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태예민입니다.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 난데다 까다롭고 예민한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서 어렸을 때부터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며 다혈질로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 간 학교에서 사귄 성격이 진짜 이상한 친구 때문에 처음 보는 애들한테 욕을 먹었는데 그 때부터 저는 새 친구를 만나 사귀는 것이 너무너무 부담스러워서 잘 대해 줘도 피했습니다. 또 어떤 친구가 내 얼굴이 크다고 한 말에 상처를 받아서 아직도 내 자신이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민한 저는 상처를 잘 받았고, 중학교가 자유를 뺏는다는 생각에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겪기도 했습니다. 전교생을 쌍둥이로 만들려는 학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신경정신과에 가게 되었는데, 의사선생님이 엄마에게 내가 경계성 지능이라고, 언어치료와 모래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답니다. 의사가 엄마에게 내가 바보라고 한 걸 몰랐던 저는 아는 건데 자꾸 설명해 주려고하는 엄마한테 내가 저능안 줄 아냐고 화를 냈습니다. 내가 바보라고 굳게 믿었던 엄마는 지가 바보인 줄 알긴 아나보구나 라고 생각하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합니다. 아무튼 저는 우울증으로 힘들어서 열심히 교회 가서 예배드렸는데, 엄마가 함께 기도해 주신 덕분에 많이 치유되었고, 한편으로는 엄마가 나를 저능아라고 생각한 덕분에 중학교 3년 동안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저는 중3 때부터 실용음악학원을 다니면서 피아노로 하나님을 찬양하겠다는 꿈을 키웠는데 원하던 고등학교에 붙고 나니까 교만한 마음이 생겨서 세상을 찬양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하나님과도 멀어지기 시작했는데, 막상 고등학교를 다니려니까 또 다시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엄마도 중학교 때처럼 3년 내내 난리치면 내가 어떻게 살겠냐면서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시켜 주셨습니다. 학교를 안가는 대신 피아노 연습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방임에 가까운 자유가 생기자 놀기 바빠서 피아노가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고 하기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2년만에 피아노를 그만 두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매일같이 삼촌 집에 가서 수능 공부를 했는데, 학원 선생님인 삼촌의 무한한 가르침과 외숙모의 보살핌에도 저는 공부를 하는 척만 하고 고2인 친구들 학교축제마다 쫓아가서 놀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망쳤습니다. 그래도 별로 아쉬움이 없던 저는 룰루랄라~ 좋다고 엄마랑 교회에 가서 다른 수능 본 언니오빠들 기도하는 걸 구경하고 왔습니다. 11개 대학에 원서를 넣고는 두 군데는 무조건 붙는다며 교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11곳에 다 떨어졌습니다. ‘우와 큰일 났다. 창피해서 어떻게 살지~’하면서 공부 안한 건 생각도 안하고 어떻게 한 개도 안 붙여줄 수가 있냐고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당연히 붙을 줄만 알았던 후진 대학에도 예비 680번을 받고 나서 이제 재수학원에 가겠구나 하고 우울한 중에 엄마가 한번 떨어졌던 기독대학에 정시 2차를 또 넣자고 해서 붙여만 주시면 십일조도 잘하고 간증도 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붙여만 주시면 진짜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간절히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이 연약한 제 믿음이 흔들릴까봐 합격을 시켜주셨습니다.
비록 2년제 대학이지만, 아빠는 딸이 고등학교도 가지 않아서 속상했었는데 지금은 친구들보다 먼저 대학에 간 것이 너무 좋다며 자랑스러워하십니다. 저는 아직도 욱하는 혈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곤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저처럼 예민하고 자존감도 낮고 괴짜같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힘들어도 하나님과 붙어만 있으면 끝까지 도와주실 줄 믿습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