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갑자기 떠오른 이 생각과 감정을 누르기가 힘들다. 푸르른 대나무밭이 뒷뜰에 있었고,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난다.
반들반들해진 나무 마루에 누워 감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그 이후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할머니가 나를 보고 웃어주고 있다. 아버지의 전축은 좌우 벨런스가 잘 맞지 않아 왼쪽으로 벨런스 레벨이 약간 치우쳐 있는 것이 생각난다. 그당시 알지 못했던 어떤 것이 마구 밀려든다.
나는 천국에서 문을 지키는 문지기다.
문을 지키다가 600년을 보냈다. 나야 문지기라 천국에 갈 사람과 지옥에 갈 사람을 나누는 그런 일도 하지 않고, 선과 악을 구별할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정해진 시간에 문을 닫는다.
처음 내가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그때 잠깐 행복했다. 아마 행복이란 내가 아직 인간적 사고를 하고 있었을때 느끼는 그런 상승된 어떤 마음의 상태라고 해야 겠다.
난 매일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난 매일 즐겁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모든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것으로 부터 무관심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천국문을 열고 닫는 것이 참 중요하다.
하지만 난 누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