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백슬기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도박 때문에 부모님은 자주 싸우시곤 했습니다. 아빠는 돈을 내놓으라고 텔레비전을 던지고, 거울도 산산 조각나고 난장판이 될 때까지 깨고 부셨습니다. 어떤 때는 목사님인 삼촌댁으로 도망을 쳤고, 오히려 거기서 언니와 저를 차별하는 상처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아빠의 도박사실을 몰랐던 언니와 저는 아빠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부모님이 합치면서 할머니네로 이사를 했지만 할머니는 저희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셨습니다. 2년 동안 같이 살면서 저를 한 번도 안아주신 적도 없고, 차갑게 구는 고모들을 보면서도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빠만 친자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네 함께 살 때 아빠는 가끔씩만 집에 들어오시고, 방에 숨어 지내셨습니다. 할머니가 방을 보면 문 뒤에 숨어있고, 저희보고 밥도 몰래 가져다 달라 하시고 도박을 하실 때는 아예 연락도 되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엄마와 저희는 제가 4학년 때 몰래 이사를 나왔는데, 부모님께서 이혼하셨다는 소리를 저녁식사하면서 엄마에게 듣게 되었고, 아빠의 도박 때문이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저는 숟가락을 던지며 울기만 했습니다.
그런 아빠를 엄마는 용서하셔서 아빠가 가끔씩 집에도 오시고 그러다가 다시 넷이서 같이 살게 되었지만 아빠는 또다시 도박을 하시며 엄마한테 돈을 요구했습니다. 폭력이 심해 어쩔 수 없이 엄마는 큰돈을 시장사람들한테 빌려서라도 줘야 했고, 도박해서 돈을 다 날리면 그 때야 집에 들어오셔서 방안에서 하루 종일 담배만 피웠습니다. 겨우겨우 싸게 산 피아노까지도 저희들이 집에 없을 때 몰래 팔아서 도박하는데 써버리기까지 했습니다. 포장마차에서 매일 12시간씩 일하시던 엄마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시고 야간으로 일을 다니셨습니다.
아빠 때문에 엄마만 고생하셔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예전에 저희의 컴퓨터를 훔쳐서 도망간 이모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제대로 된 직장도 하나 얻지 못한 채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던 이모가 구치소에 들어가게 됐다고,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급한 마음에 친구에게 몇 백 만원을 돈을 구해 도왔지만, 이모는 그 돈을 들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할머니의 장례식이 있다고 눈물까지 흘리며 윗집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을 해서 돈을 빌린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너무나 고생스러운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빠 없는 저희 셋은 행복했습니다. 아빠와는 절대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끊임없는 용서로 정신을 차려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아빠는 사람들에게 누명을 받아 구치소에 가는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감옥에 있는 아빠를 보면서 눈물이 났고, 편지도 쓰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면회를 다녔습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며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빠가 몇 달 만에 나왔을 때 가족들 넷이 모여 치킨 파티도 하고 행복한 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아빠는 다시 도박에 빠졌고, 그 모습을 보면서 절대로 도박은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빠를 혐오했습니다.
미안하다고 지방으로 내려간 아빠는 고기잡이를 하려고 배를 타려 했지만 누구도 써주는 사람이 없어서 죽고 싶었고, 자살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하셨다는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연약해진 가족들은 아빠를 다시 받아들이고 그때 우리들교회로 오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업스트레스와 아빠의 도박 때문에 제게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집에만 오면 무기력해지고 아빠 때문에 속상해서 눈물만 났습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지 않고 집을 피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려 했지만 마음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학교생활까지 영향을 미쳐 말 수가 줄어들고 우울증이 악화되었습니다. 목장에 나눔을 하면 하나님을 의지하라고 하시지만 어떤 것이 의지하는 것인지를 몰라서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해도 별 효과가 없게 되자 이런 저의 상태를 보게 된 아빠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하면서도 또다시 도박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박을 하면서도 예전처럼 집을 나가시는 것이 아니라 목장을 나가고 교회를 오고. 그러니 그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도박을 하더라도 목장에 가시니, 집안에 우울한 분위기가 오래 가지 않고 금방 회복되는 것을 제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수능이 끝나니 우울증도 회복되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수시 6개 다 떨어졌을 때는 너무 속상했습니다. 제가 논술을 못 봐서 떨어진 것이겠거니 생각이 들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예비하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조금 겁이 납니다. 제가 원하는 대학에 못 갈까봐 하나님이 예비하신 대학이 제가 원하는 대학이기만 바랄 뿐입니다.
서류상 부모님이 이혼하신 상태라 기회균형으로 정시를 쓰는데 둘 다 기회균형이라도 정시로는 좀 높은 대학이라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속으로는 믿는다고.. 믿어야지.. 하면서도 사실 저는 어떤 마음이 들어야 믿는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정이 이만큼이나 회복된 것에 감사드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언니와 저와 가족 모두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제게 주신 고난을 약재료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 3 마지막 간증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