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고2 우혜승
저의 가장 큰 고난은 학교 문제였습니다.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울 때면 내일이 안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중학교 때 전교 5등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던 저는 높은 내신 성적으로 붙을까 떨어질까 하는 걱정 없이 무난히 기독교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다 입학 전에 시험이 있었는데 그날 발표된 성적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전교 등수가 세 자리 수였습니다. 입학 후 여러 번의 모의고사와 내신 시험에서도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습니다. 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성적이 오르지 않자 공부가 죽어도 하기 싫었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자꾸만 나왔고 울다 지쳐 잠이 들곤 했습니다. 공부가 제 길이 아닌 것 같아 부모님께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고, 수업 시간에는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습니다. 애들이 아는 척하며 대답하는 것도 듣고 싶지 않았고, 하나님 믿고 기도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선생님들의 기복 신앙적 이야기도 진저리가 났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나는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정신과 상담을 받았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뭘 시키면 잘 따라하고 성과도 좋았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습니다. 엄마께서 제 칭찬을 들을 때마다 엄마의 어깨에 점점 힘이 들어갔고 엄마는 어떻게 하면 더 가르칠까, 더 잘할까 늘 전전긍긍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시험에서 틀리면 안 된다는, 1등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습니다. 엄마는 끊임없이 다른 아이들과 저를 비교하셨고, 예전에는 나와 7살이나 차이 나는 사촌 동생과도 비교했습니다. 이젠 엄마가 비교를 안 하시지만 저 스스로가 비교하게 돼서 열등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교회에 잘 다니지 않았고 제 신앙은 굉장히 기복적이었습니다. "주님, 제가 시간 활용을 잘 해서 공부 잘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서울대의 길을 열어주세요. 회사가 잘 돼서 아빠가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해 주세요" 자기 전의 제 기도는 항상 ~해주세요.로 끝이 났습니다. 시험을 볼 땐 "떨지 않게 해주시고 저와 동행해주세요. 모르는 문제가 나오더라도 지혜를 주시고, 찍은 것도 다 맞아서 공부한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복 신앙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쉽게 버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고난을 주셨고 저는 우리들교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에 맞는 가치관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내 힘으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머리를 수술하시는 중이십니다.
작년의 마지막 기말고사 때 반 꼴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성적은 공개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반 친구들의 성적이 쓰여 있는 종이에 사인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각자 자신의 점수만 보라고 말씀하신 채 나가셨고, 그 종이는 저희 반 46명의 손을 거쳤습니다. 꼴등인 저도 친구들의 점수를 보았는데 다른 친구들이라고 보지 않았겠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일로 순식간에 저의 성적은 공개되었습니다. 예전의 저 같았다면 ‘도대체 담임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하는 거야? 내가 성적 때문에 힘들다고, 자퇴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나에게 이런 수치를 주다니…’라며 성적에 대한 창피함과 열등감, 선생님에 대한 분노로 혈기를 부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성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서였을까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은 요동치지 않았고 담담했습니다. 성적 공개로 인해 상처받은 친구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친구가 무너진 바벨론의 조각들을 잡고 슬퍼하고 있을 텐데 저의 성적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관점이 아닌 구원의 관점으로 사건을 보게 해 달라고 그 친구를 위해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가치관을 변화시켜 주신 주님과 공동체 식구들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