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나이에, 이르지 않은 결혼을 하고 말았습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치르면서, 치르고 나서
제 마음 속을 가장 크게 채우고 있는 것은 고마움 입니다.
결혼 문제로 힘들어졌을 때 휴전도사님께서 저에게 내려주신 처방이 감사 였는데
정말 하루하루가 감사할 일들, 고마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결혼 식 은 저의 모든 기대를 뛰어 넘어 은혜 가운데 마쳤는데
결혼 생활 은 또 따른 의미에서 저의 기대를 뛰어넘으며
매일 크고 작은 문제의 연속입니다.
여행을 다녀와 친정, 시댁에 인사를 드리고 들어간 신혼집은 보일러 고장으로 냉골이었고
큰 맘 먹고 한달에 사용료 36,000원이 들어가는 인터넷을 신청했더니
컴퓨터는 바이러스로 먹통이었고
가스레인지를 배달하는 아저씨는 배달 중에 땅에 내어쳐서 귀퉁이를 깨먹었고
주문한 가구는 제가 골랐던 것이 아닌 다른 디자인으로 배달이 되었고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넘치고
새로 갈아 끼운 작은 방의 전등이 갑자기 나가더니 켜지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참 부정적인 기질의 사람입니다.
멀쩡한 화분도 내가 키우면 죽는다..는 몇 번의 경험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참 재수없는 존재로 인식하며,
믿음 때문이 아니라 나는 어차피 재수없을 것이어서 요행을 바래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참, 어제도... 어찌 이리 하나도 순탄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했습니다. 많이 웃었습니다.
여행에 가서도, 집 정리를 하면서도
자꾸 여러분들 생각이 나고, 여러분들 이야기를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따뜻하던지요.
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큰 사랑의 빚을 갚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