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외할머니와 지내던 동생을 엄마가 데리고 오셔서 덕분에 저는 외롭지 않았고 저의 어두운 면을 가릴 수 있었습니다. 그 때는 1주일에 한번은 아빠를 만날 수 있었고 아파트로 이사한 후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행복할 것만 같던 제 생활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땅에 기근을 허락하신 것 같은 사건이 찾아왔습니다. 엄마는 교제 중이던 남자를 만나 토요일이면 집에 데리고 오시곤 했는데 어느 날 아빠와 동생이 집으로 공을 가지러 갔다가 그 남자를 아빠가 보게 되었고 그 후로는 아빠를 만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차를 돌리시던 아빠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저는 왜 이런 기근의 사건이 왔는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그냥 원망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엄마가 제 전화번호를 바꾸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빠는 헤어진 후로 그 번호로 전화를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이 맘때 쯤 한 집사님의 소개로 엄마는 저희와 함께 우리들 교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당에 다니던 제가 교회에 오니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목장 친구들이 좋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예수님을 만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항상 우리보다 더한 상황인 가정도 있다며 뭐라고 하시던 엄마도 더 이상은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게 되셨고 교회에 온 후로 조금씩 달라진 엄마의 모습은 제 13년 인생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엄마를 통해 제게 아빠가 백혈병에 걸리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다행히도 아빠는 골수를 이식받고 회복 중에 계셨기에 저는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엄마는 유다와 같은 심정으로 친가에 연락을 하시며 아빠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셨고 다시 일주일에 한 번씩 아빠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엄마는 아빠와 다시 재결합하는 것에 대해 지나가는 듯이 물어보셨는데 솔직히 또 싸우실 것 같은 생각에 '꼭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야곱이 끔찍하게 아끼는 베냐민을 보내기 싫어 온 가족이 힘들어 하는 것처럼 저의 아픈 기억이 드러나는 것이 싫어 회피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회개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선생님이 아빠에게 전도해 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을 흘려들으며 절대 안오실 꺼라고 단정했지만 아빠는 지난 주 서약식에 같이 와서 축하해 주셨습니다. 아빠도 노력하고 계시는 만큼 저도 온 가족의 구원을 위해 꾸준히 아빠가 교회에 나오실 수 있도록 설득하고 학생의 경계를 잘 지키며 학생의 때를 잘 보낼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