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스탭 오혜인입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서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교회 행사도 빠진 적이 별로 없고 주변에서도 성실하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제가 믿음이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비판했고, 기도를 할 때도 끊임없이 하나님을 시험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들교회로 옮기자는 아빠의 말씀에 가족이 다 같이 교회를 옮겼습니다. 예전 교회에 다닐 때는 하나님이 왜 기적을 일으키시지 않으실까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무기력하고 매사에 열정 없는 제 자신에 대해서는 하나님은 왜 이런 나를 180도 변화시키시지 않을까, 경제적으로 안 좋은 집안 상황에 대해서는 왜 우리 집은 넉넉하지 못하고 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사지 못할까 생각했습니다.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면 방언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방언을 달라고 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기복적인 저를 그냥 두지 않으시고 21살 때 우울증에 걸려 집과 교회만 오가는 시간을 허락하셨고, 이 시간을 통해 저의 죄를 많이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올라오는 게으름, 가족이나 친구가 아파도 별로 걱정이 안 되는 반면 내가 아프면 걱정해주길 바라는 이기심, 가족들에게 공격적인 말투로 대답하거나 짜증내는 예민함, 다른 사람들을 정죄/판단하며 스스로 괜찮은 죄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 노력한 걸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때 올라오는 시기/질투/생색, 신교제가 안 되니 불신교제라도 하고 싶은 음란함, 인간관계에서의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오는 우울함, 기도하고 찬양하면서도 믿음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외식하는 죄 등, 제 자신이 총체적인 죄인이라는 걸 알게 해주셨습니다. 오늘 설교 본문인 창세기 32장에서 야곱이 하나님의 군대를 만난 것처럼, 하나님께서 저를 너무 잘 아셔서 하나님의 군대 같은 공동체와 설교를 통해 말씀을 꼭꼭 씹어 넘겨주시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신 것 같습니다.
4년 전 이 자리에서 간증을 하며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환경에서 잘 붙어있도록 기도해달라고 했었는데, 청소년부 목장을 거쳐 청년부 목장과 고등부 스탭, 청소년부 수련회 스탭 공동체에 붙어만 있었더니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우울증 약도 3년 만에 끊게 해주셨습니다. 몇 주 전, 교회에서 예전에 같은 목장이었던 언니들을 오랜만에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얘기를 나눴는데 언니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이 '옛날엔 우울하단 말만 했는데 많이 괜찮아졌다'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창 우울할 때 같은 목장이었다가 올해 다시 한 번 같은 목장이 된 친구가 있는데, 제가 나눔하다가 웃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고 하면서 '옛날엔 우울한 먹구름이 주변에 떠다녔는데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에 그런 얘기들을 들었을 때는 내가 그 정도였나 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제가 얼마나 우울하다고 티를 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싶어 그동안 저의 반복되는 나눔을 듣고 체휼해준 목장식구들에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학교 다니는 게 체력적으로도 너무 지치고 제가 중·고등학생일 때 제일 싫어하던 영어, 수학, 과학을 전공 공부로 해야 하는 과에 들어오게 되어서 매일이 괴롭습니다. 하나님의 군대를 경험했음에도 세상적으로 내가 부족해 보이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무기력과 우울이 올라오고 큐티를 뒷전으로 하며 야곱처럼 두려워하고 답답해합니다. 또 청년부에서 부목자를 하고 있는데 제 힘으로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을 붙잡고 기도하는 제가 되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고등부 공동체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무 말 하는 이상한 부목자 말 들어주는 목장식구들, 맨날 무시하고 짜증내는 저를 감당하는 가족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저를 우울증에서 건져내신 하나님 감사하고 앞으로도 평생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