해야 합니다. 진정한 행복의 근원 되시는 예수님을 전해주는 것이 참 사랑이고 참 선교입니다. 제가 다시 떠날 선교지는 아프가니스탄으로, 공개적으로는 복음을 전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전쟁과 가난으로 얼룩진 그 나라를 먹이기 위해 몸으로 농사를 지으며 그들을 섬길 것입니다. 그러한 선행이 앞으로의 복음 사역을 위한 밑거름과 토양 조성이 될 것을 믿습니다. 한때 품질이 우수한 건과류를 생산하던 전통의 농업국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최대의 양귀비 재배지가 되어 육체와 영혼을 죽이는 마약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나님을 모르고 세계에 테러를 수출했을 때, 하나님께서 그 거민의 악을 인하여 옥토로 염밭이 되게 하신 것입니다(시107:34). 그러나 말없는 섬김을 통해 언젠가 그 땅에 복음이 들어갈 때, 광야를 변하여 못이 되게 하시며, 마른 땅으로 샘물이 되는 약속의 말씀을 이루실 것입니다. 또한 복음에 주린 저들에게 영원히 거할 성 하나님의 나라를 예비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시107:35-36). 이 사역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