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나를 맞아주셨던 사장님이자 나의 상사가 일 주일도 안되어 군대 고참의 면모를 내게 보여주셨다. 나는 새 직장에서도 온갖 질책과 무시를 잘 감내하고 선임과 상사를 잘 섬기고 회사를 위해 봉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습도 단지 내 언약궤에만 집중하는 옛 모습이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는 후배가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직장에 취업했는데, 곧 TO가 날 것 같다고 하니 괜시리 어렵게 얻은 지금 직장에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래도 저녁까지 열심히 고생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내가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쁘고 감사할 때가 많다. 다른 팀원 대신 주보 편집을 갑자기 맡게 되었을 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오늘 아침에 식사전 기도를 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에 기도가 끊기지 않고 계속 되었다.
은후: 내 언약궤는 지금 막바지에 다다른 일대일 양육 과정인 것 같다. 영적인 민감성이 요즘들어 떨어지고 머리로만 말씀을 채운다는 생각이 이따금 든다. 최근에 사장님이 독단적으로 몇몇 지점 오픈을 강행하셨다. 나는 계속 반대하던 계획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지점중 하나를 나에게 전임하셨다. 그런데 또 그 지점 근처에 유명한 SPA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지점 매출이 예상에 미치지도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매니저가 젊고 패기있는 친구인데 매장 오픈부터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을 보니 내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장님의 독단을 막지 못한 차장님께 엄청 성질을 내었다. 입사 동기에게는 분에 못이겨 회사를 그만 둘거라고 애꿎게 화를 내기도 했다.
지원: 하나님께 맡겨야 하는 일들인데, 은후가 너무 매니저의 처지와 심정에 초점을 맞추고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까지 한꺼번에 받는 건 아닌가 싶다. 양육 마무리 잘하면서 해결책을 구해보자.
해룡: 월요일 아침부터 일찍 출근해서 회사 분위기도 업시키고 보람된 한 주를 보내려고 했다. 야근중에 사장님의 회식접대 요청에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잠시 나왔다. 그런데 독설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업계 선배가 동석하는 것이 아닌가. 술을 점점 마시게 되니 그 선배가 자꾸 나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새롭게 시작하는 나의 일도 잘 안될 거라며 저주를 퍼붓는 게 아닌가. 사장님의 중재로 겨우 안좋은 상황은 면했지만, 한 주간 두고두고 그 상황을 곱씹으며 성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바로 그 다음날 나에게 좋은 사업기회가 열릴 것처럼 보여 - 그 선배에게 받은 굴욕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내가 다루지 않던 아이템들을 많이 매입하였다. 하지만 바쁜 중에 그것들을 점검할 타이밍을 놓쳤고, 늦게서야 그것들이 불량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클레임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설상가상 다른 업체들로부터 수금도 안되어서 멘붕에 빠졌다. 그런데 그 문제덩어리들을 구입했던 거래처가 사장님에게 직접 연락해서 수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곧 사장님께 질책을 받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움으로 남은 한 주를 살았다. 사장님은 계속 나에게 하실 말씀이 있는 것처럼 운을 띄우시고 있는데... 사장님에게 어쨌든 솔직하게 오픈하고 자비와 용서를 구해야겠다.
은총: 이번 주는 시험기간었다. 예상치도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 나왔다. 시험중에 좋은 성적을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기도를 계속 하게 되었다. 그런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평소에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에는 여자들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하고 싶은데, 결심한다고 모든 번호를 지웠기에 참으로 갑갑했다. 오늘 말씀은 피곤했는데도 졸지 않고 다 들었다. 부모님은 내가 교회에서 자매를 만났으면 하는데, 나의 삶이 이런 자매들과 맞을지 의문이다.
지원: 교회에서 하나님 만나고 삶이 변하면 신교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니까....지금부터 겁먹지는 말자^^
재욱: 친구에게 Q.T도 주고 수요 예배도 좋았다. 하지만 금요일부터 나의 감정상태는 지옥이었다. 의전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가 있다. 요즘 거기에 들어가서 다른 이들의 스펙들에 유난히 관심이 가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좋은 대학교 출신들이 많은 것 같아서 나 혼자 '이미 승패가 결정된 싸움을 나 혼자 불쌍하게 애쓰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속에 잠겼다. 오늘 말씀을 통해 내가 의전 합격이라는 우상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이제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 시험을 포기하면 내가 무엇을 하며 목고 살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