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놀 줄을 모릅니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하고 자주 아파서 늘 집에서 지냈고, 마음껏 뛰어놀아 보지
못해서 놀이에 대한 추억도 별로 없고 딱히 좋아하는 놀이도 정적인 것들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되어서도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 주지 못하고 내가 해야 할 일에만 몰두하며
지냈습니다. 큰애는 밖에서 뛰어놀면서 스스로 놀이 욕구를 풀었고, 레고 놀이를 좋아했지만
둘째는 엄마에게 집착하며 놀아달라고 치댈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 이거 해놓고",
" 귀찮아 , 가서 혼자 놀아" " 심심하면 소금 찍어먹어!! " 이렇게 무식한 말만 하며 아이를
타박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족 여행이나 놀이를 가서도 힘든 일은 남편이 다 해 주길
바라며 나는 힘들다고 몸을 사리기만 했습니다.
남편 역시 아이들 데리고 어딜 가도 어른들과 술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놀아 주는 것은 별로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큰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지만, 막내는 중1인데, 이 아이도 제대로 놀이를 배워 보지 않아서인지
집안에 틀어박혀 아이돌에 열광하며 움직이기를 귀찮아합니다.
이제는 아이와 놀면서 소통하고 싶은데 아이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막내는 영화 관람을 좋아해서 요즘 집에서 온 가족이 심야에 티비로 영화를 가끔 봅니다.
피곤해서 자고 싶다가도 아이랑 소통하고 함께하는 시간은 갖기 위해 영화를 고르고 함께 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큰아이들 기르며 놓쳤던 부분들이 참 많았는데, 부모학교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양육 태도를
하나씩 점검해 보고 여러가지 도전을 받게 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강의 시간에 강사님이 " 놀이의 반대는 우울증 " 이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울증은 기쁨을 기쁨으로 여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제 저의 우울의 근원에 놀이의
부재가 근원적으로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의 부족과 근원을 깨닫게 해 준 부모학교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