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믿어왔고 계속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가족들 모두 교회에 다녔고 아빠는 신학공부를 하셔서 목사님이 되셨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엄마와 아빠는 자주 싸우셨는데 저는 그 이유는 잘 모르고 그냥 하루빨리 두분의 사이가 좋아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가 엄마랑 싸우실 때마다 아빠의 말이 억지스럽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갈수록 아빠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빠는 의처증이라는 정신병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엄마를 밑도 끝도 없이 의심하고 오빠에게까지 부당하게 대하는 아빠가 너무 싫었고 엄마가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가족은 아빠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계동의 한 교회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규모가 아주 작았던 그 교회는 아무런 중간단계 없이 아빠에게 부목사로 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빠는 그교회의 부목사가 되셨고 우리 가족은 그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목회를 하시면서도 병 때문에 항상 정신과약을 먹으셔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2년후, 아빠는 계속 복용하시던 약을 끊겠다며 교회를 그만두겠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그 때 당시 아빠가 정상적이어 보여서 하나님께서 병을 고쳐주신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빠는 약을 끊기 시작하셨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우리가족의 대단한 실수였습니다. 아빠는 점점 헛생각을 많이 하셨고 점차 도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족은 아빠의 예상치 못한 행동과 말들에 항상 불안해해야만 했습니다. 우리가족이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다며 창문을 모두 종이로 가리는 등의 행동과 엄마를 때리는 행동은 저를 너무나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는 집에 들어가는 게 무서웠고 왜 나한테 이런 아빠가 있는지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보니 저는 울면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2학년 1학기는 저에게 가장 힘들고 우울했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진지하게 믿음을 갖게 되고 하나님과 더 가까워진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아빠가 저렇지 않았다면 내가 하나 님과 가까워질 계기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하나님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신 엄마가 아빠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셨습니다. 아빠가 없는 집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고 저는 아빠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빠고난이 없어지면서 저는 하나님과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저의 믿음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간절히 기도할 일이 생기지 않아서 기도도 하지 않았고 말씀도 읽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필요 할 때만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는 점점 세상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아빠는 병원에서 퇴원하셨습니다. 꾸준한 약 복용으로 상태가 좋아지신 아빠는 더 이상 큰 고난이 아니었고 저는 아빠가 다시 돌아온 것이 탐탁지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무신경한 상태로 별 생각없이 2학년을 보냈고 2학년 겨울방학을 맞았습니다. 겨울방학이 되면서 저는 학원에서 외고반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별 생각과 목표없이 살던 저에게 외고는 매력적인 목표가 되었고 하나님과는 더욱 멀어진 채 그저 좋은 외고에 가고 싶다는 세상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우리들 교회 겨울 수련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겨울 수련회에서 이삭을 주우라는 목사님 말씀을 듣고 내가 짜증나는 집을 피해서 세상적으로 탈출구를 찾으려고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겨울 수련회 때 제가 하나님 대신으로 붙잡고 있던 외고를 많이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잘 믿고 집안의 이런 상황 속에서 잘 견뎌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가 풀어야 할 것은 아빠를 마음 속에서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아빠를 마음속에서 많이 미워합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아빠와 얘기도 안하려고 하고 마음속으로 욕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아빠를 좋은 마음으로 보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집니다. 아빠가 집에 없을 때면 오빠와 입으로 아빠를 욕하기도 합니다. 우리들 교회에 오면서 아빠가 없었으면 우리 가족이 하나님과 더 가까워질 계기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빠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가끔 자신에게 병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집에서 가족들에게 왕따를 당하며 사는 아빠가 불쌍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또 다시 엄마를 괴롭힐 때면 마음 속에서 제발 좀 사라지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렇게 아빠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우리들 교회에 오기 전에는 마음 속에 감춰두고 이런 아빠가 있는 것에 대한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아빠문제를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고 아빠를 그냥 없는 셈 치자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상처를 더 키우는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 엄마가 우리들 교회에 가자고 했을 때는 가기가 꺼려졌습니다. 서로의 고난을 감추지 않고 고백한다는 교회가 이상해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우리 집의 문제를 해결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작은 희망을 가지고 우리들 교회에 나왔습니다. 처음 교회에 온 날 놀랐던 것은 중학생친구가 자신의 집안 얘기를 다 털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생소하고 그렇게 매주 자신의 고난을 털어놓는 친구들을 통해 억울했던 마음에 위로를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직 아빠를 미워하긴 하지만 저의 얘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아빠가 저에게 더 이상 숨기고픈 어두운 상처가 아니라 나의 구원의 도구였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오픈하고 치유받자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세상적으로 살고 있지만 우리들 교회가 저에게 큰 축복이고 교회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목사님께 감사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남은 수련회동안 모두 은혜 많이 받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