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권용호입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 엄마가 아빠랑 이혼하시고 외할머니네 건물에서 살았는데, 저는 매일같이 외할머니께 “아빠는 언제와?”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외국에 일 나갔으니깐 100밤만 자면 오실꺼야”라고 대답하셨고, 저는 그 말을 믿고 달력에다가 표시까지 해 놓았었지만, 언제부턴가 아빠의 존재를 잊고 원래부터 아빠가 없는 애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는 항상 엄마랑 누나와 저만 나오는 그림을 그렸지만, 설문조사를 할 때는 부모님이 다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도 제가 아빠가 없다고 놀림을 받을까봐서 더 잘 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별다른 방황 없이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재혼하셨고, 새 아빠는 엄마랑 장사도 잘 하시고 우리와도 잘 놀아 주셔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누나가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선교 활동을 갔다 온 후에 귀신이 들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쁘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던 누나가 할머니 같고 무당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데, 누나에게 물어보았더니 외국에서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입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흐지부지 잊혀진 사건이지만, 사실은 그 후에 우리 집에 큰 시련이 닥쳤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장사를 접고 친구랑 사업을 하겠다고 있는 돈을 몽땅 환전해서 외국으로 떠나신 것입니다. 그 때가 누나가 고등학교에 가려고 하던 때라서 진학도 포기하고 아빠만을 기다렸는데, 외국에서 돌아 온 아빠는 돈을 다 날리셨는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지금은 먹고 살만해졌지만, 그 때는 정말, 우리 가족이 모두 길바닥에 내 #51922;기는 상상, 영화에서처럼 다리 밑에서 구걸하는 상상 등, 별의 별 상상을 다했었는데, 지금도 친구들에게 이민 간다고 자랑하던 생각만 하면 아직도 얼굴이 후끈 후끈거립니다.
저에게도 큰 시련이 있었습니다. 몇 달 전에 홈플러스를 털다가 잡혔는데, 내 딴에는 머리를 굴려서 상점 안에 있는 니퍼를 훔쳐서 그 니퍼로 다른 것을 잘라서 훔쳤는데, 그것이 특수절도라는 것입니다. 그 때 엄마랑 아빠는 교회에 가시고 없어서 누나가 대신 왔는데, 저는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크게 반성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작정을 했기 때문에 이젠 더 이상 방황하는 일없이 순탄하게 평범한 인생을 살게 될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석 달 전에 예배를 마치고 친구들이랑 놀려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목사님이 다급한 표정으로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얼른 적고 집에 가려고 했더니, 이번엔 친구들과 함께 지하실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은근히 짜증이 났지만 목사님이 물건을 옮기려고 하시는 줄 알고 참고 따라 갔는데, 또 이상한 방으로 들어가셨고 그곳에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 다음 주부터 제자훈련을 한다고 숙제를 해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적당히 3주 정도 하다가 그만 두려고 했는데 목사님이 너무 열정적으로 인도해 주셔서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었고, 한 주 한 주 따라가다 보니 12주가 지났습니다.
솔직히 내 안에 성령이 임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자훈련을 받으면 나 같은 사람도 변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 번 더 받으라고 해도 받을 수 있을 만큼 좋았는데 그만큼 내적으로 성숙해진 느낌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내키는 대로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항상 말씀을 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하며 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는데, 먼저 제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또 열심히 양육해주신 목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