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연 교사입니다. 청소년기 시절, 여느 가정의 아이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잠결에 들은 부모님의 대화 속에서 제가 친딸이 아니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혼란스러웠고 혹여나 그것이 사실일까 두려워 차마 어머니께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어머니는 방 청소를 계속 미룬다고 야단을 치셨고, 저는 그에 대한 동문서답으로 아버지가 친부가 아닌 것을 들먹이며 화를 내었습니다. 당황한 어머니께서는 저의 출생 과정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친아버지와 성격차이로 이혼을 하려던 중 제가 생겼고 이혼을 포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아버지는 실직으로 인해 깊은 우울감과 무기력에 빠져 백일도 안된 저와 어머니를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하루아침에 미혼모가 된 어머니는 혼자 저를 키우시다 제가 다섯 살쯤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서 재혼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진실을 듣고 키워주신 아버지에 대한 편견과 남동생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겹쳐 이제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 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으로 어머니께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로 인해 체휼보다는 물질로 채워주려 하셨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상처 속에 지내던 중, 가장 친한 친구를 따라 교회를 가게 되었고 가정에서 받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알지 못했지만, 전도사님과 친구들의 사랑으로 오랜 시간 교회에 붙어 있게 되었고 다행히 겉으로 드러나는 큰 일탈 없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뿌리 깊은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었고 해결 방법은 결혼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물리적인 독립을 통해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독립을 하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지인의 소개로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죄만 짓고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그 무렵, 목자 언니의 권유로 작년 가을 중등부에 오게 되었습니다. 자아 확립에 중요한 청소년기에 부모님의 공감과 체휼을 받고 싶은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들에게 친구와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 고민을 들어주고 싶어 기쁨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섬김 가운데 하나님과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되며 교제의 기회가 여러 번 왔습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 끝이 나 다시 상실감이 들었습니다. 몇 주 전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예배를 포기하려 했지만 공동체의 도움과 아이들이 걱정되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희 반 아이가 친구를 데리고 와도 되냐며 연락이 왔고, 그 친구와 예배의 자리에 앉아있는 걸 보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과 한계를 뛰어넘어 하나님의 일하심 보니,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적 무능함이 인정되고 의지할 것은 하나님밖에 없다는 것이 인정됩니다. 하나님만 의지해야 하는 환경을 주심에 감사하며, 맺어주신 공동체와 더불어 아이들과 함께 저의 연약함을 잘 나누며 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