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권어진입니다.
지금 저의 고난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빠와의 관계 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빠는 태권도장을 운영하셨습니다.
7살 때, 제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저희 태권도장으로 체험학습차 오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그날 아이들을 위해 구성해 놓으셨던 여러 프로그램들을 유순히 잘 해가고 계셨습니다. 문제는 저였습니다. 친구들과 달리기 대결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선생님처럼하고 계신 아빠가 부끄러워 저는 달리기를 하지 않고 구석에 처박혀 친구들 눈치만 보며 숨어있었습니다. 아빠는 그런 저를 보고 계속 나오라 타이르다가 계속 싫다며 투정하는 저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머리채를 잡고 체육관 구석에서 안방까지 질질 끌고가 자고있던 동생과 엄마 옆에 패대기 치시더니 뺨을 때리셨습니다. 다시 체육관으로 나가보니 다들 돌아가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집에 계속 있다간 아빠눈에 띄어 한대라도 더 맞을까 두려워 엄마에게 졸라 유치원에 갔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괜찮냐는 물음에 엉엉 울었고, 담임 선생님도 위로하며 함께 울어주었습니다.
그 일 이후부터 눈물도 많지만 장난기도 있는 아이였던 저는 그냥 눈물이 많은 아이가 되어있었고, 아빠의 말씀 하나에도 놀라 가슴을 졸이며 살았습니다. 점점 커가면서 아빠에 대한 두려움은 짜증과 증오로 바뀌어 갔고 가장 무서운 존재셨던 아빠는 가장 찌질한 사람이 되어 계셨습니다. 태권도 장 운영으로 생계가 빠듯해 지자 아빠는 중국집에서 일하기 시작하셨는데 기술과 함께 같이 계신 분들께 욕도 배워오셨습니다, 배우신 욕으로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소중히 다뤄야 할 가족에게 상처를 주시고, 실망감을 주셨습니다. 안그래도 아빠에 대한 짜증과 미움이 항상 가슴한편에 박혀있던 저인데, 아빠가 욕까지 배워와 가족들에게 시도때도 없이 욕하는 모습을 보자 ‘아빤 원래 저런사람이야’하며 무시하고 혐오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빠는 대화를 하다 뜻대로 안되면 항상 화만 내시고 결국엔 폭력으로 마무리를 했고, 그게 지긋지긋해 대화도 안하다 보니 아빠는 정말 집에서 일 만 하고 돈만 벌어오는 사람이 되어계셨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아빠가 안쓰럽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우리들 교회에 오게 되었는데, 또래 친구들이 간증하는 모습을 보고, 또 직접 친구들의 간증도 들어보고 전에도 오랫동안 다녔던 교회가 있었지만 전심으로 다니지도 않고 놀러다녔던 터라 교회가 너무 진지하게 느껴져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또 평소에는 나의 이런 힘들었던 일 마음들을 털어놓을 데가 없었는데 막상 털어놓으려니 입도 떨어지지 않고, 이렇게 힘든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에 비하면 나의 사정은 고난이라고도 할수 없는게 아닌가 하며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담당선생님에게 털어놓았을 때에 선생님은 ‘많이 힘들었겠구나’하며 너무나 큰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아빠와의 관계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많이 알려주셨고, 아빠의 마음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나의 사정에 이렇게 눈물로 위로를 해주시는 분이 옆에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고 일주일 힘들었던 것을 교회하루 오는것으로 힐링받는 기분이 들어 교회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교회에서 가끔 부모님 관련된 말씀을 듣고 와서 아빠를 보면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안으려고 하면 짜증내고 밀어냈던 제 모습이 떠올라 죄송하고, 힘들게 일하시고 오셨는데 집에선 아무도 반겨주지 않았을 때 아빠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또 어차피 집안에서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며 엄마먼저 집으로 보내시고 혼자 새벽까지 일하고 오시는 거라는 엄마의 말씀을 들었을땐 자식으로서 너무 죄송스럽고 그동안 아빠의 표현에 너무 냉담했던 것에 대해 너무나 후회를 합니다.
얼마전 아빠의 생신날에 손을 한번 잡아봤는데 아빠 손엔 굳은살이 두껍게 배겨있었습니다.
아빠를 미워하고 증오한 몇 년 동안 아빠는 가족을 위해 무거운 후라이팬으로 하루 종일 요리를 하시느라 손가락엔 굳은살이 배겨계셨고, 기름이 튀어 팔에는 흉터 투성이가 되어계셨습니다.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났고, 제가 울자 아빠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시력도 안좋아 졌다며 투정하셨습니다.
내가 마음을 열면 아빠랑 이렇게 손을잡고 대화도 할수 있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대화하는 도중에 아빠의 표정이 너무나 밝고 좋아보여 한편으론 아빠가 그동안 얼마나 혼자 외로우셨을까 하고 마음한편이 찡하기도 합니다.
아주오랜만에 아빠와 손잡고 대화를 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눈도 마주치기도 했지만 아직 아빠와의 관계가 완전히 좋아지고, 편해진 것은 아닙니다. 아빠가 또 욕을 쓰신다거나 제게 실망을 주시면 제 마음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제가 먼저 어빠에게 손내밀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아빠와의 관계가 온전히 회복 될 수 있도록 중보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